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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Mar 24. 2020

[야알못 탈출-031] 히어로즈는 강해졌다

#키움히어로즈 #히어로즈 #서울의푸른하늘엔 #이정후 #박병호


한글은 두 글자 명사를 사랑한다. 내가 한글이 아니라서 진짜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2음절로 된 명사가 다른 명사들보다는 훨씬 많다.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야구단의 이름은 왠지 두글자짜리 "기업 명"으로 더 많이 부른다. "두산", "삼성","한화","롯데"...  베어스, 라이온스, 이글스, 자이언츠는 나중에 떠오른다.


한국어 기초사전으로 음절별로 찾아봤다.  재밌어라... https://krdict.korean.go.kr/mainAction


 광고, PPL이면 질색팔색을 하는게 이 나라 사람들이다.  유튜브 프리미엄도 그래서 많이 구매하는걸까? 그런데도 기업 이름을 서슴치않고 부르는 스포츠가 있다면 '한국' 야구가 유일할 것 같다. 그런데 4글자인 '팀명칭'이 먼저 떠오르는 구단이 있다.  왠지 '히어로즈'는 '히어로즈'라고 부르게 된다. 4글자인데도 불구하고.


구단 이름을 '성씨와 이름'으로 비교해보자. "두산 베어스"에서 "홍 길동"처럼 두산이 성이고, 베어스가 이름이라고 해보겠다. 보통은 성은 잘 갈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성을 수도 없이 갈아온 구단이 바로 히어로즈다. 그들이 갈아온 성은 무려 4개다. 우리, 넥센, 서울, 키움 히어로즈


 

중간에 '서울' 히어로즈 시절도 있다.


현대 유니콘스의 기록을 승계하지 않았다. 후계자가 아니라고 하니 제외



키움증권으로 최종낙찰- 2020년 기준

 




늘 간당간당한 구단이었다. 현대 유니콘스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삼청태현(우서넥키?)의 역사를 잇기를 바라는 이들도 많았다. 유니콘스가 없어져서, 무슨 팀이라도 하나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던 것 같다.그런 기대에 부응해준 어쩌면 야구계의 공공선을 위한 팀이었다. 당시에는 이미 2개의 팀이 야구장 한지붕을 월세방처럼 나눠쓰는 상황이었다. (잘 아시다시피 LG, 두산) 그 난리통에 또 서울에 팀이 생긴다고 하니 의아하기는 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인 히어로즈가 또 어떻게 강원도까지 가겠나 싶기도 했다. 


 


처음엔, 늘 조금 짠했었다
 


그렇게 '우리은행'이 아닌 '우리담배'를 스폰서를 두고, 스폰서가 없던 서울 히어로즈 시절. 그 공백마다 누가 스폰서가 될지가 화제였다. 현대의 색을 살려 농협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IT회사 중에 강한 네이버나 카카오를 미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아주 진한 빨간색에 핑크색 봉을 든 '히어로즈'가 나타났다. 늘상 스폰서를 찾느라 헤매이던 그들이 꽤 건실한 '타이어 회사'의 스폰을 받게 되었다. 


진지한 팬들의 마음
카카오로 보내려 다양한 짤이 생겼다



빨간색 메인컬러도 기대와 달랐다. 그래도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폰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요즘에 새로생긴팀 정도로만 기억되었던 팀이다. 한창 야구를 보던 2007~2010년도엔 그렇게 히어로즈라는 팀의 존재감은 옅었다. 8구단 밖에 없던 시절, 간신히 8구단이 짝수로 경기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팀이었다. 야구를 조금 이라도 해본 선수라면 알겠지만, 홀수개의 팀이 생기면 한 팀은 무조건 부전승으로 올라오거나 대기하는 시간이 생긴다. 리그가 운영되더라도 어느정도 비효율을 참고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 때 야구계가 필사적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8구단"이라는 숫자를 지킨다는 공동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https://news.joins.com/article/8516270



2013년 한참 외국에 나갔다 들어와서 오랜만에 야구를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만난 '히어로즈'는 어쩐지 딴 팀이 되어 있었다. 이게 어렴풋한 기분 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해서 이번에는 히어로즈의 연간 순위를 뒤져보았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더이상 그런 짠한 구단이 아니다.
이젠 정말 위협적인 구단이 되고 말았다.




가만보면 정말 2008~2012년까지는 '8구단'을 간신히 채워주는 '존재 자체로 고마운' 구단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2위를 하더니,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라는 가을 야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 시리즈에도 그 이름을 올렸다. 맹렬하게 추격해서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작년이 그랬고, 2014년이 그랬다.



이제는 정말 히어로즈가 '우승권' 언저리에서 언급 되는 일이 많아졌다.. 추세선을 그어봐도 그들의 성적은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제는 높은 성적을 무기로, 좋은 스폰서가 있다. 히어로즈는 이제 '짠한' 구단이 아니다. 10개구단 그 어디에 있어도 꽤 위협적인 구단이 되었다. 한참 잘나가던 현대유니콘스 같은 존재감이라도 할까. 




그래서 이 구단의 로고가 서울에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https://www.youtube.com/watch?v=znGS2inGyuE


나는 이 응원가가 참 어색했다. '서울의 푸른 하늘에~' 로 시작하는 이 응원은 어쩐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하나는 서울팀이라고 이렇게 강조하는 것이 어색했다. 기껏해야 2008년도 쯤에 수원인지, 강원도인지 애매한 지역을 기반으로 했던 것 같은데 마치 오래전부터 서울에 있었던 것처럼 응원하는게 꽤나 어색했다. 문제는 2008년도도 생각해보면 12년전 이야기다. 이 응원을 하는게 어색한게 이상한 것 같다. 그리고 요즘엔 '푸른 하늘에' 라고 할 때마다 어색하다. 여러분은 요즘 고척돔으로 옮기셨잖아요? 어쩐지 푸른 하늘이 없습니다. 목동구장에서는 꽤나 어울렸던 것 같은데 말이죠. 


10개구단이 옹기종기



하여간 이제는 10개구단 인 것도, 그들이 서울에 있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다. 왠만하면 '히어로즈'라는 팀과 붙어서 위협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작년에는 나도 식은땀을 흘리며 그들과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저 없어지지 않아 다행인 팀이 아니구나, 무서운 팀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겨우겨우 10구단까지 왔다.


히어로즈의 역사를 보면서 '한국야구' (일본 야구도 비슷한데) 기업의 후원과 그 네이밍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상황은 고쳐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네이밍 후원'이 너무 크다보니까, 협상대상자가 많지도 않고- 진행도 쉽지 않다. 그 점은 드라마 '스토브 리그'에서 생생하게 다뤄져서 흥미진진했다. 한국도 메인 네이밍스폰서 보다는 자잘하게 시스템적으로 후원제도를 손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구단의 고유명칭과 지역명이 더 살았으면


한화큐셀의 후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LA다저스는 다저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쉐보레 로고가 가슴에 있어도 쉐보레 유나이티드는 되지 않는다. 토트넘 훗스퍼는 훗스퍼 역시 AIA 훗스퍼는 아니다. 히어로즈처럼 '히어로즈'로만 기억되는 구단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업 명으로 부르는게 익숙한 요즘이긴 하지만, 더 건강하게 리그 전반이 수익화 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요는... 핑크색이 좋고, '히어로즈'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면 이 팀도 꽤나 추천 할만한 팀이다. 한국시리즈 때의 조마조마함 -그 때 응원단들과 벌인 신경전을 차치하고서- 성적이 기대 되는 팀이 아닐 수 없다. 



요는 이정후(바람의 아들의 아들, 바람의 손자) 잘생겼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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