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개월, 아이와 함께 네팔 여행을 했어요. 이전에도 혼자 네팔에서 지내며 선생님들과 매일 명상과 요가를 했습니다. 몸과 마음의 성장을 느끼며 아이와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었어요. 위험하지 않나요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많이 조심하고 알아봤습니다. 남편과 함께 했고 포카라 도시는 제가 혼자서도 로컬 버스 타고 다닐 정도로 익숙합니다. 푸르나 요가센터 선생님들과 지내면서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도움을 바로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일하나 큰 병원을 가야 한다면 3시간 거리에 있는 태국, 방콕 이동할 생각도 다해뒀어요.
푸르나 요가 센터의 모든 식사는 채식으로 이루어진다. 작년에 처음 왔을 때는 아니 채식으로 배가 차나 싶었는데 아 웬걸. 너무 맛나고 든든하다. 건강하고 파릇파릇 생기발랄한 식사들이 참 감사하다.
점심엔 달밧이 많이 나온다. 밥, 반찬, 렌틸수프를 손으로 비벼서 먹는 거다. 손으로 먹는 건 어색했지만 작년에 누군가가 손으로도 만질 수 없는 음식을 어떻게 입으로 넣느냐라는 말에 해봤었다. 손으로 조물조물거리면서 음식을 익힌다. 뜨거우면 한숨 식혔다가 소중한 내 몸에 밀어 넣는다. 음식의 질감도 느끼고 다양하게 비벼가며 온몸으로 먹는다.
식사가 끝나면 각자의 웰니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로마 오일 인헬레이션(inhalation) 뜨거운 물에 오일을 떨어뜨리고 수증기를 얼굴로 마시는 거다. 호흡에 좋은 걸 했었고 하고 나면 피부가 촉촉해서 좋았다. 1월이라 선선해서인지 여름인 태국에 있다가 겨울 네팔로 가서 인지 얼굴이 하얗게 각질이 일어났었다. 그러고 나선 햇빛을 찾아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 온전히 바람과 햇빛의 에너지를 느껴본다.
그러고 나서는 싱잉볼 시간, 내 몸이 가장 나른해지는 시간이다.
다들 편하게 누워있으면 머리맡에서 수딥이 싱잉볼을 연주해 준다. 20-30분의 짧은 시간인데 항상 깊게 잠든다. 집중해서 온전히 진동과 선율을 느껴봐야지 해도 잠든다. 끝나는 연주에 깨거나 다들 담요 챙기는 소리에 깰 때도 있다. 한 번은 수딥의 목소리가 왼쪽 귀에 가까이 들려 일어나서 정리하고 내려갔다. 오늘은 싱잉볼 연주 다 끝날 때 깼다고 하니 친구들이 수딥이 나를 한참을 깨웠단다. 내 귀옆에 손바닥을 조용히 비비면서 계속 '몸에 감각들이 깨어납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여봅니다'를 나지막하게 말했단다.
아 얼마나 포근하고 달콤한 예의인가.
놀라지 않게 깨기 위해 자신의 손바닥을 비벼가며 조용히 소리를 만들었다니.
철그릇은 댕댕 치는데 내 영혼은 왜 고요해지는가. 마음이 일렁인다, 모든 걸 붙잡고 싶다가도 휙 나버리고 싶다. 태국에서 처음 접했는데 심장을 울리는 진동에 영혼이 튀어나가 버리는 줄 알았다. 그대로 강가에서 잠들어서 깼더니 별들이 가득한 밤을 마주했었다. 여러 인연들이 나를 네팔로 데려왔다. 그곳이 싱잉볼이 시작한 곳이라고 해서 푸르나 요가센터(Purna yoga center)를 찾게 되었다. 하루만 지낸다고 갔던 곳에서 5주를 지내고 싱잉볼 전문과정도 수료하게 되었다.
그러고 다시 뱃속아이와 함께 네팔을 찾아왔다.
동동 진동소리에 문이 열리고 나는 우주를 떠다닌다. 고요하고 묵직한 파도가 넘실거리고 나는 가볍게 올라타 잠든다. 우리 아기도 이 우주를 도동실 떠다닌다. 아기도 나도 눈을 감은 채 평온하고 까만 선율에 마음을 맡겨본다. 아가야 우리 언제든 평온하자. 마음만 먹으면 이 고요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야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