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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Feb 10. 2022

오늘 주울 조약돌은

딱 1년만 미국에서 인디워커로 살아보기

"정은아 앞으로 1년 동안 어떻게 살고 싶어?"

"그게 무슨 말이야?"

"돈에 집중하고 싶어?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어?"


"나 스토리.."

"그래. 그럼 우리 스토리를 위해 살아보자"


정확히 스토리는 뭐고 돈은 먼지 의도는 모르겠지만, 일단 스토리를 택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보는 것, 미국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기.

참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대로 보인다. 누군가에게 우리는 한국에서 비자서류가 복잡해져서 떠나야만 한 안타까운 사람들이고 또 미국에서 여행하며 여기저기 살아보는 인디워커이기도 하다. 자리 잡지 못해 떠돌아 차에서 살 생각으로 둘이 누워있을 수 있는 중고차를 사고 샤워를 해야하니까 켈리포니아 전역 스튜디오가 있는 요가센터를 가입했다.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다 보니까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집을 내어주시고 도와주셨다.



비자 신청했는데 1년이 넘게 걸린다고 해서 여름옷만 챙겨온채로 미국에 묶였는데 또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10년차 비자 준비중이라며 진짜 운이 좋은거라고 했다. 문들어지는 속에 목이메어 집 밖으로 나갔는데 어둠속에서 총소리가 들릴까봐 몇걸음 가지 못하고 차로 돌아와 울었다. 이 넓은 땅에서 내가 비집고 들어가있는 곳이 차 안이라니. 뭐든 할 수 있다고 온 미국은 내가 뭐든 못한다고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하루 지나 밥을  맛있게 먹고 나서 내가 왜 울었을까 생각하니 시간의 수많은 조약돌 중에서 냄새가 켕기는 하나를 들고 눈에 집어 넣으며 아파하고 있어서였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을 뚫고 지나갈 때가 많다. 뭘까


모든것이 새로운 나라, 언어도 배경음 처럼 흔들리는 이 곳에서 하루하루 나는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열쇠를 어떻게 쓰는지도 잘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를 때도 있다. (저번에는 어떤 여자분이 옆에 앉아서 우리 진짜 짜증나는 일이었다면서 갑자기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예쁘다고 걸어가다가 말해준 사람도 있었고)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며 꺼낼 말을 그냥 접어 먼저 가버리는 사람이되기도 한다.


사람의 성격은 주변의 환경과 사람으로 부터 빚어지고 비춰져서 만들어지나보다. 여러 거울을 들이대주는 친구와 가족들이 사라지니 내 모습을 비춰 바라보려면 손거울을 쥐어야한다. 오늘은 요가 후 샤워하고 나오는 복도에서 카운터에 앉아있는 선생님을 보고 다시 탈의실로 들어가 전하고 영어를 검색해보고 활짝 웃고 나가며 말했다.


"오늘 수업  trasition (검색한 단어) 이 스무스 하고 쥬시했어요!"

"질문이 있는데, 잠시만요 영어로 어떤건지 모르니까 (자세를 보여주며) 이때 어깨를 천장으로 올리는건가요? 아님 힘을 빼고 내려가게 하는건가요?"


오늘은 감사함을 활기차게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 그리고 언젠가는 제리랑 마랑 식사하면서 정은이는 한국에서 일 끝나면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날의 나는 알콜중독 초기증상이 의심되는 일꾼이었다.


대화를 이끌어 요리하며 여럿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어떤 말인지 잘 못알아들었지만 웃길래 적당히 웃는 사람이기도 하다. 세상에 내동댕이 쳐서도 하루하루 내가 누군지 선택해서 살아간다. 예전에는 상대가 내 영어를 못 알아들어도 웃으며 다시 이야기 했는데, 지금은 흠칫 움추려 드는게 아쉽다. 여기서 더 잘 살고 싶어서 그런거겠지? 욕심을 내려두고 터키에서 처럼 찬란하게 지내보아야지



그래서 내 하루는 내가 선택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 타인의 거울에 비추어졌던 내 모습없이 내가 누워있으면 누워있고 서서 웃으면 또 활기차게 건강한 사람이 된다. 내가 두려워하면 두려운 하루가 된다. 내 선택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거다. 무대를 넓혀가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살아보는데 때로는 망치질을 하면서도 이게 무대를 키우는건지 죽노동을 하는건지 모르겠고 내 머리가 동쪽에 있는지 서쪽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금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겠지?세계가 무대가 되라고 지금 미국에서도 내가 일을 해보는거겠지?

엄마는 어렸을 때 악기가 없어도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되라며 판소리를 몇년간 배울수 있도록 해주셨는데,  결국 울창한 소리가 멀리 뻗어가기 위해  이렇게 마음의 악기를 만들어 가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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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흩뿌려진 조약돌. 어떤 빛깔의 색을 손에 쥐고 싶은지 오늘 그 한 알 집으면 된다. 나라는 존재는 내가 선택해서 증명하는 사람. 많이 흔들리고 오늘 글도 정신없지만.. 때론 돌들이 날아와 남 탓하고 싶겠지만, 그럴 땐 괜히 당황해서 이것저것 주워 도망가지 않고 지금 주머니 속에 있는 작은 한 알 쥐고 조용히 기도해야지.


절대로 내가 마음 닫지 않고 이 무대를 잘 짓기를.

더 단단한 그릇이 되기 위해 내리쳐지는 망치질 박자에 기꺼이 신명나게  춤을 추기를.

결국 잘 될 나니까 지금이 고마운 하루하루를 놓치지 않고 살고 싶은 내 모습으로 살아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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