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14. 2024

뱃속 아기와 함께 네팔 03

하루하루 평온해지는 네팔에서의 일상 조각들

아침 6시가 되면 싱잉볼 소리와 함께 기상. 차분하게 올라가 명상을 한다.

손과 발 온몸을 깨워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차 한잔. 그리고 잠깐 쉬었다가 Jala Neti 시간.

소금물로 코와 입을 헹구는 거나. 쭈그려 앉아 고개를 기울여 한쪽 콧구멍에 찬찬히 뜨끈한 물을 붓는다.

맑아진 몸에 한 시간의 요가를 쌓는다. 그리고 아침식사. 채식으로 채워진다.


2시간 정도 개인시간을 갖는다. 이때는 스팀배스(개인 찜질방처럼 스팀을 몸에 쏜다), 오일 스팀 테라피 (Aromatherapy Steam Inhalation) 풋배스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음은 사운드 배스 (싱잉볼 연주가 이루어지거나 요가 니드라가 진행된다) 그리고 박티요가

박티요가는 노래를 부르는 건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엔 다 같이 춤추느라 20분 수업시간을 1시간 30분 동안 늘린 적도 있다. 저녁요가와 촛불명상

* 자세한 프로그램 내용은 https://www.purnayoga.com.np/retreat-daily-schedule.htm

하루가 명상과 요가로 채워진다. 몸을 풀고 따뜻한 차에 담근다. 명상으로 평온해지면 건강한 음식으로 몸을 채운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공기와 하나가 된다.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세부적인 설명을 놓칠 때들이 많긴 하지만

이 분위기에 녹아드는 내가 좋다. 몰라도 되고 몰라도 아는 것 같다. 수딥과 라즈와는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요가는 무엇인지. 각자가 생각하는 삶과 명상은 무엇인지.


 몸과 정신은 하나라고 했다. 때로는 사람들이 정신을 위해 요가를 하다 보면 몸이 풀려 마음을 돌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나뉠 수 없다고 했다. 우리의 모든 시간이 명상이다. 차를 마시는 시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 옷을 입는 시간 모두 명상이다. 하나씩 집중해 보며 느껴보는 거다. 지금을 산다.


수딥은 컵을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단다. 가만히 컵을 보고 있자면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온몸을 적혀 모든 것을 부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한다고 했다. 밤공기와 새소리에 흘러가는 모든 것이 배움이 되어 나를 씻어준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하고 고요해진다. 차분해진 숨소리가 나를 토닥이며 위로해 준다. 

모든 시간이, 이 살아 있음이 명상이다. 


"혹시 딸인지 아들인지 물어봐도 돼?"

아기 성별이 궁금하지 않아서 모르고 지내다가 나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딸이야"


라즈의 맑은 눈이 반짝 웃으며 행복해한다. 태국에서 1개월 있다가 네팔로 오니 꽤 배가 나왔다.

정말 내가 엄마가 되고 있고 배 속에 아기가 자라고 있다. 내 뱃속에 사람이 자라고 있다니! 오장육부 장기 말고 다른 게 있는데 그게 사람이라니! 신기하다. 아이는 까만 뱃속에서 내가 듣는 것을 들으며 먹는 것을 먹는다.

나를 통해 세상을 느낀다. 그러니 내가 행복해야 아기가 행복하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하다. 밖에서 찾을 수가 없다. 네팔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하니 다시 정신이 또렷해진다. 1월은 비수기라 게스트들이 없어서 우리끼리 점심 먹으러 놀러 가고 히말라야 산맥을 볼 수 있는 사랑곳에도 놀러 갔다. 9시 명상이 끝나면 또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 누구 하나가 졸려야 끝났다. 

하루는 마누하가 센터로 왔다. 저기 일층부터 눈이 마주치니 덩실덩실 웃어준다. 


"킴제이 네가 온다고 들었지만 진짜 일 줄 몰랐어!"


깊게 안아주고 마누하가 출산에 좋은 요가 자세들을 알려줬다. 2년 전에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서 제왕절개 해야 하는걸 마누하가 2시간 동안 와이프분 자세를 잡아주고 함께 요가해서 건강하게 자연분만을 했단다.

마누하가 새로 짓고 있는 요가 센터도 찾아갔다. 제리와 내가 여행을 많이 하니 이 센터의 콘셉트가 어땠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돌아다닐 동선을 체크하고 숙소를 살폈다. 발리와 태국의 숙소들을 설명하며 이 요가센터와 숙소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 이미지가 될지 의견을 줬다.

다음 날엔 라즈, 수딥, 마야 그리고 마야의 딸과 공원에 놀러 갔다. 같이 점심식사도 하고 걸어오면서 내가 주변 구경하다가 센터로 가겠다고 하니 마야가 걱정된다고 했다. 마야와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라즈나 수딥을 통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내가 마야에게 KTM 의류점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버스 타고  Vegan way 카페에서 내려서 산 타고 올라갈 거라고 했다. 라즈가 박수를 치며 웃는다!

" 와! 킴제이 역시! 진짜 다 안다! 여러분 우린 킴제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킴제이 버스만 타고 Begnas 다녀왔어"


Begnas(베그나스) 도시는 Phokara(포카라)에서 차로 1시간-1.5시간 걸리는 곳. 

요가센터에서 만난 유럽 친구들은 택시 타고 6만 원에 갔는데 나는 로컬 버스로 천원도 안 되는 돈으로 갔었다

길에서 만난 분들이 버스 정류장을 알려주고 (버스 정류장 없이 그냥 버스가 선다. 내릴 때도 버스 탕탕 치면 세우줌) 버스 안에서  만난 분들도 적극적으로 내가 가는 길을 알려주셨다. 내가 가야 하는 호텔 이름과 지도를 보여드리니 네팔 할아버지들 세분이 이것저것 대화를 하시더니 다른 자리 손님들까지 부르셨다. 결국 나와 목적지가 비슷한 분을 찾아서 같이 내리라며 도와주셨다.


네팔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먹고 요가하고 웃고 대화하는 시간들.

일상처럼 녹아들어 산다. 

아가야. 행복둥아(태명) 우리 행복하자.

작가의 이전글 뱃속아기와 함께 네팔 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