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RICA 그리고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T.I.A
내가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우연한 기회로 난 아프리카로 주재원으로 근무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시작으로 콩고 민주공화국, 케냐, 탄자니아, 차드, 짐바브웨 등 많은 아프리카 내 나라를 방문했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T.I.A이다.
은행에 가서 한 시간을 기다려 예금한 돈을 찾으려 하는데 담당자를 찾으니 런치 타임이라고 말한다. "난 고객이고 지금은 서비스 기간이고 점심시간도 아니니 너희들은 나에게 돈을 지불해야 해"라고 어설픈 현지인의 말로 화를 내면 돌아오는 말이 바로 T.I.A다. 운전을 하고 가다 후미등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억지로 경찰이 돈을 요구할 때도 하는 말이 T.I.A, 아마존강에 이어 두 번째로 길고 세계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장엄한 콩고강을 자랑하듯 보여주면서도 하는 말이 T.I.A다.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말이지만, 쉽게 생각하면 여긴 아프리카고 아프리카는 뭐든지 가능한 천국이자, 지옥이야 라고 나에게 속삭인다.
1.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흔히들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뻔하다. 검은 피부를 가진 못 사는 사람들의 나라.
아프리카는 아시아, 아메리카 같은 대륙이나 지역을 총칭하는 말임에도 우리는 아프리카를 하나의 나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다들 검은 피부를 가진 친구들이 사는 대륙이니 그리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엄연히 다른 국가들을 가진 대륙이다. 유럽 열강들이 식민지화하기 위한 침략을 시작한 이후 그들은 부족으로 나뉘던 삶에서 나라라는 삶으로 나뉘게 되었다. 한 나라안에도 수많은 부족들이 존재하고 있고, 수가 많고 힘이 센 부족이 권력을 가지게 되어 나라의 모든 것들을 주도해 나가게 된다. 힘이 약한 부족민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행동들이 반복되고, 그러한 사회적인 문제들이 나라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어, 지금의 수많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내가 주로 근무하던 콩고 민주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발트라는 광물을 가진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코발트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2차 전지에 필수적인 광물이다. 2차 전지라 함은 핸드폰이나, 노트북 배터리를 생각하면 되는데, 테슬라 같은 전기차까지 굴러다니는 현 사회에서 그 필요성을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실제 국제 코발트 가격 또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코발트라는 광물의 매장량은 한정적이고, 그 매장량의 상당수가 콩고에 있음에도, 그리고 광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음에도 콩고의 국민 대부분은 굶주리고, 빈약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바로 내전 때문이다.
벨기에가 그들을 식민지화하여, 손발을 자르고 자원을 가져갔던 치욕의 식민지 시대를 지나도 정부군과 반군으로 나뉜 하나의 나라안에서 그들은 서구 열강들의 지원하에(?) 그들의 싸움을 지속 중이다.
싸움은 이런 식이다.
미국은 정부군 쪽이고, 정부의 힘을 잃지 않기 위해 민주화한 삶을 지속시켜주기 위한 위대한 명분을 앞세워 콩고 정부군에 무기를 지원한다.
중국은 반군 쪽이다. 무능력한 정부 때문에 굶주리는 민중들을 대변하며 반 정부주의로 대항한다. 중국 또한 반군에 그들의 자립을 위한 명분을 앞세워 반군에 무기를 지원한다.
콩고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코발트 개발권의 싸움에 등 떠밀 린 싸움이라 보는 게 맞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다. 콩고에서 시에라레온 , 코발트에서 다이아몬드로 바뀌었을 뿐
같은 맥락이다. 나이지리아가 원유를 가지고 벌였던 내전도 그렇고,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는 가진 게 많아서 더욱 빈곤해지는 아이러니한 세상을 살고 있다.
2. 지상 최대의 다이아몬드를 사수하라!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단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매력적인 배우의 화려한 액션 영화가 아닌
속에는 엄청난 메시지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다. 무기 구입을 위해 밀수 거래를 일삼던 용병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던 솔로몬(디몬 하운수)이 유래 없이 크고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해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처는 그 다이아몬드가 일생일대의 발견이라는 것과 폭력과 난동이 난무하는 아프리카에서 벗어날 기회를 줄 것임을 알고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기 위해 그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이 다이아몬드는 솔로몬에게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하기 위한 목숨보다 소중한 것!
다이아몬드를 숨긴 사실이 발각될 즉시 사살당할 것을 알았지만 솔로몬은 이를 은폐한다.
매디 보웬(제니퍼 코넬리)은 시에라리온에서 폭리를 취하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부패를 폭로하면서 분쟁 다이아몬드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이상주의적 열혈 기자다. 매디는 정보를 얻기 위해 아처를 찾지만 이내 그가 자신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아처는 매디의 도움으로 솔로몬과 함께 반란 세력의 영토를 통과하기로 결정하고, 아처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위해,
솔로몬은 가족을 위해,
매디는 진실을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1990년대 일어난 시에라리온의 혼란스러운 내전을 배경으로 한 짐바브웨 용병 출신인 대니 아처와
멘드 어부인 솔로몬 밴디의 이야기이다.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아들을 찾으려고 하는 남자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다이아몬드를 되찾겠다는 결심에 사로 잡힌 한 남자의 병렬 구조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흔히 다이아몬드를 반짝이는 아름답고 고귀한 보석이라고 한다. 사랑과 정절의 상징이며 부유함과 화려함을 나타내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 채굴되고 있는 다이아몬드는 훨씬 어두운 면을 함축한다. 분쟁 다이아몬드란 전쟁 중에 불법으로 채굴되어 밀수되는 다이아몬드를 지칭하는데, 이로 인해 더 많은 무기를 사들일 수 있고 사상자는 늘어 가며 국가의 파괴가 촉진되는 셈이다.
실제로, 스스로 “끊임없는 학구열”을 지녔다고 표현하는 즈윅 감독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분쟁 다이아몬드와 소년병, 시에라리온에서 일어 난 혁명 등에 관한 자료를 최대한 접하려고 노력했다 한다. 그리고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일어난 일을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권위 있는 자료인 <울부짖는 프리타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찾다가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소리우스 사무라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기자들이 본국으로 몸을 피하기 바쁘고 전 세계가 무슨 일이 자행되고 있는지 애써 외면하던 당시, 시에라리온에 머물면서 실상을 촬영한 사람이었는데, 소리우스 사무라는 시에라리온의 참상을 촬영한 이유가 예술가적 결심이 아니라 어둠에서 울부짖고 있는 절망적인 목소리는 구원받아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고 고백했다. 당시 언론이 코소보 사태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 실망한 그는 시에라리온에서 일어나는 일은 직접 촬영하기로 결심했고, 9명의 현지 저널리스트가 처형당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살아남는다면 세상이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국제 사회에 경종을 울리면 대책을 세울 거라는 생각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한다. 그리고 <울부짖는 프리타운>은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시에라리온에 대한 영화가 제작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영화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허구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못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즈윅 감독이 그를 “하늘에서 보내 준 사람”이라고 명명하는 것처럼 소 리우 스는 전문적 조언자 이상의 역할을 했고, 의상이나 소품은 물론이고 통역과 시에라리온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공헌했다고 한다.
3. daimonds are forever!!
"당신도 공범이야. 다이아몬드의 주요 소비층이 동화 같은 결혼을 꿈꾸는 미국 여자지. 미국인은 다 공범이야 "
영화에서 아처는 이렇게 말한다.
보석의 황제, 다이아몬드.
화려한 색깔의 다른 모든 아름다운 보석을 제쳐 두고, 무색투명의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보석의 황제로 등극하였을까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이아몬드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 해답의 일부가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다이아몬드는 다른 돌에는 없는 몇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고 한다. 우선, 한 가지 원소인 탄소(C)로만 구성된 유일한 보석광물이며, 동시에 지구 구성물질 중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라고 한다. 다이아몬드(diamond)란 이름 자체가 그리스어의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의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된 것만 보아도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다이아몬드의 깨지지 않고 단단한 성질을 빗대어 우리는 결혼의 선물로 많이 사용하곤 하고, 물론 그 또한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격으로 현대시대에도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의 다이아몬드는 상류층의 전유물이다.
과거 부적으로 사용되었던 다이아몬드가 처음 보석의 용도로 사용된 것은 헝가리 여왕의 왕관에 부착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후 15세기부터 프랑스와 영국의 왕실이 보석으로 사용할 다이아몬드를 구하러 다니기 시작한 후로 다이아몬드는 ‘왕의 보석’이 되었고, 그러다 결혼반지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477년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안 대공이 자신의 신부 메리에게 결혼 신청을 하면서부터라 한다.
오늘날과 같이 다이아몬드가 보편적인 결혼반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1940년대 초반부터인데, 다이아몬드가 일반인들의 결혼반지로 사용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환경 변화는 구매력에 있었다. 다이아몬드 광산이 추가로 발굴되면서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수입 또한 증가해 다이아몬드를 전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하필이면 결혼반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드비어스라는 다이아몬드 기업 때문이다. 당시 드비어스 회사는 다이아몬드 약혼반지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하였다. 특히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광고 문구는 1947년에 처음 고안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광고 카피이다.
변치 않는 사랑?
그러한 사랑의 상징 다이아몬드?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여유 넘치는 자금력으로
변치 않는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각족과 이별을 하며, 지옥 같은 갱도와 작업장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입에 풀칠하면서, 가족의 삶을 위한 하나의 작업 도구에 불과한 다이아몬드.
영원한 사랑과
영원한 지옥 같은 삶 중 하나를 지워야 한다면,
난 지옥 같은 삶을 지워야 함이 마땅하다 생각한다.
4. diamonds from SierraLeone - kanye west
테러나, 인종차별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곡들을 많이 발표했던 칸예 웨스트이다. 빌리 할러데이 정도까진 아니어도 현대판 의식 있는 흑인 선구자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이다.
2집 '레이트 레지스트레이션(Late Registration)에 있는 곡의 가사 중 일부이다.
Good morning, this ain't Vietnam still
굿 모닝, 여기는 베트남이 아닌데도
People lose hands, legs, arms, fo' real
정말로 사람들은 손과 팔다리를 잃어
Little was known on Sierra Leone
시에라 리온에 대해 별로 알려져 있지가 않아
And how it connect to the diamonds we own
그리고 우리가 소유한 다이아몬드들과도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영화 '007 제임스 본드'의 주제곡 'Diamonds Are Forever' 샘플링한 곡이다.
뮤비에서도 conflict free diamonds를 구매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영화와 비슷한 맥락의 칸예 웨스트의 랩에서도 알 수 있듯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아프리카의 이면이다.
우리는 알아야 하고, 내용을 안 다음에는 실제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고회사의 달콤한 카피에 넘어가지 않기 위한 노력이 아닌, 진실에 눈뜨고,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시에라리온 내전은 2002년 1월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내전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못한 상태이다. 시에라리온 내전은 소년병 강제 모집과 팔다리ㆍ귀ㆍ입술을 잘라내는 신체 절단, 그리고 강간과 강제 노동 등 참혹한 내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아프리카 내전과 분쟁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제 시에라리온은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있으며 평화와 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내전의 상처를 딛고 서서히 회복되고 있던 시에라리온은 2014년 7월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병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2018년 4월 치러진 네 번째 대통령 선거에서는 비오가 대통령에 당선돼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오 대통령은 준장 출신으로 쿠데타에 두 번이나 참여했으며 1996년 민정이양을 진행한 인물로 시에라리온 민주주의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비오 대통령은 집권 당시 약속했던 초ㆍ중등 무상 교육과 정부의 차관도입 사업들을 재검토하여 중국의 신공항 건설 사업을 취소하고 광산 채굴권 합의 내역을 재검토하는 등 시에라리온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Freetown)은 본래 그 이름처럼 1787년 영국의 노예 폐지론자들에 의해 노예의 송환과 구출을 위한 ‘자유의 땅’으로 마련된 곳이었다. 그 의미처럼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그들이 되길 간절히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