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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19. 2024

출산 그 황홀한 동물의 모든 것

자연주의 출산

아이를 건강하게 낳았다. 과도한 약물에 젖어 힘없이 의료인들의 손에 맡겨지고 싶지 않았다. 자연주의 출산을 해외에서 알게 되어 한국에도 물어물어 알게 되어 선생님과 코치님들을 만났다. 정말 선생님 말씀처럼 아이는 나와서 바로 배위를 기어 가슴을 찾아 모유를 먹었다. 엄마의 유륜에서 양수와 비슷한 냄새가 나서 아이가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는 엥 한번 울고 눈을 뜨고 나를 쳐다봤다. 위대하고 신비로운 동물이다.


아이를 품에 안아 노래를 불렀다. 

" 이 세상은 행복한 것들로 가득해. 같이 우리 여행하자!"

제리와 함께 아이를 맞이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선생님이 유튜브에서 반주를 찾아주셨고 다들 박수쳐주셨다.


태맥이 멈출 때까지 탯줄을 자르지 않았다. 아이의 힘과 시간을 믿고 내 몸을 내맡겼다. 아이를 내가 낳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우주가 나라는 문을 열어 아이가 온 것 같았다. 나는 문의 역할만 한 것이다 무통주사, 관장, 회음부 절개 없이 평온한 이완에 몸을 맡겼다. 10센티가 다 열렸을 때 선생님이 이제 다 됐다라고 하셨을 때 불안함도 두려움도 통증도 없었다. 


"나는 낳는다. 아이가 온다. 고맙다 아기야" 


이 생각과 말 뿐이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그 신비로움을 다 잡아채기가 어렵다. 황홀함과 준비 시간만 해도 꼬박 열흘을 모든 글로 써낼 수 있다. 거룩한 의식이었다.  일단 글이 흐르는 대로 적어봐야지. 

4센티까지 통증이 없었고 모든 신음이 내가 덮쳐왔을 때는 싱잉볼과 함께 호흡해 갔다. 배를 잡고 계속 고맙다 말을 외치고 진통이 끝나면 지쳐 잠들었다. 제리는 내가 잠깐 잠들었는데 밖에 나가서 빗을 사 왔다. 혼미해진 내가 머리를 계속 빗어달라고 했단다. 통증이 오려고 하면 제리 품에 안겼고 제리는 내 머리를 빗어주었다. 

모든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며 응원해 주셨다. 모두 내 시간이고 온전히 나와 아이, 그리고 우리 제리, 우리 가족들을 위한 시간이다. 


한국에서 출산하기로 결정하면서 복잡한 게 많았다. 제왕절개 비율도 높고 아이랑 바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신생아실 시스템도 싫었다. 자연진통, 아이가 나오고 싶은 시간을 온전히 기다리고 싶은 마음은 조심스러웠다. 회음부 절개는 골반이 좁은 아시아인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은 절개를 기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책에서 이 문구를 보고 하나씩 나를 위한 출산 기획을 했다. 원하는 조명색, 욕조, 결이 맞는 선생님, 혹시 모를 응급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대학병원, 출산을 위한 운동과 마사지, 입고 싶은 옷 모든 것을 내가 선택했다.

뭐가 좋을까 이게 좋을까 비교 없이 그냥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

선택지에서 내가 원하냐 아니냐만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절대적으로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나와 아이를 위해 돌아갔다.

모든 의문과 의심 덕분에 할 수 있었다.


23년 4월 네팔에서 뉴욕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한국에 일주일 정도 있었다.

히말라야에서 아래턱이 너무 아파서 고산증인가 싶어서 진통제를 먹었다. 치통인가 보다 하고 한국 오자마자 병원에 갔는데 아랫니가 아프다고 하니 윗니 신경이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윗니는 겉에 보기엔 정상인데 안쪽에 충지가 있으니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신경치료가 뭔지도 몰랐고 치료를 해주시나 보다 했는데 그게 신경을 다 제거하는 건지도 몰랐다. 병원을 몇 군데 더 다녀보고 최대한 신경치료를 안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친구 말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치아를 갈고 보고 '충치가 바로 신경옆이라고 그냥 신경치료 할게요' 할 때도 잠시만요. 했어야 했다.


나중에 신경치료의 의미를 알고 엄청 속상해했다. 빨리 뉴욕 넘어간다는 생각만 했던 내 탓이었다.

하나하나 내가 알고 의사 선생님께 요청을 해야 하나 피곤하고 짜증 났는데 그게 맞았다.


23년 9월 임신을 했다는 걸 알았을 때,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잘 자라는지 초음파 검사를 해주시고 주변에서 제왕절개 날짜를 말할 때,

"선생님 아기는 잘 자라는데 저는요? 제 마음이 뒤숭숭한데 이런 제 마음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제가 읽으면 좋은 책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선생님이 당황하셨을 때,


모든 의문들이 등을 간지럽혀 움직이고 알아보고 책을 읽었다.

스쳐가는 온라인의 선생님들께도 전화를 해서 하나씩 하나씩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원하는 것을 찾아가기 위한 길이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반응했다. 하나하나 지워보고 찾아가며 직관에 집중했다. 그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을 들어야만 했다.


아..

그러고 보면 이 아이는, 이 출산이 모든 걸 내게 말해주고 있구나

'절대적으로 원하는 것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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