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차>집으로 가는 길

Michael Kiwanuka - home again

by 도미니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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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킨텍스 근처에서 콜을 잡았다. 탄현 방향으로 가는 콜이었다. 먼 거리의 운행은 아니었지만, 워낙 코로나로 인해 대리운전 콜 수가 줄어든 요즘 거리과 가격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던 나는 덜컥 그 콜을 잡아버렸다. 고객을 만나기 위해 600미터 남짓을 열심히 달렸다. 주차장에서 대리 기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 가족이었다. 귀여운 딸과 엄마, 아빠 이렇게 세 명의 가족은 집으로 가기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음주를 하여 대리운전을 불렀던 것 같았다. 온화한 표정으로 아빠가 내게 말했다.


"아이고, 기사님 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


"제 일인걸요.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출발합니다."


그렇게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탄현 쪽을 향해 차를 몰았다. 가족 간의 대화를 의도치 않게 엿들으며 운행을 했다. 중학생 즈음되어 보이는 딸과 엄마, 아빠 간의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화목한 가정인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아 우울한 딸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다독여 주시는 아빠. 후회 없이 열심히 했다면 그 과정에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을 했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응원하는 엄마. 정말 화목한 가정처럼 보였다. 처음 보는 대리기사에게도 응원의 말을 잊지 않았고, 아파트 출구 버스정류장과 술집이 몰려 있어서 다음 콜을 잘 받을 수 있는 곳까지 자세히 알려주시며 팁 5000원을 주시며 90도로 인사를 하며 떠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팁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기보다는 배려를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안전하게 운행을 해서 적당한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을 하면 되는 일을 하는 나에게 손님들이 잠시 내어주는 배려는 실로 고맙다.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며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에도 기사님에게 인사하는 일이 줄었다. 택시를 탈 때도,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에도 그랬다. 친절은 돈이 들지 않는 일이지만, 나에겐 그런 친절을 베풀만한 마음의 공간이 없었나 보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분들에게도 눈길도 주지 않았고,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영수증 버려주세요"같은 이상한 말이나 내뱉으며 상대방의 기분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예전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늘 나에게 어릴 때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인사는 돈이 들지 않는다."

꼬꼬마 시절부터 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했고, 인사를 하면서 나도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아는 분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모르는 어른들에게도 기분 좋게 인사했다. 나이는 점점 들었고, 어느 책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이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 당시 인생에 지치고 힘들 때였는지 그 말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고, 나 자신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녀석이 남을 챙기는 마음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렇게 잘하던 양보도 나에겐 어느새 사치로 느껴졌고,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뒷문을 잡아 주던 일들마저도 하지 않았다. 나의 친절이 상대방의 무관심으로 돌아왔기에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나의 마음 때문이었다. 내가 이런 배려를 해주면 나도 그런 배려를 받겠지 하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 친절이 지금과 같은 나를 만든 것 같다. 친절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해야 하는 것이고, 대가를 바라지 않은 것이야 말로 친절인 셈이다. 내가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고 남보다는 나를 아껴야 한다고 포장하며 친절을 사치로 여겼던 것 같다.


친절하게 나를 대해준 가족 덕분에 나이가 들며 잠시 잊고 있던 친절과 배려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은 친절은 오히려 내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나의 마음이 편하게 되니 세상 모든 것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울컥하며 화를 내는 일도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었고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들도 점점 줄어갔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불만과 짜증이 가득한 인생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아닌 남들이 좋게 봐주는 인생을 살기 위해 눈치 보며 살았던 것 같다. 잠시나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친절한 가족을 떠나보내고, 버스를 탔다. 기사님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라면 터벅터벅 한숨 범벅으로 걷던 집으로 가는 길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착했다. Michael Kiwanuka의 home again을 들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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