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콤 Write your future 꿈을 그리다] 워킹맘 토크콘서트2
https://brunch.co.kr/@kimikimj/138
이거 쓰고 다른 문장들도 까먹을까 봐 적는다. 듣고 바로 적어야 하는데 하면서 버스를 타고 수유를 하고 아이를 재웠다. 몸이 녹을 것 같아 내일로 미뤄두니 또 내일의 시간이 나에게 달려든다. 아이랑 놀고 밥 먹고 수유하고 또 저녁이 되고 내일이 온다. 랑콤에서 하는 워킹맘 토크 콘서트.
마음 절절하게 좋았다.
문우리. 포티파이 대표님이라고 사셔서 보니 마음관리 앱 서비스를 만드신 분이다. 맥킨지에서 일하고 정신과의사, 스타트업까지 하신다. 그녀의 쾌활함이 멋졌다. 자신의 관이 명확하게 서있는 분이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엄마들의 공통된 특징과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기억나는 거 적어야겠다.
아 메모장 보니까 벌써 좀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그 느낌들 더 흐릿해지기 전에 적는다. 내 멋대로 소화한 내용도 많다. 상담하러 온 엄마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단다
'아이 친구를 만들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유치원 못 데려다줘서, 숙제 안 봐줘서 미안하다..'
이 말을 되뇌면서 I am not good enough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회사라고 생각하면 어떻냐.
팀장이 신입사원이 일 적응해야 하니까 보고서도 도와주고 옆팀 신입이랑 친해지라고 도와주고 복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다 알려주고 일도 다 챙겨주고.. 그럼 이 신입은 3년 뒤에 어떻게 될까? 성장이 없다.
우리 아이들도 다 그렇다는 거다. 맞다 정말.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나만의 고유한 강점을 키우고 나만의 중심을 지키면 된다!
아이도 그렇게 키우면 된다. 장애물이 와도 나다움으로 건강하게 발휘하며 살아가도록 해준다. 엄마가 그렇게 사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아 그래 맞다. 지금 내게 이 기회가 온 거다. 온몸과 마음을 휘잡아내는 출산 후 불안과 우울함을 내 방법대로 이리저리 요리해 보는 거다. 이렇게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부를 하고 도와달라고 적극적으로 외치고 나만의 방법으로 해나가면 된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며 집안이, 제리가, 아이가 행복할 수밖에 없다.
불완전함, 불안정함에 거침없이 뛰어들어 살아보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필코 나만의 행복을 일궈나가는 사람인 거다. 여행하며 일해보고 네팔에서 수련하고 다 그랬다. 지금은 출산이라는 위대한 일을 해냈기 때문에 더 흔들려보는 거다. 더 위대한 내가 되기 위해서.
나만의 기준을 만들자
회사에서도 죄책감, 육아를 하면서도 죄책감. 만족 못하는 기분은 그 기준이 남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디자인팀에게 세일즈성과를 바라지 않는다. 시기마다 내가 갖는 기준이 다르다. 내 기준으로! 나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시어머니는 손주가 숙제를 제대로 해가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엄마는 아들이 숙제를 내는 것만으로도 만족인 거다. 아! 이 말이 내 몸을 일깨워준다.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밀고 때렸다. 아이가 자지 않아서, 습관을 잘 못 길들이는 것 같아서. 살이 쪄서.. 지금은 무기력해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지 모르니까 불안해서... 이 모든 마음이 스스로 높은 기준을 만들어서이다. 그리고 그 기준도 그냥 어디서 들은 말, SNS에서 누군가 자랑으로 번지르르하게 적어놓은 말, 친정엄마의 말, 파트너의 말, 그 제대로 까보지도 않고 언짢아도 해야 될 것 만 같은 느낌을 짬뽕시켜서 존재하지 않은 기준치를 만든 거다. 또 그 누구도 이렇게 하라고 한 것도 아니다. 목줄을 저 놓은 곳에 걸어놓고 간당간당하게 발끝으로 서 있었다. 누가 한마디 할라치면 예민했다. 침범하는 거 같고 내 탓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낳은 이 몸이 그저 사랑스러운 거다. 아이도 이제 태어났고 나도 지금 엄마가 된 건데 어떻게 알겠냐. 같이 합을 맞춰 보는 거지. 네가 내가 못한다고 스트레스받으면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아이랑 나랑 합을 맞추는 단계. 이때는 오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신나게 제안하고 응원하고 안되면 넘겨버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한 번에 제대로 못 했다고...... 힝... 내가 그랬다. 심지어 이 피곤한 무릎과 무거운 어깨를 끌고 나와 토크쇼를 듣고 있는 거 아닌가. 전문가가 필요해서 심리상담도 받고 기질검사도 하고 정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이렇게 해보는 나를 이해하고 응원해주지도 않고. 나 뭐 했냐?
멋지다. 그리고 때로는 버텨내는 것도 목표다. 성과를 만들어 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웅크리고 누워 온전히 시간으로 치유됨을 믿고 밀어붙여보는 거다. 허리케인이 부는 날에는 밖에 나가면 안 되고 집에서 조용히 나가야 한다. 괜히 지붕 고친다고 나섰다가 큰 일 난다.
마음이 후련하다. 듣고 싶었던 말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그전에도 이런 말을 들었던 거 같은데 제리도 해준 거 같은데 왜 그때는 안 들렸을까. 괴로움이 차 오를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나.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는 조금씩 윤곽이 그려진다. 나만의 고유한 강점으로 지금 이 시간을 엮어나갈 거다.
즐겁고 거침없이 인생의 버튼을 기꺼이 누르는 다로 사는 거다. 그 시간을 누리며 아이이게도 보여줌으로 재산을 남겨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