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on - HEARTBREAK ANNIVERSARY
코로나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마스크는 이미 일상이다. 이제는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어색할 정도이다.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치킨집을 운영하시는 형님은 몇 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진심으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그 형님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게 다가오고 있는 요즘이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오는 이 전염성 강한 질병은 나에게도 타격이다. 투잡으로 대리 운전을 하는 나에게 4단계 대책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술을 먹는 사람도 적어졌을 뿐 아니라 밤의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코로나로 위험한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밤늦게까지 술을 먹고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라진 않는다. 하루빨리 정상화가 되기만을 우리 모두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바라본다.
이제는 운전을 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경제적 보탬을 위해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1만 원 정도 벌어가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밤 11시까지 5~6시간을 근무하고 1만 원이라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렇게 더운 열대야가 발생하는 시기에 밖에서 땀을 흘려가며 기다리고, 뛰고, 운전하는 이 직업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운이 좋게 콜을 잡아서 운행을 하고 나더라도 후속 콜이 없어서 한두 시간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일이 잦아졌다. 남는 시간은 주로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보냈는데,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뭔가 남을 만한 그리고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해본 것이 상권 탐방 및 점포 탐방이다. 기업 탐방을 본업으로 하는 사람인 내가 점포 탐방을 하는 것이야 말로 나중을 위한 나의 준비로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돈을 번다면 무엇을 할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늘 고민해보았는데 결과는 LP bar였다. 나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게 난 항상 좋았다. 그 사람의 기분에 맞춰 노래를 틀어주고 함께 이야기하며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나누는 일을 좋아했다. 그래서 어려서도 방송반에 가입을 해 친구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LP bar였다. 수많은 LP bar들이 존재할 것이고,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운영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나중의 내 꿈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의미 없이 의자에 앉아 대기하기보다는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콜은 술집 밀집지역에 위치해있었기에 bar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어떤 인테리어와 어떤 콘셉트로 영업하는지 살펴보았다. 주로 어떤 노래들을 틀어주고, 직원은 몇 명 인지도 살펴보았다. 술을 먹으면 운전을 못하니 대부분은 밖에서 지켜보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콜이 일찍 끊길 경우는 칵테일을 한잔 마시면서 주인과 대화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5곳의 bar들을 탐방하였고, 내용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할 때는 어떤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점은 개선해야 할지들도 적어가며 차근차근 준비하기로 했다. 음악에 대해서도 식견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술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권분석에서부터, 주류 관련된 일들부터 직원 운영까지 너무나 방대한 것들이 난제로 남아있지만 하나씩 알아가면서 공부해볼 생각이다.
먼저 주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할 예정이다. 칵테일 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 bar의 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술에 대해서 특히 위스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세히 공부하려 한다. 술의 역사나 배경을 알고 먹는 것은 그냥 취하기 위해 먹는 술과는 천지 차이이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흰쌀밥보다는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농사지어 어떻게 가공하여 지어진 쌀인지를 알고 맛있는 반찬들과 함께 먹는 한상 거나하게 차려진 밥상에서 먹는 밥이 더 큰 의미가 있듯이 말이다. 음악도 재즈 쪽을 더욱 공부해볼 생각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바 테이블 뒤에서 잔잔한 음악을 틀며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내가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딘지 모르게 슬픔에 젖어있는 손님에게 그를 위로하는 노래 한곡과 술 한잔을 만들어주며 약간의 위안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 그리고 별거 아닌 나라는 사람이 그런 위안을 줄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 남들이 생각할 때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큰돈도 벌고 싶고, 성공도 하고 싶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도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40이 넘어간 지금에서야 현실적으로 받아 들 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친구에게 그렇듯, 가족에게 그렇듯 조용히 위로해주기도 하고, 기쁜 일에는 내일처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우린 우리의 고민과 걱정을 나아닌 사람들에게 말하고 위안받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행복한 것 같고, 나만 불행하다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세상이다. 친한 친구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걱정과 고민들을 잘 모르는 택시기사나, 나 같은 대리운전기사에게는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것처럼 늘 그 자리에서 가볍게나마 위로와 걱정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되고싶다. 그게 전부다. 젊을의 열정을 약간 잃어버린 현시점에서 내가 그릴 수 있는 가장 멋지고 거대한 꿈이다. 그러한 미래를 꿈꾸며 오늘도 없는 콜을 기다리며 난 밤거리를 탐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