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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Jan 02. 2022

인내력 0!엔프피 ENFP의 끈기

딱 1년만 프리 워커 도전기

"아니 너는 왜 또 그러는 거야?"

"남들은 못 가서 안달인데 또또 그런다."


한참 재밌다가고 일이 완료되는 시간이 빨라지고 패턴화가 되면 바로 지겨워진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영수증 처리인데, 전산처리 등록하고 A4용지에 다 발라 붙이거나 아무튼 같은 일이 2번 3번 되면 그 짧은 시간도 엉덩이가 들썩인다. 영어 공부하거나 음악 들으면서 하니까 좀 나아지긴 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일도 2번 3번의 반복됨이 눈에 보이면 기력이 떨어진다.


터키로 디자인 일을 한다고 떠날 때에도 왜 그러냐 돌아와서도 그럴 줄 알았다. 스타트업에서 몸과 마음이 갈겨나갈 때도 참지 못하고 또 저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 기댈 한 자락의 벽도 없어 마음이 더 휘몰아치곤 했다. 사회 나와서 정의되어가고 증명해가며 마음 한켠에는 나는 꾸준히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어떠한 죄책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 나의 단점! 약점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이력서를 쓸 때에도 단점을 적으시오 하면 꾸준하지 못하고 지구력이 없다고 쓰려다가 다른 말을 적었다.


몹시나 활발하고 진취적이었지만 내 마음을 다부지게 만들어 주는 그 위로의 한마디를 밖에서만 찾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회사를 다니는 패턴도 2년마다 이다. 5년을 다녔던 회사도 2년 반 다니다가 6개월은 여행하면서 프리랜서로 잠깐씩 일을 돕다가 재입사해서 5년이다. 

근데 그 시간에서 6팀을 만난 건 내 인생의 큰 변화

그 때문이었을까. 윤석 오빠와 진행하는 코칭 두 번째 시간에도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저는 꾸준하게 하지 못해서 계획 세우는걸 잘 못해요."라고 하니 정은님은 계획을 잘 세우는 건 어떤 거냐고 묻는다.


" 제 파트너 제리는 꼼꼼하게 분석하고 목표와 지금을 비교하는데, 저는 그런 걸 잘 못 하겠어요. 그래서 목표 정리하는걸 잘 못한다고 말했어요."


"그럼, 정은님도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싶은가요?"


"아? 아니요!"


"그럼 정은님만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정은님에게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 저에게 집중해서 저만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거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회사는 결국 타인을 위한 거니까 스스로에게 어떤 소스가 있는지 알아봐야지 생각하는데, 사실 그걸 잘 모르겠고... 3개월은 모든 일에 고민 안 하고 다 해보고 싶어요. 그러고 나서 필터링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그게 정은님의 목표가 되겠군요. 3개월 동안 걱정하지 않고 일단 해보기"


"아? 네!"


이렇게 내 목표가 정해졌다. 3개월 동안이라고만 설정한 것도 1년 동안의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3개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마음에 빌붙어 먹은 약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런데 사실 제가 3개월이라고 한건 저는 꾸준히 하는 걸 잘 못해서 일단 짧게 잡아봤어요.."


"꾸준히요?"


"네, 저는 항상 인내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계획을 세워도 못하지 않을까요?"


"정은님에게 꾸준히란 어떤 뜻일까요?"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한다...? 그런데 전 2년 이상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고 일을 하다가도 금방 싫증이 나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나 봐요. 또 참지 못해서 왜 그러냐고. 한 가지 일을 하나의 회사를 끝까지 다니지 못한다고..."


정은님이  점점 힘이 빠지고 침체되네요라고 말을 건네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족들이 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와 정리를 하는데 혼자 거실에서 이어폰 꽂고 줌 미팅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또 모니터 화면에서의 감정을 형광등 밝은 이곳에서 울어 벹어내기엔 어색했다. 그간의 마음이 단어에 서려서 말로 흘러나오니 그간의 작은 내가 나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채 침울하게 베어 나온다.


"그런데 정은님은 한 가지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요? 한 회사에 계속 다니고?"


"아뇨! 그렇게 안 하고 싶어요. 전 여러 가지 재능이 있어서 제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발견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일도 이것저것 해보는 거 같아요 새로운 시간과 공간에서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아 그럼 왠지 제게 있어 꾸준함이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거라면 지금처럼 더 하고 싶은걸 하면서 더 하고 싶을 일을 찾기 위한 마음을 갖기 위해 도전해보는 게 꾸준함인 것 같아요. 제가 지치지 않고 다양하게 해 보는 힘이.."


마음에 갇혀 있던 20대 중반의 내가 보이고 그가 눈이 녹았다며 운다. 그동안 꾸준함이란 단어가 마음을 짓눌렀는데 그 돌덩이가 무엇인지 들여다보지 않았다. 단어에 대한 내 정의 없이 그저 타인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만 보고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뒤에 쌓아만 두었다. 미국에 와서 이제 정말 직장 없이 혼자 해야 함의 시간을 가졌을 때 그 오랫동안 조용히 쌓인 작은 돌덩어리들이 어느새 묵직하게 쌓여 마음 한 발짝 가볍게 내놓는 게 어려웠다.


'내가 들여다보지 않았구나. 그 돌덩이가 남들이 던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고 지고 살아간 게 나구나. 자세히 보면 내 말들도 아닌데..'


꾸준함이란 다양한 일을 도전해볼 수 있는 스스로의 응원이다. 나를 사랑하고 지치지 않게 격려해주는 것. 매번 새로움에 마음을 열어재끼는 자켓 짓



터키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그때 돈은 못벌었지만 무료 숙소를 받았다. 나중에 친구들은 코카콜라 터키 홍보 영상도 찍었다. 추천으로 터키 회사 면접도 보았다 영어로...





다시 새겨 넣으니. 마음이 개운하다 분명 비슷한 내용을 글로도 보고 누군가 말을 해주기도 했었는데 또 왜 그러냐는 그 말을 들으면 나는 입을 다문채 그 말을 주어 내 돌 주머니에 넣었다. 때론 발끈하기만 하고 나를 들여다보지 않고 남을 향해 분노하기도 했다. 형광등 밑에서 참았던 눈물이 엉엉 흘렀다. 나를 좋아하면서도 돌덩어리리들에 묶인 채 화려한 춤만 추게 두었구나 지금까지 일들은 나를 증명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코칭 시간에 내 인생 10년을 써보고 그래프로 그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바빴던 시간들이 2년의 시간에 쓸 말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적었다. 8년 전일도 생생한데 불과 2-3년 전의 시간이 통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는 시간 순으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내게 의미 있었던 날들의 순으로 시간을 나열한다)


퇴사 후 바에서 그림을 그렸다. 사람들이 모이고 나중엔 사장님이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술 한잔씩 할인을 해주셨다.사랑하는 해바라기를 마구 그렸으며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다


ENFP를 설명하는 말들엔 끈기 없이 또 일을 벌인다라는 말이 섞여 있다. 이제 다시 본다.

너무 귀여운데? 잘하니까 해봤으니 된 거고 또 신나서 옆 밭 꽃밭도 가보는 거잖아? 


윤석 코치님이 저 먼 하늘에서 보는 나는 지금 어떻게 보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똑같이 말했다.

"너무 귀여운데요?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하는 게"

"그럼 그 하늘에서 정은님이 정은님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아씨 또 운다.


"이렇게 된 거 더 신나게 귀여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더 활기 하게 그 에너지가 결국 길을 만들어 갈 사람이라고.. 야 더 귀여워라"



아직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니 일단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나를 안아 주는 연습을 해본다. 네가 꾸준히 너를 사랑하고 이 세상을 모험하고 지치지 않게 내가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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