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차>내가 바로하이웨이 스타

Deep Purple - highway star

by 도미니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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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사무실 의자에 반쯤 누웠다.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밖으로 세어 나가지 않을 정도로 ac/dc의신나는 록 음악들을 듣고 있었다. 다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어떻게 대응하고, 운전해야 할지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손님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고, 운전은 어떻게 하며, 사소한 옷차림에서부터 운전 스타일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꼼꼼히 점검을 하고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두려움이 훨씬 컸다. 당연히 처음 하는 일이고, 또 남의 차를 운전한다는 리스크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가 찢어지도록 내 귀를 울리는 메탈리카와 메가데스 그리고 펄잼, 너바나의 안 그래도 강열한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내 심장 박동 소리도 빠르게 울리고 있었다.


전략적으로 운전을 하기 위한 일종의 작전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15~20킬로미터 내외의 콜은 2만 원에서 2만 5천 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15~20킬로미터 내외의 짧은 거리의 다수의 콜을 잡아 빠르게 움직일 것인가, 아니면 30~40킬로 미터 거리의 콜은 4만 원 내외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장거리를 잡아 움직일 것이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핸드폰 상의 콜 리스트를 보다 보면 올라오자마자 1초도 안되어 새로운 지명을 생각하다 보면 다른 대리 기사님들이 콜을 잡아 버렸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분당까지 3만 원? 적당한 가격일까? 하고 잠깐 고민하는 사이 콜 리스트에서 그 콜은 사라졌다. 강남에서 용산 가는 콜인데 지금 퇴근시간이고 거리는 가까운데 막혀서 한 시간 이상 걸릴 텐데 하는 생각을 하자마자 콜 리스트는 사라졌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이 흐르니 마음이 더 초조해졌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역시 인생은 실전이라더니 딱 그랬다. 이렇게 내 맘에 드는 콜을 잡아서 원하는 거리, 원하는 시간, 원하는 손님을 모시고 원하는 가격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뜨는 콜을 무조건 잡아서 가보기로 했다. 난 아직 한 번의 대리운전의 경험도 없고, 남의 차를 운전해본 경험도 거의 전무했기에 오히려 내가 가진 리스크보단 손님이 가지는 리스크가 더 컸을 것이다. 약간의 미안함을 가지고 이번에는 콜 리스트가 뜨자마자 난 그 콜을 잡아 대망의 첫 콜을 잡기로 결심하고 핸드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벌써부터 손목은 시큰시큰해졌다. 집중을 하기 위해 귀에 꽂아두었던 이어폰도 빼고 핸드폰 콜 리스트 화면에 집중을 했다.


둔탁한 핸드폰의 진동과 함께 콜이 떴다. 어딘지 볼 시간도 없이 난 그렇게 나의 첫 콜을 잡았다. 잡고 보니 회사 근처 300미터 거리에서 출발하여 일산으로 향하는 콜이었다. 여러 번이고 시뮬레이션했던 상황이라 당황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덜덜덜 손이 떨리고 있었다. 크게 침을 삼켜 넘기고는 손님에게 전화했다.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손님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네에" 얼큰하게 취한 중년 남자 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대리기삽니다. 5분 안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도착하겠습니다." 군대에서 처음 전화받는 교육을 받았던 신병처럼 수없이 반복했던 그 말을 손님에게 남겼다. " 네, 천천히 오세요"라는 답이 들려왔다. 신발을 고쳐 신고, 가방을 둘러메고는 허겁지겁 손님이 있는 위치로 뛰어갔다. 회사에서 점심 먹으러 자주 가던 곳이 마침 출발지였다. 3분이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부리나케 뛰어서 1분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긴장한 데다가 뛰어갔더니 심장이 터질 듯했다. 누가 보면 단거리 육상선수가 골인지점을 들어와서 숨 쉬는 것처럼 어깨를 심하게 들썩였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단번에 누가 손님인지 알 것 같았다. 동료들과 껴안으며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며 "기사님 이제 가시죠"라며 나를 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그랬다. 난 기사였다. 5분 전만 해도 난 나름의 위치에서 인정받으며 큰 문제없는 일을 해왔던 한 회사의 직원이었다. 짧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왔더니 이제 난 기사였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 7시가 넘어가면서부터 나는 기사가 되어있었고, 모르는 사람의 차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운전을 하는 직업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묘하게 긴장되면서도,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것만 같은 기대감이 공존했다. 그렇게 손님이 안내해준 주차장으로 걸어가 차에 올라탔다. 이 부분에서 난 당황을 했다. 차가 승용차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대리운전이란, 사업차 또는 일을 하다가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시게 되어 차를 운전할 수 없어 대리 운전기사를 부르는 게 내 일반적인 대리 운전의 모습이었다. 물론 이 손님도 일을 마치고 술 한잔을 하고 집에 가야 했기에 날 부른 게 맞았다. 하지만, 난 트럭을 몰고 내 첫 번째 대리운전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 "트럭 운전할 줄 아시죠?"라는 질문에 난 내 첫 번째 콜을 날려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가격도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좋은 가격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선 "네, 그럼요"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와버렸다. 시동을 걸고 힘차게 출발했다. 그나마 출발지는 10년 다닌 회사의 근처였기에 그리고 목적지도 내가 집으로 가는 길과 비슷한 방향이었기에 도로나 목적지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차였다. 스틱까지는 아니었지만, 원래 운전하던 내차보다 훨씬 큰 크기였고, 브레이크도 잘 들지를 않았다. 옆에 앉아 담배를 하나 피워 문 손님은 이렇게 말했다. "이틀 전엔가 졸다가 제가 앞차를 박았는데, 아직 수리를 못했어요." 안 그래도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는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 버렸다. 강변북로 정도를 운전하다 보니 운전에는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차 상태는 좋았지만, 얼마 전 사고라는 말만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손님은 바쁘셨다. 함께 술 먹은 동료들과 통화하고, 비즈니스 관련 통화를 하며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퇴근시간이 걸려서 1시간 이상을 운전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떻게 운전하고 왔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을 했다. 아니, 운전에만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라디오 소리도 크게 키워놨고 중간에 내가 좋아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가 나온 건 기억하는데 또 생각해보려니 노래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뚜렷하게 기억나는 손님의 말이 있다.


강변북로를 타고 자유로 쪽으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기사님, 딱 보니깐 투잡 하시는 것 같은데. 일 힘드시죠?"라고 물었다. 운전에 집중해서였는지 약간의 생각할 틈도 없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요새 안 힘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드라마에서나 책에서 이어질 듯한 전형적인 바른 답변의 예를 들듯 나도 모르게 그런 대답이 나왔다. 그러자 손님은 "저도 외벌이라 너무 힘드네요. 제가 조경 쪽 일을 하거든요. 날도 더운데 일은 없고, 일이 있어도 날이 덥고 몸이 힘드네요. 동료직원들 오늘 땀 많이 흘리고 저도 그래서 오늘 고기에 소주 한잔 했습니다. 하하" 하고 웃으셨다. "아, 그러셨구나. 요즘 날씨가 엄청 덥더라고요."라고 난 무심한 듯 대답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난 이 큰 차를 톨게이트에서 빠져나갈 때 어떻게 나가야 할까 하는 걱정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긴장한 내 모습을 들켰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말이라도 친근하게 걸어주어 고마웠다. 톨게이트도 문제였지만, 미숙한 운전으로 인해 예상 시간보다 10분 정도 지체된 상황이었기에 난 더욱 운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왼손으로는 핸들을, 오른손으로는 내비게이션이 켜진 핸드폰을 쥐도 온갖 신경을 집중해하고 있는 운전 때문이었는지 목덜미는 저려오고, 화장실은 자꾸 가고 싶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자주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시던 손님 때문에 삐질삐질 땀은 땀대로 등을 적셨다. 수시로 백밀러를 살피고, 급정거를 하지 않기 위해 앞차와 뒤차의 간격을 살피며 난 운전에 집중했다. 깜빡이도 미리 넣고 정차할 때도 브레이크를 밟는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도로에 전날 비가 와서 움푹 파인 곳도 부드럽게 피해 가기 위해 눈을 떼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운행을 마쳐가고 있었고, 내비게이션상으로는 신호대기 중이던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300미터 정도 가다 우회전을 하면 도착이었다.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며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자동차 안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나뒹굴던 반쯤 먹다 만 음료수통과 주인 잃은 양말 한 짝. 주먹으로 꽉 쥐어서 찌그러진 담뱃갑과 자세한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귀여운 아이와 여성과 덩치 큰 남성의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찌는듯한 태양 아래에서 가족을 위해 일하고 소주 한잔을 걸치고 집에 들어가는 가장은 잠에서 깨서 연신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선 언제 도착하느냐는 기다림에 지친듯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기분 좋게 취한 가장은 금방 도착한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무사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운행료로 3만 5천 원을 받아 들고는 밖으로 나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첫 번째 나의 운행은 마무리되었다. 특별할만한 일도 없었고, 걱정했던 리스크도 없었다. 무사히 운전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었다. 한 시간 남짓 나의 운전으로 손에 쥔 3만 5천 원이든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동안 손을 빼지 않았다. 돈을 벌었다는 성취감에 취한 게 아니라, 그동안 돈의 소중함이나 노동의 가치를 너무나 쉽게 생각했던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실제 수수료 20%를 제하고 내게 남겨진 돈은 28000원. 친구들과 술 한잔 하기에는 모자란 돈이기도 했고, 점심식사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기에도 빠듯한 돈을 주머니 속으로 만지작 거리며 40여 년간 흐리멍텅 생각하고 있던 노동과 돈의 가치를 매치시키고 있었다. 운전하는 내내 안전하게 빠르고 부드럽게 목적지에 도착을 해야 한다고 끝없이 생각하던 내 모습은 사라졌고, 가치의 경중을 비교하고 생각하는 한 명의 철학도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일을 하기 전 수없이 고민하고 시작을 망설였던 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는 스타일의 나에게 첫 번째 운행은 나에게 희미하지만 확실한 답을 알려주는 듯했다. 앞으로도 수많은 경험과 수많은 가르침을 받을 생각을 하니, 더운 여름밤의 운행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얼른 다음 콜을 잡아 몇 번 더 운행을 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일산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부천으로 두 건의 운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첫날이었기에 긴장을 했던 터인지, 새로운 경험과 가르침을 되새기고 떠올리느냐 흥분해서였는지 몸은 피곤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어두운 차창으로 비껴가는 수많은 가로등을 보며 딥 퍼플의 하이웨이 스타를 들었다. 돈도 벌고 인생에 대한 가르침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어느새 박자에 기타 리프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오프닝 리프에 들어가기 전 소절과 기타 솔로를 듣고 있자면 고속도로에서 터널로 빨려 들어갈 때 조수석 창문으로 미끄러져 날아가는 듯한 빛의 형태들이 떠오른다. 돈을 벌어 신난 것도 있었지만, 난 아직 내가 내 변변치 않은 능력으로나마 새로운 경험을 도전할 수 있음에 안도감으로 흥분했다. 그리고 아직은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배우고 받아들일만한 마음의 여유도 있음을 확인했기에 기분이 좋았던것 같다. 그렇게 세 번 정도 곡을 돌려 들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난 하이웨이 스타였다.








Nobody gonna take my car
아무도 내 차를 따라잡지 못해.


I'm gonna race it to the ground
난 차를 몰고 질주할 거야.


Nobody gonna beat my car
아무도 내 차를 이길 수 없어.


It's gonna break the speed of sound
내 차는 음속을 돌파할 거야.


Oooh it's a killing machine
이건 죽이는 차야.





I love it and I need it
난 이 차가 좋아.


I bleed it yeah it's a wild hurricane
브레이크를 고장 내겠어. 이건 거친 허리케인이지.


Alright hold tight I'm a highway star
좋아. 꽉 잡아. 난 하이웨이 스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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