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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니꾸 Jan 19. 2023

THE COACH(tennis)

테니스의 장점



 축구는 의심할 여지없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전 세계 곳곳에 훨씬 더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국체축구연맹(FIFA)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축구팬은 35억~40억 명이며, 직접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2억 6500만 명 이상이다. 이에 비해 농구팬은 8억 명, 야구팬은 5억 명, 골프팬은 4억 50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개인 스포츠 가운데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바로 테니스다. 전 세계에서 6000만 명이 즐기고 있으며, 테니스팬들은 10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최근 테니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이다. 집 근처 레슨 샵들이 하나씩 오픈을 하고 있고, 퇴근 후 황금시간대에 테니스 코트 예약을 하기도 쉽지 않다. 실내에서 치면 좋겠지만, 아직은 실외 테니스 장이 많은 관계로 겨울에는 대관이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영하의 날씨에도 중무장을 한 동호회원들의 테니스 열기는 차가운 겨울바름을 이기고도 남을 정도다. 몇 년 골린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시작된 젊은 세대들의 골프인기와 비교될 정도로 최근 나를 포함한 테린이들의 테니스 사랑은 대단하다. 사실 많은 골린이들이 포기를 하고 태린이로 이동해 왔다. 

 작년 테니스용품 시장은 200%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테니스 라켓 판매량은 700%, 테니스복은 200%, 테니스화는 180% 늘어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최근 전반적인 경기 침체 분위기 속에서 소비가 줄고 있는 트렌드와는 다르게 테니스 시장 그리고 생활스포츠 시장의 성장은 반비례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MZ세대들의 테니스 시작이 분명 큰 영향이 되었을 거라고 본다. 권순우 선수, 정현 선수 등 국내 테니스 스타들의 성장과 힘입어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 동호인이 급격히 늘어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국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은 곧 생활스포츠의 확대 및 저변 확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데, 케이 니시코리, 오사카 나오미 같은 탑랭커들이 있고, 메이저 대회에도 4,5명을 꾸준히 내보내며 선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니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되었고, 교육기관 프로그램과 더불어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관공서 시설 및 사설 테니스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많이 늘어서 60만 명인 국내 테니스 인구에 비해, 900만 명으로 세계 3위의 테니스 인구를 자랑하는 일본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 외에도 접근성이 좋다든지, 장비가 많이 필요 없다든지, 여러 가지 장점들로 인해 테니스 인구는 급증했을 것이다. 지난 6개월간 직접 테니스를 치며 느꼈던 테니스의 장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테니스는 많은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




1. 신체적 이로움


 :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3시간의 테니스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가만히 아무 운동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수명도 10년 정도 연장 된다는 의미이다. 테니스는 심박수와 호흡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주로 심혈관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라켓을 휘두르기에 분명 손목이라던지 어깨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호흡량을 필요로 하는 고강도 운동이다. 또한 좌우 및 앞뒤 움직임을 위해 큰 하체 근육을 동원하고 라켓을 휘두르는 데 도움이 되는 상체 근육 또한 동원하게 된다. 따라서 심혈관 건강을 증가시키고 근지구력과 근력을 향상하는 전신 운동인 셈이다. 공을 쫓아 뛰는 순간 우리의 심장 박동 수는 증가하고 단순히 달리는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태울 수 있다. 평균 체중 70킬로그램의 일반인이 30분 한 경기에서 250~300칼로리를 태울 수 있다고 한다. 프로 선수는 2~3시간 정도 게임을 하며 1200칼로리 정도를 태운다고 한다. 얼핏 테니스 중계를 보면 가만히 서서 공만 주고받는 듯한 모습들을 볼 수가 있는데, 실제 테니스에서는 거의 멈춰있는 시간이 없는 거라 생각하는 게 맞겠다. 코트 온갖 곳을 누비며 공을 넘겨야 하고, 네트에 걸리거나 코트 밖으로 공이 나가면 안 되니 발은 발대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스윙은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조절을 하며 쉴 새 없이 뛰어다녀야 하니 칼로리가 소모 안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운동들처럼 비교적 가만히 있는 공을 가지고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단 한 번도 같은 공을 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공을 받아 내야 하니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실제 필자도 테니스를 주 2,3회 꾸준히 두 시간 이상 해본 결과 4,5킬로그램의 감량 효과를 보았을 정도다. 뱃살이 빠지며 다리 근력이 좋아졌고, 특히나 심폐지구력이 많이 향상되었음을 몸소 느꼈다. 






2. 사회적 이로움


: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상위 1%의 의사들, 교수들, 자산가들이 모여사는 주거타운 스카이캐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아무나 살 수 없는 최고급 주거단지에서 이웃이 된 부자들이 서로 아이들의 교육이나 생활정보를 공유하며 부를 확장시키고 이를 대물림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와 현실이 얼마나 상이할까? 내가 볼 땐 어느 정도는 일맥상통하다고 생각된다. 소득이 높을수록 자신의 경제적 수준과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원한다고 한다. 수준이 비슷한 만큼 원활한 관계 형성이 가능하고, 자신들의 지위나 부를 높이는데 유익한 정도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한남 더힐은 입주자 모임인 신사회, 숙녀회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투자, 사업 정보를 공유하며 사교를 나눈다고 한다. 국내 고급주택의 대명사인 타워팰리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거주자들은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반트라는 스포츠센터에서 서로 친분을 쌓으며 교류한다. 갤러리아 포레 역시 입주자 부녀회모임을 비롯 승마, 테닛, 골프 등으로 동호회를 구성하여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자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테니스를 쳐야 한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마다 테니스 코트는 제한적이고, 그 코트를 공유하며 테니스를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주지 사람들과의 연대가 형성되고, 그 과정 중에 비슷한 수준과 관심도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낼 수 있다. 단순한 신체 활동의 증진뿐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만나서 게임하고 배우고, 공유하다 보면 배울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모든 과정을 어우를 수 있는 표용력을 테니스는 가지고 있다. 사실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국내에서는 골프와 더불어 상류층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예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상황이다. 점점 많은 상대와  게임하고 교류하면서 친목을 다지는 생활친화형 스포츠로 변모해 나가는 중이다. 아직 일부 클럽들에서 코트 점유, 황금 시간대는 코트 사용 등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본인들만의 로열티를 채기고 싶어 하는 분위기이기는 하나, 최근의 분위기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3. 정신적 이로움


: <보리 vs. 매켄로>라는 테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있다. 비외른 보리와 존 매켄로의 1980년 윔블던 결승전을 중심으로 그리는데, 세계 최초로 윔블던 5연패를 노리는 최강자 비외른 보리에게 떠오르는 강자 존 매켄로가 도전하는 형국이었다. 모든 이가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다. 영화는 보리와 매켄로의 현재보다 과거를 더 많이 오간다. 그들이 어떻게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어서 어떤 성적을 올리고 어떤 고난을 극복해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가 아닌, 그들이 어떤 심리 상태로 테니스를 해왔는지에 더 집중한다. 또는 어떤 심리 상태가 그들의 삶을 지배해 왔는지도 함께.

'스포츠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라는 말이 있다. <보리 vs. 매켄로>는 그 지점을 정확히 캐치해 영화 내내 지독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감정을 절대 내보이지 않고 속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는 듯한 보리는 물론, 경기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과 싸우고 있는 매켄로조차, 잘 들여다보면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는 걸 영화는 말하고 있다.


영화 초반, 테니스 전설 안드레 애거시의 명언이 보인다.

 "테니스는 인생의 언어를 사용한다. 어드밴티지, 서비스, 폴트, 브레이크, 러브... 

그래서 테니스 경기는 우리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가 부정하겠는가, 테니스가 곧 인생이라는 말을.


 

 테니스는 매우 민감한 운동이다. 특히 플레이가 시작되는 서브를 넣을 때는 예민해진 선수를 배려해서 관중은 침묵하는 것이 관례일 정도이다. 선수들은 민감한 상황에서 일관된 서브를 하기 위해 자신만의 버릇을 고집한다. 노박 조코비치 선수는 수십 번 공을 튕긴다. 나달 선수는 긴 예비 동작 때문에 종종 시간을 끈다고 비난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경기 내내 이런 동작을 취하는데 바로 이것이 그들의 리튜얼Ritual (또는 루틴 Routine)이기 때문이다. 리튜얼이란 스포츠에서 어떤 목표 행동을 하기 전에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스포츠 심리학자에 따르면 루틴은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 능력을 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바꿔 말해 루틴은 궁극적인 행동 목표를 위한 긍정적인 행동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긴장을 풀기 위한 본인만의 독특한 루틴 또는 Ritual을 갖는다. Ritual은 경기의 부담감 속에서도 중요한 사항을 빠트리지 않게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평소에 습관적인 동작을 개발시켜 놓게 되므로 불확실한 상황을 줄이고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 리튜얼에는 행동적 리튜얼과 인지적 리튜얼이 있다. 행동적 리츄얼은 샷을 하기 전 습관적이고 체계적인 동작을 의미한다. 인지적 리튜얼은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모습으로 자기 암시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  예를 들어 조코비치와 나달의 서브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했듯이 서브를 하기 전에 시간을 들이는 리튜얼은 제어력과 집중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편한 것을 찾아 습관화하면 좋다. 일관된 리튜얼은 더 일관된 서브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서브 직전에 위치 및 스텐스를 정하고, 공을 몇 번 바운드시킨 다음, 서브 방향과 볼이 떨어지는 지점을 주시하는 일련의 습관적인 행동은 서브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과 인생.

멋진 삶을 살기 위한 연습과 반성. 끊임없이 실패하며 온몸으로 이해하는 교훈들. 안정적인 삶을 위한 나만의 인생 규칙. 테니스는 인생의 언어로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스포츠다.








네트 사이에서 라켓 한 자루 쥐고는 공을 넘겼다 받았다 하는 운동에서 뭘 그리 대단한 것들을 배울 수 있겠느냐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그런 분들에게 오히려 테니스를 권해드리고 싶다. 백번 글로 적어 올리는 것보다 라켓 쥐고 한두 시간 땀 흘리다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테니스 한번 해보고 싶은데......' 하고 고민만 하고 계셨던 분들 중 한 분이라도 코트로 오시게 된다면 이 글을 쓰는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에이, 아는 사람도 없고 라켓도 없고, 어디서 쳐야 하는지도 모르는데.....'하시는 분들은 댓글을 통해라도 미약하나마 알려드리고 싶다. 그리고 일단 테니스 코트로 가서 구경이라도 한번 해보시면, 아마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하는 비속어로 "테니스 마려우시게" 될 것이다. 글로는 다 쓰지 못한 테니스의 엄청난 매력이 기다리고 있다. 


자 코트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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