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H님과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톱니바퀴 틀이 톡 맞아 돌아가듯 신났다.
이틀밤을 신나게 톡을 눴다. 한국은 새벽 2시- 3시일 텐데 밤이 아까운지 몰랐다.
H님이 한마디를 할라치면 미리 소름 돋을 준비가 돼서 말하지 마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킴제이라면 두려워하지 않고 쉽게 해낼 것 같다고 말했다.
맞아 그 말이 맞지. 나는 해내는 사람이지. 그런데 그 말이 마음에 착 달라붙지 않아 말했다.
상상력이 많아서 겁이 난다. 하기 전에 별별 생각을 해서 목이 졸린다.
무릎 꿇고 바닥에 코 박고 운 적도 많다. 무서워서 화장실에서 몸을 털어 춤을 추다가 울었다.
30살에 마케팅 발표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몇 번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은 바쁘다는 이유로 내가 하게 되었다.
떠밀려서 하게 된 건데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 해서 처참하게 평가받았었다.
'남는 한마디가 없다' '기본 자질이 안되어있다'
운영팀에서 다 볼 설문조사를 먼저 보고서는 부끄러워서 뒤통수도 보이고 싶지 않아
화장실로 도망가서 언제나 가는 게 좋을까 핸드폰만 바라보았다.
그래도 했다. 한 달에 4번 하겠다는 약속을 잡고 팀원들에게 이걸 통해서 돈을 벌어보겠다고 했다.
머리 박고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왜 이걸 한다고 했지 하면서 마음 바닥을 긁어가며 했다. 마케팅을 해놓고
마케터가 말을 못 하면 안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남에게 설명 못하면 못한 거야.
코엑스에도 마케팅 강의하고 싶다고 전화하고 킨텍스에는 코엑스는 하는데 킨텍스는 왜 안 하냐고 전화했다.
2-3년을 하니까 조금 덜 떨렸다. 그런데 이제는 당연히 킴제이가 해야지. 킴제이한테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멈추기에는 민망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 또 멱살 잡으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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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건 겁이 난도 한다는 거다. 내게 왜 이런 이상한 구석이 있나 생각해 보면 2가지 사건이 떠오른다.
22살인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혼자서 반고흐 그림을 보러 유럽을 갔는데 그때는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핸드폰도 없이 갔었다. 네덜란드 도착해서야 외국인들이 많구나 하고 놀라서 공항 화장실로 도망쳤던 기억.
여행책자를 사서 비행기에서 읽어야지 했는데 집에 두고 와서 호스텔 주소만 적인 종이만 있었다.
어쩌면 좋지 하고 공중전화로 호스텔에 전화했는데 영어를 못 알아 들었다. 외국일 거라고 생각 못하고 외국을 가버린 나. 종이지도를 들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죠 물어가면서 다녔다. 하루하루가 무서웠지만 호스텔 문을 열고 나가면 놀라운 세계들이 펼쳐졌었다.
25살 때 공모전 발표를 나갔다. 마케팅 동아리에서 일 년 동안 공모전을 나갔는데 다 떨어졌다. 그러다 하나가 1차에 붙어서 발표까지 나갔다. 팀 내에서 동아리 선배라는 이유로 발표를 하라고 했는데 정말 이러다 망한다 못하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도 책을 읽으면 말을 더듬어서 제일 싫었다. 화를 내도 짜증을 내도 나한테 시켜서 결국 해야 했다. 진짜 망할 텐데 눈물이 날 거 같은데 같은 팀 오빠가 킴제이 에너지로 여길 채워봐라고 말해줬다.
집에 가고 싶다. 벌써부터 팀원들한테 미안하다고 외치며 무대로 갔다. 나는 발표를 했고 우리 팀은 대상을 받았다. 학교에는 밖에서 대상 받았다고 500만 원을 또 줬다. 국회의사당에까지 가서 20대 청년대표로 마케팅 발표를 했다.
한번 그렇게 발표를 해버리니까 사람들이 나를 발표로 국회의사당 간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 뒤로 학교 조별 발표에서도 다 발표는 내 몫으로 떠밀렸다. 개 무서웠지만 또 한 번 했다는 이유로 기회가 온다는 게 신기했다. 아 그리고 그 대상을 받고 나서는 나가는 공모전마다 수상을 했다.
그래서 무서워도 해버리면 된다는 걸 안다. 또 눈앞이 까매지면 안 될 거야! 하고 쭈구리가 되지만
몸이 습관이 된 게 아닐까? 여행하며 제리를 만나 회사도 그만두고 같이 태국으로 떠나버렸을 때도 나는 알지 않았을까. 지금 이게 맞나 미친 거 아닌가 싶을 때가 도전해버릴 기회의 신호다.
마이클 싱어 책에서 심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는다라는 글귀를 읽었다.
그 뒤로는 조금 덜 울면서 해본다. 진짜 다치지 않고 결국에 내게 더 찬란한 세계가 울타리 너머 있었으니까.
지금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을 배웠다. 예전에는 무조건 밀어붙이고 못하면 혼내고 타박했었다.
이제는 킴제이 괜찮아. 저기 문까지만 가보자 그러고 별로면 돌아오면 돼라고 말해준다.
오 문까지 왔다! 어때? 그럼 저기 테이블까지 가서 명단에 이름 적어볼까?
오 이름 적었다! 근데 집에 가도 괜찮아 기분 어때? 할만해? 그럼 저기서 영어로 1분만 말해볼까?
조금씩 나눠서 마음을 살펴본다. 보통 기회는 무서움으로 왔었다. 마음 토악질을 자주 했더니
설레거나 머뭇거림으로 요즘은 오는 것 같다. 계속 훈련하면 더 건강한 감각으로 오지 않을까?
배가 간지럽다거나 어깨에 지글지글 전기가 오는 듯한 느낌으로 왔으면 좋겠다.
H님이 어제 말해줬다.
지금 킴제이의 모습은 앞에 높은 모래 언덕이 나타난다면 나는 바람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걸 하면서 넘으시고 앞에 굵은 자갈이 나타난다면 어? 나 물도 되어봤는데? 하면서 흘러 흘러 가시는 것처럼 많은 모습을 품으신 것 같아요
나의 일부의 모습만으로 말씀해 주셨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다시 오늘 생각한다.
그래 일부. 그럼 1%라도 저 모습이 있다면 믿고 해 볼 만하잖아?
다음엔 스스로에게 덜 야박하게 굴며 할 수 있는니 해보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고 잘 말해줘야지.
야 덜 야박하게 이런 것도 아냐. 내게 절대적으로 친절한 존재가 되어 조용히 물어야지
'킴제이 지금 마음이 어때? 괜찮아 뭘 해도 너의 방식으로 잘 풀어갈거야.
하고 싶으면 해보면 돼. 내가 잘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