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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니꾸 Oct 20. 2020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LAS VEGAS 그리고 영화 Leaving Las Vegas




 감독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이 영화의 감독 마이크 피기스는 음악으로 예술을 시작했다. 지금도 작곡가, 트럼펫·키보드 연주에 음악 감독, 오페라 연출, 각본가, 사진가로 전방위로 활동하는 예술인이다. 이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의 연출뿐만 아니라 음악 감독도 맡았다. 사운드트랙에 스팅의 노래가 3곡이나 포함된 이유도 피기스 감독이 원래부터 스팅과 알고 지내던 사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에 배우로도 출연한 인연이 있는 마이크 피기스와 스팅은 저예산으로 감독이 어렵게 노래를 부탁하자 흔쾌히 하루 만에 3곡을 녹음해 주었다고 한다. 내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역시 스팅이었다. 무거운 분위기에 차갑게 깔리던 스팅의 목소리는 영화로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귀로 고스란히 들려주었다. 오랜 기간이 지난 뒤 다시 한번 dvd를 통해 영화를 보았을 때 영화의 많은 장면이나 대사는 거의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와 음악이 나온 신은 또렸하게 기억이 났을 정도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는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과 직장을 잃은 벤(니콜라스 케이지)과 성매매를 하는 세라(엘리자베스 슈)의 이야기가 어둡고 또 우울했지만, 훌륭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멋진 사랑이 멋진 가정을 꾸리고 아들 딸 낳아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사랑이라면 이 영화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난 슬픈 사랑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 수많은 사랑이 있고, 우리는 일반적인 사랑의 의미로 모든 사랑을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주류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알코올 중독자와 성매매 종사자 간의 사랑이라고 무시하고 낮춰볼 것이 아니란 소리다. 영화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된다. 술에 항상 취해있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성매매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길거리 여인에게서 유일하게 사랑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시간은 술에 취해 있는 시간과 그 술에 취한 남자와 길거리 여인이 함께한 시간들 뿐이다.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마지막 시리즈를 무거운 분위기의 이 영화로 하기는 싫었지만, 여행의 마지막을 생각할 무렵 마냥 밝고 희망찬 일탈의 도시 뒤에는 어둡고 차가운 음지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스팅의 음악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내 욕심도 한몫했다.






"My one and only love - Sting"


사실 이 곡은 스팅 말고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사랑한 노래이다. 1948년이 처음으로 알려져 있는데, 프랭크 시나트라, 로드 스튜어트, 폴 메카트니, 루이 암스트롱 등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입을 거쳐갔다. 내가 처음 접한 것은 스팅이 부른 곡이었다. 영어를 그리 잘하지 못해 가능하면 전체 가사를 모두 해석하고 표현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이 음악만큼은 부족한 실력이지만 적어보려 한다. 오역에 주의하시길...



The very thought of you makes my heart sing

당신 생각, 그것만으로도 내 심장을 노래하게 만들죠

Like an April breeze on the wings of spring,

4월의 봄 날개에 실려온 산들바람처럼

and you appear in all your splendor. my one and only love.

그리고 온몸에 광채를 밝히며 당신이 나타나죠. 내 사람, 하나뿐인 사랑



The shadows fall and spread their mystic charms In the hush of night while you're in my arms.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풍기며 이 밤의 고요 안에서 당신 팔에 안겨...
I feel your lips, so warm and tender, My one and only love.

 난 당신의 입술과 그토록 따스하고 부드럽던 내 사람, 하나뿐인 사랑




The touch of your hand is like heaven, A heaven that I've never known.

당신의 손은 마치 천국 같아요, 내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천국
The blush on your cheek whenever I speak Tells me that you are my own.

내가 말할 때마다 띠는 당신의 홍조가 당신은 나만의 사랑임을 말해주네요




You fill my eager heart with such desire. Every kiss you give sets my soul on fire.

타오르는 가슴을 채워주는 당신이라는 열정. 내 영혼을 불태워주는 당신의 키스
I give myself in sweet surrender, My one and only love.

난 당신의 달콤한 포로가 되겠어요, 단 하나뿐인 내 사랑




술 때문에 아내가 자신을 떠난 것인지, 아내가 떠나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도 기억나지 않는 알코올 중독자 벤은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가게 된다. 술, 마약, 도박이 허용되는 유일한 도시에서 그는 삶의 마지막을 보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세라 또한 마찬가지이다. 몸을 팔아 하루하루를 근근이 견디는 그녀 또한 남들의 여흥이 되어주며 본인은 지옥의 나날을 보내는 괴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삶의 마지막을 보려 하는 남자와 삶의 마지막을 연장 또 연장하며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 서로는 유일한 사랑이었으리라. 알코올 중독자와 길거리 여자 간의 사랑. 사람들이 말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이건 간에 그들은 서로 진정한 사랑임을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에서 느꼈을 것이다.




"Angel Eyes - Sting"


그도 그녀를 바꾸려 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자와 길거리 여자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사랑한 것이다. 4주간의 시간이 남은 알코올 중독자에게 힙 플라스크를 선물하는 세라. 그녀는 알고 있다. 술이 전부인 그에게 술을 끊으라 말하는 것은 그들의 관계 또한 끝임을 말이다.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야 알코올 중독 병원 가서 고치고, 길거리 생활도 접고 열심히 근면하게 노동해서 돈 벌어 알콩달콩 가정 꾸리고 경제적으론 부족하더라도 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식의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가 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상대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그들의 사랑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끝임을 알고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어도 고치거나 변하기 쉽지 않은 게 인생이다. 이미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알코올 중독자와 이미 마지막까지 와버린 여자가 할 수 있는 사랑은 어쩌면 이게 최선 인지도 모른다.


알코올 기운이 떨어진 벤이 침대에 누워 환각증세를 느끼고 있을 때 뒤에서 세라가 그런 그를 돌봐주는 신에서 벤은 말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가?"

라고 말이다. 그런 벤에게 세라는 분명 천사였을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천사.


가사와 곡의 분위기, 연주 그리고 스팅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꼭 들어봤으면 하는 곡 중 하나. 강력하게 추천하는 곡이다. 방황하는 라스베이거스의 길 잃은 천사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다.



Have you ever had the feeling

당신은 그런 적 있으신가요

That the world's gone and left you behind

세상이 날 버리고 다 떠나버렸다고 느껴본 적

Have you ever had the feeling

당신 이런 적은 있으신가요

That you're that close to losing your mind

정신을 잃기 직전이라고 느껴본 적  



You look around each corner

당신은 구석구석을 찾아보며

Hoping that she's there

그녀가 그곳에 있기를 바라죠

You try to play it cool perhaps

아무렇지도 않은척하고

Pretend that you don't care

신경 쓰지 않는 척 연기하죠

But it doesn't do a bit of good

근데, 그건 아무 도움이 안 돼요

You got to seek till you find

찾을 때까지 노력해야만 해요

Or you never unwind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편하지 못할 거니까... 


 

Try to think

That love is not around

내 주위에 사랑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Still it's uncomfortably near

불편하게도 가까이 있네요

My old heart

내 오랜 사랑은

Ain't gaining no ground

희미해져만 가네요

Because my angel eyes ain't here

내 천사의 눈동자가 여기 없기 때문에  




Angel eyes

That old devil sent

지독한 악마가 보낸 천사의 눈동자

They glow unbearably bright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밝게 빛나네요

Need I say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That my love's misspent

헛된 사랑이었다는 거

Misspent with angel eyes tonight

천사의 눈동자에 오늘 밤 홀렸을 뿐이라는 거  



So drink up all you people

그러니까 다들 취해봐요

Order anything you see

보이는 모든 거 다 시켜도 돼요

Have fun you happy people

즐기세요 그저 행복한 당신들은

The drink and the laugh's on me

술과 비웃음은 제 몫이니까요  



Pardon me

용서해줘요

But I gotta run

하지만 이젠 서둘러 가야겠어요

The fact's uncomfortably clear

기분 나쁘지만 이젠 뚜렷해졌어요

Gotta find

Who's now number one

가장 중요한 사람을 찾아야 해요

And why my angel eyes ain't here

내 천사의 눈동자가 여기에 없는 이유를요

Tell me why my angel eyes ain't here

내 천사의 눈동자가 왜 여기 없는지 말해줄래요?

Asking why my angel eyes ain't here

왜 천사의 눈동자가 여기 없는지 묻고 있잖아요



Excuse me while I disappear

실례 좀 할게요, 내가 없는 동안  





"Come rain or come shine - Don Henley"



 많이 들어본 목소리 일 것이다. 그렇다 호텔 캘리포니아나 데스페라도를 부른 이글스의 보컬의 목소리이다.

don henley다.

 이글스는 초창기에 여성 록 싱어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의 반주 그룹으로 일하다가 197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돈 헨리(Don Henley:1947∼), 글렌 프레이(Glenn Frey:1948∼), 버니 리던(Bernie Leadon:1947∼), 랜디 마이스너(Randy Meisner:1946∼)가 모여 결성했다.

 이후 돈 펠더(DonFelder:1947∼), 조 월시(Joe Walsh:1947∼), 티모시 비 슈미트(Timothy B. Schmit:1947∼)가 합류했다. 이글스는 1972년 Asylum Record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같은 해 데뷔 앨범인 '이글스(Eagles)'와 싱글 '테이크 잇 이지(Take It Easy)'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76년 발표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호텔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만 1600만 장 넘게 팔려, 이글스를 만들어 준 대표곡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글스 곡 대부분의 보컬을 돈 헨리가 담당해 일부 사람들은 '이글스=돈 헨리'라는 생각이 드는지 이글스의 다른 멤버가 보컬을 담당한 히트곡들을 듣고 '이글스의 리드 보컬은 자주 바뀌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모두가 보컬이죠"라는 돈 헨리의 말처럼 이글스는 모든 멤버들이 노래를 부르고 작곡에 참여하며 각자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밴드다. 비록 활동기간은 짧았지만 이들의 노래가 여전히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록, 컨트리, 발라드 등 곡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come rain or come shine도 수많은 가수들을 거친 곡이다. 빌리 할러데이나, 시나트라, 비비 킹, 레이 찰스, 빌 에반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등이 부른 버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돈이 부른 곡이 정말 좋았다. 목소리가 가진 힘일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가 별로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I'm gonna love you like nobody's loved you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듯 널 사랑할 거야


Come rain or come shine

비가 오든 해가 뜨든


High as a mountain and deep as a river

산이 높든 강이 깊든 간에


Come rain or come shine

무슨 일이 있더라도  



Woah, you're gonna love me like nobody's loved me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듯 넌 날 사랑할 거야



Come rain or come shine

비가 오든 해가 뜨든



Happy together, unhappy together

함께 행복하고, 함께 불행해



Won't that be fine

괜찮지 않아?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대부분의 라스베이거스 여행자들은 신혼여행으로 칸쿤을 가기 위한 중간 도착지로 여행하거나, LA에서 자동차로 그랜드캐년, 후버댐,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의 코스로 여행을 즐기곤 한다. 여행은 정해진 답이 없다. 누군가가 개척한 코스로 유명한 관광지에서 "내가 왔다"라는 기록의 사진을 남기기 위한 여행 또한 나쁜 여행이라 할 수는 없다. 많은 곳을 여행해오며 머릿속에 남는 여행이 얼마나 되었던가 고민하던 나는 여행지의 역사와 배경으로 찍었던 영화와 음악으로 함께 호흡하며 여행을 즐겼다. 하얀 백지에 연필로만 스케치를 한 그림 자체도 아름답지만, 명암과 색을 입힌 여행 또한 아름답다. 난 남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따라 그린 스케치 같은 여행이 아닌,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할 지라도 나의 기억에 남는 여행, 내가 만들어가는 그림을 그리며 여행을 하고 싶었다. 최근 다크 투어리스트처럼 여행의 목적과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여행을 다녀와서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이 아닌 나만의 기억으로 남는 여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남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고, 관심 없어 할 수 있는 여행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느꼈던 분위기와 상상력이 더해진 나만의 여행은 분명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여행으로 기억된다.


 내가 쓰는 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가는 그런 여행이 아닌 나름의 이유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각박한 세상을 살며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 중 가장 비슷한 분모는 휴식과 재충전 이리라. 힘든 일상의 삶을 다시 한번 견뎌내기 위한 내 마음의 여유 항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여행이 필요하다. 본인이 좋아하는 여행의 이유와 의미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이야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 글들을 읽고 평범한 40대 아저씨는 이렇게 여행을 즐기고 느끼는 구나하고 느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신만의 멋진 영화와 음악 같은 여행을 하길 바라보며 이만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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