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운전을??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떨림이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가 보다는 겨우겨우 버텨내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새로움을 느껴보기보다는 익숙함을 앞세워 편안하게 지나가는 하루에 보람을 느끼는 재미없는 삶이었다. 아무런 이유가 없던 것도 아니다. 현 상황에 만족하며 느끼는 편안함과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기엔 시간과 돈이 든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다른 가족들의 눈이 나를 보고 있다. 나 자신의 삶과 인생을 논하기에 너무도 중요한 자리에 있기에 호화롭게 나만의 취미나 여유를 느낄 겨를은 없었다. 물론 내 삶의 여백이 하나도 없진 않았지만,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음은 분명했다. 그런 내 삶에 작지만 다르게 보면 큰 파도가 치기 시작할 것 같다. 익숙함을 몰아내고 새로움을 느껴보려 한다. 어떤 식으로라도 변화에 무덤덤해져 있던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가 보면 대단한 일을 시작하려나 보다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 일을 폄하하거나 경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글을 쓰거나 대단한 다짐을 하는 게 맞나 싶다. 하지만, 내 인생의 아주 작은 변화의 물방울이 이제 막 호수 위로 떨어지려는 참이다. 물방울의 시작은 작은 점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점은 점점 큰 울림으로, 큰 울림에서 큰 파도로 이어질 것이다.
왜 하필 대리운전일까?
먼저, 현실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회사원으로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직업이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배달을 할 수도 있고, 다른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내린 답은 이것뿐이었다. 출퇴근으로 3시간을 넘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시간도 아까웠다. 5시 30분에 일어나 남들보다 빨리 퇴근해도 내가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아기가 자기 전까지 많아야 두 시간이 안되었다. 그마저도 회사일의 피곤함과 출퇴근 지옥을 마치고 난 다음의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나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이 지치게 했다. 아이를 위해 놀아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내 시간이 생겨 즐기면서 살 수도 없었기에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주중의 아이와의 시간을 포기하고 대신 주말에 열심히 사랑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일을 시작해야겠다 다짐했다.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을 한 것이다.
둘째, 난 어려서부터 운전이 좋았다. 지금도 가장 부러운 사람이 오디오가 잘 갖춰진 차 창문을 열고 베이스가 잘 잡힌 카오디오를 크게 틀고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사람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는 운전은 즐겁다. 그래서였는지 어려서 내가 되고 싶은 직업이 무어냐 물으면 난 택시운전사라고 말하곤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는데 돈도 준다? 어린 나의 기준에 있어서 택시운전사는 꿈의 직업이었다. 택시운전사랑 달리 남의 차를 운전하는 일이기에 성격이 분명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운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운전을 하고 길을 달리다 보면,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타의로 도망치는 듯한 느낌이 아닌, 내가 원해서 가는 여행의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다. 비록 남의 차로 차 주인을 모시고 가는 직업이지만, 간접적으로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 주는 설렘과 기대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왜 글로 남기려 하는 걸까?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내가 얼마나 게으르게 살아왔는가를 반성하고 싶었다. 나의 인생과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모여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에서 나만의 고집과 변명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임에도 나만의 세상에 갇혀 살아왔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남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기보다는 나만의 생각으로 비꼬아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샌가 내가 결정을 내리는 키를 가진 사람이 되어있었고, 그런 내 결정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많이 달랐음을 느끼는 순간 내가 살아온 지난 인생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틀렸던 과정이라도 좋은 결과를 냈더라면 나의 결정과 선택에 대한 후회가 이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끊임없는 시행착오가 나무의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여 두 팔로 안기 어려운 튼튼한 나무가 될 거라 믿으며 사는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나이테도 없는 잔가지를 가진 잡목이 되어있었다. 나의 기억이 내가 편한 대로 곡해하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적어두고 곱씹으려 한다.
블로그와 카페를 드나들며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수수료는 얼마이며, 사고가 났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 어렴풋이나마 알아보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제대로 이해도 되지는 않지만, 처음 하는 일인지라 더욱 떨린다. 모의주행도 해보고 여러모로 알아도 봤지만, 분명 이 떨림은 기대감을 동반한 기분 좋은 떨림만은 아니다. 술에 취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의 어려움과 야간 운전 중 사고의 리스크를 동반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느껴지는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한 떨림이다. 사실은 기사 등록을 하고 보험심사까지 마친지는 이틀이 지났다. 이틀 전부터 운행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막상 콜을 잡아 기사 노릇을 한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무서운 떨림이었다. 하지만, 내일은 무조건 전화기를 집어 일을 시작할 것이다. 두려움에 떨고만 있기엔 내 현실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은 가벼운 도전 정도로 느끼거나, 이렇게 벌벌 떠는 나를 우습게 여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해도 좋다. 난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그리고 가족들에게 금전적인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안락함에 익숙해진 나의 인생을 다시금 일깨우기 위해 그렇게 머뭇거렸던 것이다. 자, 내일부터는 운전대를 잡고 일을 할 것이다. 아직도 가슴이 약간은 울렁거린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묻고 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