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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Aug 05. 2023

월요일 비행긴데 금요일에 여권을 잃어버렸다.

사랑에 흠뻑 빠져 치앙마이에서 지내다가 여권을 잃어버렸다. 신용카드도 현금도 한국 핸드폰 유심카드도.

이틀 전에 가방에 지갑을 넣으면서 이렇게 중요한걸 한지갑 안에 넣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지고 다녔고 금요일 아침에 나가는 길에 뒷통수가 싸했다.


아침 일찍 요가 수업을 가는데 가방에 지갑이 없길래 일단 다녀와서 찾아야겠다며 나갔다.

농부악 공원에 처음으로 갔다. 오늘은 닉이 치공? 에너지 관련 운동을 하는날이다.

그것도 좋지만 월요일에 싱잉볼 연주를 해야해서 위치와 공간 크기를 다시 한번 체크하러 갔다.


마침 월요일에 같이 세션을 할 Shan(샨)도 있었다.

저 멀리 부터 달려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벌써 이렇게 반겨주는 익숙한 얼굴이 있다니! 치앙마이 사랑해요.

치공수업이 끝나고 샨과 월요일에 요가와 명상을 어떻게 운영할지 논의했다.


5분 명상하는 동안 싱잉볼를 치고 35분 요가. 그리고 마지막 15분 정도 싱잉볼 3개를 연주하기로 했다.

챤티 노래도 부르기로 했다. 저번에 풀문 세레모니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게 인상깊었던 것 같다. 명상하면서 옴을 외칠 때 주변의식하지 않고 부르고 싶은 박티요가 노래를 불렀었다.

샨과 너무 좋다며 박수를 쳤다. 익숙한 얼굴들에게 인사를 했다. 커피마시러 갈래 물어봐서 지갑을 잃어버려서 

다시 돌아가서 찾고싶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갔고 없었다. 어제밤 마지막으로 지갑을 꺼냈던 치앙마이 홀리스틱 요가 센터에 연락을 했다.

지갑을 꺼내진 않았지만 오래 앉아 있었던 일본 꼬치 레스토랑에도 전화를 했다. 요가센터에서 없다고 연락이 왔다.

여권까지든 지갑을 잃어버렸다. 분명 요가센터에 있을텐데 안되겠어서 요가센터로 찾아갔다.

수업이 없는 시간이라 카렌 선생님과 스탭이 안계셨고 다음 시간까지는 2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카렌 선생님도 풀문세레모니에서 만나서 이 수업을 듣기로 했었는데 그럴 정신이 없다. 


여권분실로 불안해진 나에게 3가지를 목격했다


✔️ 주변을 의심한다.

요가센터에 지갑을 봤냐고 묻자마자 없다고 답을 줘서 서운했다. 혹시 있는거 아니야? 아님 다른 사람이 모르고 가져갔거나 담요속에 있을수도 있는데 한번 체크해준다고 해주시지..그게 찝찝해서 찾아갔다.


✔️ 가까운 존재에게 예민해진다.

같이 요가센터에 가서 제리와 기다렸다. 제리가 한국에 칼부림 사건이 있었다. 이거 글은 어떠냐 이것저것 말을 거는데 귀찮게 느껴졌다. 월요일 비행기인데 비상여권을 발급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고 네이버를 보고 있었다. 2분 정도 쉬어도 되고 제리에게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해도 되는데.. 애써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굳을 얼굴로 뿜어내고 있었다. 힝 왜 가족한테 그러냐 나는!


✔️ 여행 생존력과 행동이 빠르다.

바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체크를 했다. 비상여권은 당일 발급도 된다. 경찰서 레포트, 여권사본, 사진등이 필요하다.치앙마이에서는 안되서 방콕으로 가야하는데 비행기를 못타니 기차표도 확인했다. 문제는 월요일 비행기인데 월요일 아침에 방콕에 있게 되면 치앙마이에서 싱잉볼 세션을 못한다.



금요일이라 빨리 택시를 타고 레포트를 작성했다. 제리는 다시 한번 숙소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일단은 해야할 것들을 체크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월요일 아침 방콕대사관 가서 다시 치앙마이 비행기로 넘어와서 밤비행기..그럼 싱잉볼 세션을 못한다. 아... 다시 마음이 괴로워진다.


잃어버렸던 지갑. 여권도 쏙 들어가서 사이즈 맞는데! 홀라당 다 잃어버렸다. 네팔에서 샀다.



지금을 집중하고 행복해지는 방법


제리에게 상황을 말하고 4시 카렌의 수업을 들으러 요가센터로 돌아갔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다시 지갑을 찾아볼 명분이었고 카렌선생님이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스탭분에게 아까 인스타로 분실 물어봤던 사람이라며 아쉬워서 왔다고 했다. 4시 수업비도 일단 냈다. 다들 적극적으로 찾아주셨다. 아 나는 불안한 마음을 남에게 던져서 의심을 했다니 웃긴 마음이다.


카렌도 수업 끝나고 월요일 싱잉볼 수업 계획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마음이 다시 일그러진다. 월요일에 저 못할 수도 있어요. (월요일에 같이 세션하기로 한) 샨도 클래스에 있었다. 지갑 찾았냐 물었고 못찾았고 그 지갑에는 여권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센터에서 다시 찾아볼 예정이고 왓츠앱 단체방에도 올리기로 했다. 


"샨... 내가 만약 여권을 못 찾는다면 월요일에 방콕에 가야할 수 있어요. 그럼 월요일 싱잉볼 세션을 못하게 될거에요 (포스터까지 만들어주고 계획도 다 짰는데 미안해요"

"킴제이! 괜찮아요! 항상 모든 일에는 두가지 뜻이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요"

"월요일에 꼭 하고 싶어요..."

"킴제이 돌아오면 또 하면 돼. 방법은 있어요 괜찮아요"

"아...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아침에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I felt I was stupid"


"No.. Never blame your self. Dont' say that word to you"


아...맞다. 왜 지갑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오늘 하루를 망치려고 하지? 

갑자기 정신이 번쩍인다. 오전에도 온갖 힘든 에너지를 뿜어냈다. 싱잉볼 세션은 너무 아쉽지만 분명 내게는 좋은 기회가 온다. 이번에도 멋진 우연들이 흘러들어와 손을 잡더니 싱잉볼 세션을 열 수 있게 해주었고 싱잉볼도 3개나 얻었다. 월요일 치앙마이 농부악 공원에서 킴제이 싱잉볼 세션이라니 상상만해도 설레였다. 영어도 준비하고 네팔에 있는 수딥에게도 어떤 방법이 좋을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렇다면 분명 또 온다. 더 윤택하고 수월한 길을 타고 온다. 그러고 2시간 동안 요가명상을 했다. 카렌은 중국에서 오셨는데 치공도 하고 동양의 에너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심장을 쓰다듬으며 괜찮다. 잘했다고 마음으로 몇번이고 말했다. 


치앙마이 왓츠앱 단체방에 혹시 요가센터 주변이나 길에서 지갑을 본 적이 있냐고 글을 올렸다. 친구들이 꼭 찾을거라고 해줬다. 그 중에는 어제 우연히 만났던 2월의 인연 니콜도 있었다. 치앙마이에 친구들이 생겨난다.

그들의 이름을 보니 신기한 행복이 흘렀다. 어제 왔던 길을 다시 걸으며 식당과 편의점에 들어가 지갑 사진을 보여주며 본적이 있냐고 물었다. 많은 분들이 꼭 찾으라고 말해주셨다.


제리를 만나 피자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권발급을 위해 마지막 치앙마이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그림전시도 하고 싶었지만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제리는 그 만큼 또 재밌는 일이 많았다는 거니까 좋은거지 라고 말해줬다. 마음이 편해진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제리는 뒤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둘이 작업이 끝나면 같이 춤을 추기로했다. 마음 상태는 내가 만든다. 남과 상황 때문에 나를 괴롭게 둘 순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행복해지는 꼼수를 찾는 것. 


나는 오늘 여권을 잃어버렸다. 신용카드도 한국핸드폰 유심카드도.

덕분에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는 의지가 있음을 배웠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빠르게 해야할 일을 체크 하고

2시간 요가수업을 듣는 사람이다. 마음을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다.


치앙마에 12일. 저번 2월의 킴제이 보다 훨씬 여유럽고 멋있다. 장하다! 3번째 여권. 수없이 찍힌 도장은 아깝지만 괜찮아 이미 마음도장 쾅쾅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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