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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니꾸 Nov 10. 2020

3. 늦가을 퇴근길에 버스 기다릴 때 내가 듣는 노래

Bright Lights and Cityscapes 

Sara Bareilles - Bright Lights and Cityscapes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으며 떠올려본다.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을 떠올려 본다.


시를 읽은 독자들 열이면 열 모두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 시라고 알려져 있는 이 시는

자유의지에 화자의 신념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증명이고,

관습을 거부하고 ' 사라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하라는 고무적인 외침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유명한 강연에서 그는 청중들에게 " 그 시를 읽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정말 까다로운 시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난 프로스트의 유명한 반어적 체념으로 가득 참을 느꼈다.

가장 간과되는 것은 화자가 길을 선택할 때 완전히 임의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두 갈래 길에서 서서 하나를 선택하는 모습을 묘사할 때 화자는 두 길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한 길은 다른 길만큼 아름다워보이고 두 길을 구별하고 싶은 욕망이 있음에도 그는 사람 발길로 닳은 건 두 길이 정말 비슷하다고 인정한다. 그 순간 기분에 하나를 선택한 것이다.


프로스트는 인간들이 자신에 대해 과장하고 삶의 불확실성을 미화할 뿐 아니라 인생이란 좋은 길과 나쁜 길 사이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보는 데서 위안을 얻는 성향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프로스트가 궁극적으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는 현실에서 어느 길이 최선인지 알 수 없고, 우리의 선택이 그만큼 무작위적이고 무지한 추측이라는 것이다.



저녁 6시가 다 되어가는 강남역 부근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부지런히 자신만의 길로 향해 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 속에서 가만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만 멈춰 뒤쳐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든다. 다들 움직이고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데 나만 이렇게 도태되고 멀어지는구나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무작위적이고 무지한 판단과 추측으로 움직이는 것임을 인지하려 해도 쉽지 않다.




그럴 때 난 이어폰 속 음악에 더욱 집중한다.

흔한 사랑 노래일지라도, 피아노 반주 바탕으로 나지막이 귀에 꽂히는 노래들을 듣는 편이다.

Sara Bareilles의 gravity를 좋아하지만, 왠지 그 노래를 들으면 더욱 나만 혼자된 기분이어서 더 슬퍼진다.

노란 은행잎은 이미 다 떨어진 지 오래고, 스산하게 낙엽들이 뒹군다.

환하게 밤을 밝히는 전광판들과 시끄러운 경적음은 내 귀와 눈을 멀게 한다.

삶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인생에 대해 무거운 질문들을 해본다.

길게 늘어선 버스 줄 앞으로 버스가 도착했다.


두 길 중 어디로 갈까에 대한 추후의 의심할 필요도 없이

난 버스에 몸을 싣는다.








For bright lights and cityscapes

환하게 빛나는  불빛들과 도시의 야경들을 위해


And landslides and masquerades

그리고 빛나는 신호들, 무곡들을 위해


And she'll take all you ever have

그리고 그녀는 이제껏 당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걸 가져갈 거예요


But I'm gonna love you

그래도 난 당신을 사랑해요


You say, maybe it'll last this time

이번에 마지막이 될 거라 말한다 해도 말이죠


But I'm gonna love you

그래도 난 당신을 사랑해요


You never have to ask

당신이 내게 묻지 않았어도


I'm gonna love you

난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Til you start looking back

당신이 뒤돌아볼 때까지


I wouldn't need a second chance
I wouldn't need a second chance
I wouldn't need a second chance
I wouldn't need a second chance

난 두 번째 기회 따위는 필요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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