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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Jun 22. 2020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지다니

#18연패를막은소감 #대체왜우리팀이 #어째서 #한화이글스 #두산베어스

개막이후 한 달. 사실상 예년의 4-5월에 해당하는 기간이라- 아직은 야구 이야기로 들썩거리기에는 좀 이른 시기다. 그런데 이상하다. 6월이라 더워서인가. 당최 구장에 못 가니 뉴스라도 봐서 그런가? 야구로 온라인이 뜨겁다. 그 뜨거운 기분에 찬물을 끼얹듯, 18연패를 막은 비운의 팀으로 '두산 베어스'가 뽑혔다.  이 기분을 문장으로 풀어보자면, 야구 보면서 먹었던 치킨으로 얹힌 기분이다.


요즘 아니 요 근래 2주간 KBO의 핫 키워드는 핫치킨 '한화'였다. 18연패를 기록한 한화는 지난 주말 최고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그리운 이름, 삼미 슈퍼스타즈를 21세기에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세웠던 최고의 '연패기록' 18연패를 넘어설 것인가?  삼미 슈퍼스타즈를 넘는 전설을 기록할 것인가? 25년 만에 만들어 내는 대기록. '19연패'를 앞두고 기자들도, 팬들도 하루하루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손님 하나 갈 수 없는 구장을 대신해서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흥했다.



18연패를 하는 팀에게는 절절한 반성문을 써야만 하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그렇지만 야구 기자들에게도, 팬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야구는 한 팀이 144경기 한 시즌(5월-10월) 동안 치른다. 오늘자까지 경기를 총 37경기를 치렀는데 한화는 총 28번 졌고, 그중에 18경기를 내리 졌다. 이 반대로 작년 두산은 내리 10경기를 이기면서 정규시즌을 끝내기 우승한 기억이 있다. 그때도 10연승은 '기적'이었다. 애석하게도 한화는 그걸 '역방향'으로 해내고 있었다. 재미 삼아 가정해서 보면 더 재밌다. 이기고 질 확률을 0.5(반반)이라고 봤을 때 18경기 내리지는 연속으로 질 확률은... "0.0076%" 정도 된다. - 고 한다.



통계학과를 나온 ("날씨의아이" 팬인) 친구의 설명- 사실 다시 읽어봐도 잘 모르겠음


최근의 (28경기까지의) 한화 패배율로보면.... 5% 확률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 고 한다.



물론 프로야구의 '원년'이라고 말하는 옛날에는 이렇게 내리지는 일들도 있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그 당시에는 '프로야구'라는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마추어 야구야 콜드 패도 있고, 공격이 끝나지 않는 야구 경기도 있다. 팀 간의'자유'에 맡겨 '보이지 않는 손'이 균형을 맞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자연 상태로 놔두는 것이다. 애석하지만 그렇게 되면 팀 간의 격차가 너무 커지면서 맨날 지는 팀, 맨날 이기는 팀이 나온다. 문제는 이거다. '프로야구'는 돈을 벌어야 한다. 한 팀이 계속해서 지거나, 한 팀이 계속해서 이긴다면, 이기는 팀이야 좋겠지만 지는 팀은 미칠 노릇이다. 그리고 보는 입장에서도 어차피 이길 텐데 이걸 뭐하러 보나 싶다.


그런 구조는- 어떤 팀이 이기건 지건 전체 리그 (KBO)로 봐서는 패배다. 경기가 재미없어서 손님도 잃고, 상품 판매도 못한다. 덕분에 유니폼에 광고 패치하나 못 붙이게 된다. 그렇게 인기가 없는데 광고 자리는 팔리겠는가? 팔릴 리가 없다. 그래서 프로야구는 개선을 꾀했다. 가난한 팀이 아주 좋은 '유망주'를 뽑아 갈 수 있도록 우선선택권을 준다. -그리고 한화는 류현진을 뽑았지-


또한 해외에서 선수를 사 올 수 있기도 하고, 프로선수들도 트레이드나 FA로 제대로 활발하게 오간다. 그러니까 프로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면- 18연패는 재미로 이야기할 거리가 아니라, 사실상 있어서는 안 되는 시스템 오류가 있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전설을 만들(들었어야하) 던 그날,  '두산 베어스'는 그리고 18연패를 막았다. 구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한화 팬들은 구장 건너편 건물에서 선수들 보라고 깃발을 흔들고 있었고, 치어리더는 울었고, 선수들은 우승한 것 마냥 뛰었다. 하루하루가 '지긋지긋' 했을 것임에 분명했다. 37경기 중 28패. 그중에 18번을 연속 패배. 144경기 중에 이만큼 연달아진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당하는 선수들은 하루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만나는 친구마다. '너네 언제 이기냐'라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https://sports.news.naver.com/kbaseball/vod/index.nhn?uCategory=kbaseball&category=kbo&id=671054&redirect=true


그래서 쌉싸름하게도 18연패를 막은 게 우리 팀이라는 점을 빼고- 한화가 이뤄낸 승리는 나도 반가웠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도 연패하면 그렇게 기분이 나쁘다. 3연패- (3연전 싹 쓸어 간다고 스윕이라고 한다.) 도 아주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18 연속이었다.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거 외에 한편으로는 - 상황을 겪을 한화 선수들과 팬들이 애잔하게 느껴졌다. 야구 리그마저 '초격차'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도 양극화가 되면 문제지만,  야구리그는 더 심한 문제다. 양극화되어봐야 리그만 재미 없어질 뿐. 늘 누군가는 이기고, 늘 누군가는 지면 누가 그 경기를 재밌다고 보겠는가? 다른 해의 리그를 통틀어 봐도, 꼴찌도 3할은 이긴다. 그래서 어느 팀이건 야구를 본다. 오늘은 누가 질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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