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 골프엔 역시 재즈야

Chet Baker - Everytime we say goodbye

by 도미니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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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빠져 있는 취미 중 하나는 바로 골프이다. 경제적인 문제로 투잡을 뛰는 대리운전기사의 취미가 골프라니 아이러니할 것이다.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의 월급으로 라운딩을 도는 그런 호화스러운 골퍼는 아니다. 내 돈이 거의 들지 않는 선에서 라운딩을 나가고, 그마저도 가끔은 돈을 벌어오는 경우도 있기에 금전적인 부분으로는 부담이 별로 없는 취미다. 물론 연습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하기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즐기지는 못하지만, 나이가 들어 궁극적으로 금전적인 부분과 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 선에서 전 세계 유명 골프장을 중심으로 라운딩 하며 여행하는 삶을 꿈꾸는 소박한 골퍼일 뿐이다.


실력은 미천하나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치지 않는다 생각한다.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 선수들은 시즌 투어가 시작되면 흔히 하는 말로 잠잘 때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연습 경기와 스윙 연습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프로 선수들도 매 경기마다 '오늘 참 이상하게 샷이 안되네'를 반복하며 불만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골프 게임이 어렵다는 것이고,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이유다. 구력에 관계없이 골퍼들은 자신이 기록했던 최저타(Best Score), 최장의 드라이버 비거리 또는 역대 최고의 아이언 샷, 어프로치 샷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둔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는 그런 기분 좋은 기억들을 자신의 기본 실력으로 믿고 싶어 하며, 기억해둔 그런 샷으로 언제든지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라운드 때마다 '참 이상하게 샷이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 골퍼들이 천신만고 끝에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 인터뷰 중에 늘 하는 말은 "꿈이 이루어졌다(Dream Came True)"이다. 투어 프로들이 그토록 바라는 그 꿈은 바로 '오늘 이상하게 안 되는 샷'을 확 줄여 버리는 것이며 비슷한 최악의 실수를 없애기 위해서 시즌 내내 쉴 틈 없이 노력하고 연습하는 것일 것이다. 영화에서나 벌어질 만한 말도 안 되는 대박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평소 잘 안 되는 것들을 가다듬고 잘 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매일 스윙하는 것이 바로 골프이다. 대박을 노리며 복권 한 장에 울고 웃는 인생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그리고 담대하고 꾸준히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다 보면 성공에 한 발짝씩 다가가 언젠가는 목표했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골프이고 인생이라 생각한다.


R1280x0.png 골프장으로 올라가는 길. 심지어 도보도 없다.



선릉에서 콜을 잡아 용인 쪽으로 차를 몰고 내려갔다. 차분한 여사님의 차를 몰고 러시 아우어를 피해 나름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음 콜을 살펴보며 물을 한잔 마시고 있었다. 콜이 떴다. 88cc였고, 거리도 1킬로 정도였기에 냉큼 콜을 잡았다. 코로나로 인해 콜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위치를 보며 목적지와 가격을 비교하는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다. 콜을 잡고 손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주차장에 있으니 주차장으로 오라셨다. 지도 어플을 켜고 걸어가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1킬로미터 거리였는데 그것은 골프장 입구까지의 거리가 1킬로미터였던 것이다.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6킬로미터. 이미 간다고 손님과 통화를 나눴던 터라 취소할 수도 없었다. 손님께 10분 정도 걸릴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고,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6킬로미터. 대충 PAR4 정규홀의 길이가 400미터 정도, PAR5 정규홀이 500미터 정도이니 길 수밖에 없었다. 20대 때 종종 10킬로 미터 마라톤을 한 시간 안쪽으로 뛰며 나름 체력이라곤 자신이 있었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그나마 대리운전을 시작하기 전 두어 달간 최근 후 한 시간씩 걸었던 것이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달렸다. 골프를 쳐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골프장은 산을 끼고 있다. 국토의 70프로 이상인 나라에서 당연히 평지는 주택가 들일 테고, 골프장은 대부분 오지의 산에 많이 위치해 있다. 88cc는 나름 명문 구장임에도 산속으로 많이 들어가야만 했다. 오르막길은 끝이 없었고, 7월의 오후 6시는 아직도 너무 더운 날씨였다. 땀은 비 오듯 흘렀고, 마스크 때문에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상의는 땀에 젖어 색이 바래질 정도였고, 신발 안 양말도 땀에 젖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남은 거리는 줄지를 않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가방을 둘러메고 정말 오랜만에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뛰었다. 겨우겨우 도착을 해서 손님을 모시고 강남으로 다시 올라갔다.


손님을 내려드리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년 라운딩을 했던 골프장의 손님에서 대리 운전기사로 다시 방문하게 된 골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극단적이었다. 골프는 한 라운딩당 굉장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한다. 라운딩 시간만 잡아도 6시간 정도이고 대부분 한두 시간 정도의 거리를 운전하고 가야 한다. 6시간이다 보니 대부분 골프장 근천에서 점심을 먹고 라운딩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술을 먹고 집을 가는 시나리오인데, 라운딩 비용에, 오가는 교통비, 식비, 술값을 모두 합하며 1인당 못해도 최소 30만 원 이상은 들 것이다. 거기에 레슨비며, 골프공, 골프 장비, 골프 의류까지 비싼 취미생활이다. 지난달에는 골프를 치기 위한 손님으로 골프장을 방문했고, 오늘은 골프장에 대리기사로 오게 된 것이다. 자괴감 같은 기분이 들진 않았다. 필드를 자주 나가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필드를 나가지 못해 괴롭거나 나 자신이 처량해 보이진 않았다. 나이가 들어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매일 즐길 거라는 꿈이 있었기에 그리 비극적이진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손님이 부럽기도 했다.






예전 마스터스 우승으로 감동적인 재기의 드라마를 연출한 타이거 우즈는 대회 전 연습장에서 곧잘 이어폰을 꽂은 채 연습해 많은 골프 팬들의 궁금함을 자아냈다. 우즈는 연습할 때 주로 어떤 음악을 듣고 또 음악은 왜 듣는 것일까? 혹시 음악이 골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즈는 평소 자신의 휴대폰에 약 300여 곡의 음악을 저장해 다니면서 연습이나 휴식 때 틈나는 대로 듣는다고 한다. R&B나 힙합을 주로 들으며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를 가장 좋아하지만, 의외로 반 헤일렌이나 U2 같은 록밴드의 음악도 즐겨 듣는 편이라 한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나 시합 직전 첫 번째 홀로 걸어가면서 듣는 음악은 90년대 중반 활동했던 영국의 R&B 가수 마크 모리슨의 ‘맥의 귀환(Return of the Mack)’이다. 사랑하던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감옥까지 다녀온 모리슨 자신의 경험을 담은 노래지만, 가사와는 다르게 강한 비트에 후렴구가 반복되는 흥겨운 분위기의 곡이다.

비록 골프규칙 때문에 시합 중에 음악을 들을 수는 없지만, 우즈 외에 많은 골퍼들이 연습이나 연습라운드 때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로리 매킬로이는 연습의 지루함을 잊고 주변 소음을 차단해 보다 집중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스윙의 리듬감을 위해 주로 부드럽고 편안한 곡을 선택하는데, 같은 영국 출신의 밴드 콜드플레이와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의 음악을 좋아한다. 반대로 체육관에서 강도 높은 근력훈련을 할 때는 카니예 웨스트나 제이 지의 힙합 음악을 들으며 힘든 훈련의 고통을 잊는다. 이처럼 음악을 달고 살다시피 하다 보니 매킬로이는 한 유명 오디오 제조사 광고 모델로 뽑히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의 패트릭 리드와 영국의 이안 폴터 등도 음악과 함께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리드는 2018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당시 라운드 직전 미국의 록밴드 이매진 드래곤스의 히트곡 ‘라디오 액티브’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으며 첫 메이저 우승 도전의 긴장감을 잊고 자신감을 북돋우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음악이 골프에 과연 도움이 될까? 음악과 스포츠의 관계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영국 브루넬대학의 스포츠 심리학자 캐러 조지 어스 교수에 따르면 먼저 라운드 직전 듣는 편안한 음악은 혈압과 맥박을 떨어뜨려 긴장이나 각성 수준을 낮춤으로써 라운드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또 음악은 골퍼의 리듬과 동작을 동기화해 스윙 템포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연습 때도 음악은 연습의 무료함이나 피곤함을 잊게 할 뿐 아니라 일종의 기억 단서 역할을 함으로써 훈련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연습할 때 음악은 일종의 백색소음(white noise) 역할을 한다. 국내의 한 심리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색소음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집중력을 47.7% 향상하고 기억력은 9.6% 높여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는 27.1% 낮추고 학습시간은 13.63%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소음이란 평소에 들을 수 있는 자연음으로, 전체적으로 균등하고 일정한 주파수 범위를 나타내는 소리를 말한다. 흰 빛과 같이 모든 범위의 주파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백색 소음이라고 부른다. 한편 미국 클락슨 대학에서 실시한 한 실험에서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퍼팅했을 때, 클래식, 록, 컨트리, 힙합 등을 들었을 때 보다 퍼팅 성공률이 높게 나왔다. 아마도 재즈의 즉흥성이 골퍼의 상상력을 자극해 그린을 읽거나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난 지금 라운딩을 하는 중이다. 아마도 18홀 중에 전반이라고 일컫는 8번 홀이나, 9번 홀쯤 와있는 것 같다. 전반에 못 쳤더라도, 후반에 잘 만회하면 좋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시점이다. 반대로 전반에 잘 쳤어도 후반 라운드를 그르치며 저조한 스코어를 기록할 수도 있는 일종의 반환점에 서 있는 셈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수많은 변화를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성공적으로 라운딩을 잘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라운딩을 후회한다 해도 이미 늦었고, 그 시간에 다음 홀을 준비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골프는 인생이다. 골프 명언 중에 이런 명언이 있다.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 인생 아무도 모르는 거야. 난 아직 전반 라운딩 중이고 멋진 라운딩으로 정규홀을 마칠 수 있어.

그렇게 믿으며 쳇 베이커의 음악을 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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