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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디 Apr 01. 2021

[미디어교실]미디어의 힘 : 미디어는 메시지다(1/2)

 연애 때는 유독 선택의 순간이 많았다. 자켓을 입으면 지나치게 힘을 주는 것 같고, 티셔츠를 입고 가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였다. 밥을 먹으러 갈 때도 그렇다. 분식을 먹자니 짠돌이처럼 보일 것 같고 스테이크를 먹자니 허세남으로 보일지 신경쓰인다.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로 비칠지 참 고민이 많았었었었었다. 그 중에 최고는 선물이다. 어떤 선물을 결정하는 것만도 머리가 아프지만설레지만, 그것을 어떤 표장지에 어떻게 줄지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모두 선물 못지않게 선물의 포장지, 전해지는 방식에 따라 그 선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


연애 때, 나의 옷차림, 선택, 결정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석될지 참 많이 신경 썼었었었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앞선 글에서 봤듯이 미디어는 크게 세 가지 차원(내용content, 기기object, 공간context)으로 존재한다. 세 가지는 결국 의미를 중심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관계를 평소에 크게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내용을 전해들을 때, 우리는 내용에만 신경을 쓰지 그 내용을 전달하는 미디어(여기서는 기기object, 스마트폰, TV, 라디오 같은)가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 


 의사소통과정에서 미디어의 영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다. 전통적으로 의사소통과정은 나와 너가 있고, 메시지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기서 `너`는 한 사람, 집단일 수 있고, 혹은 머릿속에 있는 또다른 나일 수도 있다. 이를 흔히 커뮤니케이션의 전통적인 모델이라고 하는데... 암튼, 여기에는 크게4가지 정도의 조건(가정)이 있다. 정보를 보내고 싶은 내가 있고, 정보를 원하는 네가 있다. 메시지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이며, 미디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2].전통적인 모델에서는 4가지 요소가 갖추어지면 성공적인 의사소통, 메시지 전달이 이뤄지리라 믿는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제가 원하는 그림이 없어, 직접 그려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아니다. 수업을 떠올려 보자. 학생들에게 온갖 제스처와 억양과 강세를 동원하여 설명하는 교사가 있다. 그리고 교사의 기운에 감화 되었든지, 학구열에 불타는 의지 때문인지 모르지만 눈을 초롱초롱 뜨며 교사와 함께 호흡하며, 심지어 적절한 반응까지 보이며 적극적으로 듣는 학생이 있다. 얼마 후 교사는 의미심장하게 묻는다. “이해됐지?” 학생들도 자신 있게 대답한다. “네!”. 교사는 뿌듯함을 애써 감추며 묻는다. “그래! 삼국시대 때 한강은 왜 중요하지?”. 학생들이 답한다, “물이 아주 많아서요!” 그렇다.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의지가 불타올랐고, 학생들은 열심히 들었지만 의사소통에는 실패했다. 

의사소통 대실패...

전통적인 모델은 의사소통 과정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 우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성주의적 관점이 결여됐다. 아이들은 각자의 삶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메시지를 해석하기 때문에, 교사가 보냈다고 생각되는 메시지는 학생들에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미디어의 역할-교사의 말, 행동, 제스쳐, PPT 등-도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로만 본다. 하지만 앞선 선물의 예에서 보았듯이 미디어는 단순히 정보 전달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미디어의 힘 미디어는 메시지다. 


미디어가 단순 내용을 전달하는 기기가 아닌, 미디어 그 자체가 하나의 내용, 메시지라고 주장한 사람은 마샬 맥루언(Mashall McLuhan)이다. 맥루언은 미디어의 내용 보단 미디어 기기가 지닌 힘에 주목하였다. 심지어 그는 미디어의 종류가 미디어에 담길 내용까지 결정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대표작인 <미디어의 이해>의 부제처럼, 맥루언은 미디어가 인간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무언가로 보았다. 바퀴는 우리의 발의 기능을 확장하여 더 빨리 나아갈 수 있게 하고, TV는 시각과 청각을 확장하여 머나먼 타국의 소식을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미디어의 확장성은 인간의 신체와 감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확장된 신체와 감각을 지닌 인간은 세상을 다르게 인식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우리의 사고방식,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다고 보았다.


맥루언은 캐나다 출신 철학자로, 생전에 대중에게 인기도 많았다. 오른쪽은 영화 <애니홀>에 카메오로 출현한 모습. 맨 오른쪽 아저씨가 맥루언~ 


 맥루한의 관점을 아이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지금 아이들은 예전 아이들과 다르다. 왜냐면 그들을 둘러싼 미디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책보다는 영상, 이미지를 통해 배우기를 좋아하고(한마디로 책읽기를 싫어하고), 일방적인 가르침보다는 대화를 통한 가르침을 선호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유튜브, 게임, SNS를 통해 예전의 아이들과는 다른 신체와 감각을 지니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시각과 청각이 확장되어 글자가 주는 선형적인 정보보다는 비선형적이고 복합적인 정보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온라인 게임과 SNS는 수평적인 관계가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권위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때문에 아이들은 수직적인 관계에는 낯설어하고 수평적인 관계가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이 같이 맥루언은 미디어(object) 자체가 우리의 인지, 사고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맥루언에게 콘텐츠(미디어에 담긴 내용)를 도둑이 감시견에게 던져주는 고기에 비유했다. 도둑이 던져준 고기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도둑을 보지 못하는 감시견처럼 우리도 콘텐츠에 집중한 나머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미디어에는 관심을 갖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미디어는 메시지에는 어떻게 작용할까? 미디어(object) 자체의 영향력이 메시지의 내용, 의미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 지 다음글에서 알아보겠다.  



[1] Media/Society: Technology, Industries, Content, and Users 6th Edition, David R. Croteau & William D. Hoynes, SAGE Publications

[2] 맥루언을 읽는다, 김균, 정연교, 궁리.

[3] 미디어의 이해, 마셜 맥루한(김성기, 이한우 옮김), 민음사.


<이미지 출처>

[1] 데이트 사진 : https://pixabay.com/photos/people-man-woman-couple-2557408/

[2] 폭발 사진 : https://pixabay.com/photos/explosion-mushroom-cloud-67557/ 

[3] 맥루언(좌) :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C%85%9C_%EB%A7%A4%ED%81%B4%EB%A3%A8%EC%96%B8

[4] 맥루언(우)

: http://egloos.zum.com/kk1234ang/v/295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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