INDONESIA, BALI 그리고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포스터에서 보면
파스타 면으로 만들어 놓은 EAT은 이탈리아를,
염주로 만들어 놓은 PRAY는 인도를,
꽃잎으로 만들어 놓은 LOVE는 인도네시아 중에서도 발리를 바탕으로 만들어 놓았다.
책에서 그리고 영화에서 말하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단순 삶의 무기력증을 느끼는 뉴욕의 한 여성이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 명상을 하며, 발리에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기도 하는 2010년도에 개봉한 영화는 나에게도 그 의미가 깊다.
물론 가볍게 영화로나마 이탈리아와 인도,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을 여행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무척이나 좋았지만, 그런 거추장한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이탈리아와 인도, 발리의 풍경들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는 영화니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명상실은 당신 안에 있어. 그거나 관리 잘해.
옷 장안에 있는 안 입는 옷 버리듯 생각을 정리하라고.
그건 훈련해야 해. 삶을 정리하고 싶으면 마음부터 다스려야 해.
그것도 못 다스리면 영원히 허우적대게 될 거야."
지금껏 단 한 번도 걷기가 취미인 적은 없었다. 오히려 어떻게든 걷는 시간을 줄이려 애써왔다. 주차하기 어려운 강남 한복 판에도 가끔 차를 끌고 나가고, 틈만 나면 택시를 타며, 건강 앱이 제공하는 ‘오늘의 걸음’ 수치는 애써 외면하는 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매일매일 규칙적인 산책을 해야 하는 개과 인간이라기보다 목적 없이 길을 걷는 행위의 즐거움을 도통 알지 못하는 고양이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산책은 나보다 여유롭고 건강한 누군가의 취미로 여겼다. 그러던 내가 요즘엔 하루 두 번, 규칙적으로 산책을 한다. 여유롭지도, 건강하지도 않은, 조금은 절박한 상태로.
내가 산책을 하는 이유는 명상에 있다.
체력도 그렇고, 스트레스 해소도 그렇고 산책과 걷기가 좋은 이유는 무수히 많음을 유튜브 검색만 해봐도 50개는 거뜬히 나오는 컨텐츠들로 알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명상을 하기 위해 산책을 한다.
삶을 정리하기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위에 말처럼 난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 마음을 다스려서 결국은 내 삶을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나의 작은 열망이 나의 발을 길로 이끄는 것이다.
머리를 멍하게 하는 높고 복잡한 소리와 환기를 시켜도 빠지지 않는 생활의 냄새, 부자유의 공기가 마구 뒤섞여 있는 집을 탈출해 어디라도 간다. 산책의 방식은 ‘자유 주제’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흘러가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어제 온 이메일에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도 하고, 복잡하지만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새로운 일을 구상해보기도 한다. 가끔은 대담하게도 이어폰으로 어른의 음악을 듣는다. 그 사이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를 만난다. 손바닥만 한 동네에 펼쳐지는 똑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매일 경이로워하는 작은 존재가 사랑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렇게 한두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한결 나아져 있다.
“걸을 때 우리는 생각에 빠지지 않으면서 생각을 펼칠 수 있다”라고 말한 이는 리베카 솔닛이다. 그는 <걷기의 인문학>이라는 책에 이런 생각을 펼쳐놓았다.
“보행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낳는다. 풍경 속을 지나가는 일은 생각 속을 지나가는 일의 메아리이면서 자극제이다. 마음은 풍경이고, 보행은 마음의 풍경을 지나는 방법이라고 할까.”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내가 산책에 몰입하게 된 것은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어떤 행위가 멈춰버린 듯한 삶의 리듬감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의 말마따나, 산책은 생각의 리듬까지 만들어내는 멋진 효용을 지녔다. 일상에서 결코 가능하지 않은 (주로 긍정적인 종류의) 생각들이 산책할 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조금 단련된 것인지, 올해 들어 갑작스레 마주하게 된 ‘여행의 종말’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당황하고 있을 때도 나는 태연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상과 거리를 두고 한 뼘 크기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한 가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 무언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산책을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걷기의 배경이 되는 풍경은 사실 무엇이든 상관없다.
글을 쓰다 보니 명상이 아닌 걷기를 예찬을 하고 있다 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명상을 하기 위한 공허의 상태를 들어가는 데 있어 걷기 만큼 좋은 방법이 없는 듯하다. 생각에 빠지지 않으며 생각을 펼쳐보자
“행복하게 살려면
도를 넘지 말아야 해
매 순간 말이야
이렇게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 좋아
신도, 자신도 너무 믿지는 말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혼란스러워
균형을 잃으면 힘도 잃지
아침엔 인도처럼 명상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낮엔 신나게 놀고”
최근에는 여행이 일종의 성취목표가 되거나(서른 살 전 30개국 가보기 30 before 30) 인스타용 사진 찍기 미션이 되어버리면서 여행지의 환경은 물론 여행의 방식도 오염되고 있다. 지금껏 내가 다니던 여행도 그들의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행하는 나라를 이해하고, 역사를 배우며, 아름다운 풍경과 배경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하는 여행이 아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멋진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한 50만 원짜리 패키지여행스러운 여행을 다녔던 것들을 후회한다. 여행은 어느 순간 내가 잃어버린 인생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신체적 정신적 휴식의 디딤돌이 아닌 남들에게 훈장처럼 자랑하기 위한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여행을 한 동안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집 주변을 마냥 걸으며 문득 들었던 생각도 비슷하다.
요새 인스타에서 핫한 발리 렘푸양 사원(penataran Lempuyang)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 사원은 발리섬의 가장 동쪽 끝 렘푸양 산의 서쪽 사면에 위치한다. 발리 힌두교들에게는 중요한 사원이지만 사실 발리의 관광 스팟은 대체로 남부와 남서부 해안에 밀집되어 있어서 부러 찾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데 이 사원이 요새 핫해지면서 스미냑의 해변, 울루와뚜, 타나롯, 우붓과 더불어 발리를 대표적 경관 사진으로 자주 떠오르고 있다.
렘푸양 사원은 발리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사진구도를 잘 잡으면 전통 힌두사원의 입구에 세워진 Candi bentar(갈라진 문) 사이로 구름에 휩싸인 신령스러운 산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잡을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사진들도 있다. 푸른 하늘, 산, 게이트와 발리의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의 주인공이 마치 거울처럼 발아래 호수에 그대로 투영되는 아름다운 사진들, 맑은 하늘도 좋지만 석양까지 더해지면 더 아름다운 인생 샷을 남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 이 경관은 사실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그곳에 호수는 없다!
거울처럼 피사체를 그대로 비춰내는 호수는 관광가이드의 카메라 하단에 붙은 거울이 만든 속임수이다. 렘푸양의 관광 진작을 위한 가이드의 재치에서 시작된 서비스였겠으나 이제는 이 인생 샷을 건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여행 의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하루를 투자해 이곳까지 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이제 여행의 패턴이 많이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저가항공의 등장과 여행상품의 가격 하락이 여행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도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잉 관광’이 가져온 환경적 사회적 비용 증대의 폐해도 크기 때문이다.
더 멀리, 더 자주, 인생 성취를 위해 가는 여행이 아니라면 앞으로 여행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선생님 같은 대답이겠으나 여행은 만남이어야 하고, 일상과는 다른 색다른 체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되돌아올 일상을 위한 회복의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그 과정은 여행자와 로컬이 상호 부딪치고 이해하고 상호 학습하는 과정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우리가 발리를 파라다이스라 인식하고 느끼는 데에는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인 방콕처럼 유흥과 자유로움, 즐거움으로 치우쳐져 있지도 않고, 캄보디아나 미얀마 같은 곳들처럼 종교나 명상으로 치우쳐 있지 않기 때문이리라. 한 가운 데서 균형을 잡고, 크게는 내 인생의 한가운데서 즐거움과 슬픔, 노려움과 기쁨, 미래와 과거를 동시에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리라.
Heart Of Gold - Neil Young (eat, pray and love ost中)
I want to live,
난 살고 싶어요
I want to give
난 주길 원해요
I've been a miner for a heart of gold
나는 순수한 마음을 찾는 광부였죠
It's these expressions I never give
이것은 내가 결코 하지 않는 표현들이에요
That keep me searching for a heart of gold
나에게 순수한 마음을 계속 찾게 하죠
And I'm getting old
난 나이가 들어가지만
Keeps me searching for a heart of gold
순수한 마음을 계속 찾아요
And I'm getting old
난 나이가 들어가고 있지만요
인생을 알고 싶어 하는 제자에게 한 스승이 답했다.
만리의 길을 가고, 만권의 책을 읽고, 만인의 사람을 만나면 인생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이 많은 세상을 경험한다 할지라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행복의 파랑새가 내 곁에 머물지는 못할 것이다. 새벽녘 잠에서 깰 때 마음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내 본연의 상태가 감지되곤 한다. '나는 어제 하루를 잘 살았는가' 무거운 마음으로 눈을 뜰 때면 스스로를 살피게 되고, 무거움의 이유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무거움을 뒤로한 채 자꾸 앞으로만 나아가려다 보면 가슴 충만한 행복감에서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 무수한 현자들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돌아볼 것을 조언해 왔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옳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생존의 현장은 전장과 같고, 전투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승자에게는 성취감이, 패자에게는 열등의식이 주어지게 마련이다.
우리의 선현들이 추구해온 행복의 길은 안빈낙도, 즉 가난 속에서도 도를 즐기는 정신적 행복이었다. 옛 선비는 물질을 탐하지 않고 인생의 도를 갈고닦는 배움의 삶을 살았으며 그 가운데서 행복을 발견했다. 지금 같은 물질문명의 시대에 청빈을 본받을 수는 없다. 다만 물질에 대한 집착에서 조금 더 자유로웠고,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탐구했던 옛 선비로부터, 위대한 인격에 대한 지침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라는 말에서 처럼 말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자는 것이다.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쉼 없이 달려온 사람들에게,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직무유기 같은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일. 그것이 삶의 균형을 위한 나름의 답안일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하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탐닉하는 소위 말하는 학자들의 머리를 빌리더라도 쉽지 않은 질문이 바로 인생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일 것이다. 하나하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의 목표가 모두 같을 수 없고, 각자의 처지가 다르기에 모두의 인생은 있는 그대로 모두의 다른 인생일 뿐이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는 끊임없이 지난날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고 또 반복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는 경우도 있고, 나의 인생은 왜 이럴까 하는 질문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타인의 인생에서 나의 인생을 베끼려는 삶, 또는 끊임없는 비교와 비판으로 멍든 삶을 살고는 있지 않은가?
40여 년을 살아오며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많은 것들을 담기에 내 작은 머리는 너무나도 작고, 모든 것을 품기에 내 가슴은 너무도 좁다. 하지만 한 가지 정도는 어렴풋이나마 알겠다. 적어도 타인의 성공한 삶을 인정하고 배울지언정, 그들의 삶과 성공을 내 인생과 비교하며 슬퍼하고 안주하진 말아야 한다는 것.
한걸음 한걸을 아무 생각 없이 명상을 하며 길을 걷는 이유는 비싸고 멋진 자동차를 타는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며 이렇게 뚜벅이로 걸어 다니는 내 삶을 비관하며 슬퍼하기 위함이 아닌, 힘들지만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음에 작게나마 감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차를 타는 사람의 인생이 부럽다면, 혹시 나는 삶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는 그들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배우고 나 자 신 또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기 위함일 것이다.
얼마 전 반갑게도 뉴스에 발리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발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광객들에게 벌금 대신 팔 굽혀 펴기를 시켰다는 내용이었는데, 재밌었음에도 한편으로는 슬펐다. 발리 당국은 지난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는 것을 의무화했다고 한다. 한 발리 보안 관리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최근 며칠 동안 마스크를 안 써 적발된 외국인이 백여 명에 이른다"면서 "70여 명은 10만 루피아(약 7800원)의 벌금을 냈지만 약 30명은 현금이 없다고 해 대신 팔 굽혀 펴기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최대 50회, 부적절하게 착용한 이들은 15회를 해야 했다. 외국인들은 대체로 선선히 팔 굽혀 펴기 처벌에 응했다. 외국인뿐 아니라 일부 현지 주민들도 팔 굽혀 펴기 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코로나 방역 규정을 어긴 외국인들은 국외로 추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행자 천국'으로 불렸던 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크게 코로나 19 피해를 입어 현재 공식적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관광 삼아 들어와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로 집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서 더욱더 발리가 그리워졌다. 아니 어쩌면 갈 수 있던 파라다이스가 막혀버린 안타까움에 더욱더 발리가 그리워졌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다시 한번 처절히 깨달았다. 눈부시게 푸르르게 울창한 숲과 오토바이 매연 가득하지만 오밀조밀한 도로와 에메랄드 빛으로 찬란히 빛나던 바다도 그립다. 그립고 또 그립고 그립다.
오늘은 고등학교때 한참 듣던 pearl jam의 보컬 eddie vedder가 부른 better days를 들으며 발리를 그리워해야겠다.(better days 또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ost에 있다.얼터너티브 록 보컬의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곡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이기도 하니 살포시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