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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Feb 11. 2022

온 세상이 내 사무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밥 먹고 나서 미국은 밤 9시, 한국은 2시. 시애틀에서 LA에서 서울, 대구에서 줌으로 만나 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시안은 앱 서비스에서 쇼핑의 흐름을 방해하는 문구들을 수정하는 것인데 각자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나서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한다.


21년 9월부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한국 회사들의 마케팅을 돕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강의 노하우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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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데이비드는 퍼포먼스 마케터인데 뉴욕에 있는 사무실은 코로나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한다.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은 회사에서 점심을 줘서 그거 먹으러 잠깐 나갈 때도 있다. 작년 11월에는 런던과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왔다. 백신을 다 맞아서 자가격리 없이 한 달 동안 지내다가 왔는데, 그곳에도 서  퍼포먼스 지표 고나리도 하고 뉴욕으로 돌아왔다. 클라이언트와 문제없이 소통하고 꾸준히 결과를 내고 있으니 회사 대표님도 큰 문제없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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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미국의 서쪽 캘리포니아에 살지만 이번에 동쪽 미시간 주에 있는 전기 자동차 회사 PM으로 새롭게 취업했지만 미시간 주로 이사 가지 않는다. 미국은 워낙 땅이 커서 3시간 시차가 있지만 줌을 통해서 업무 하기 때문에 팀원을 관리해야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도 문제가 없다. 지금은 여러 도시에서 나와 살아보며 며칠 전에는 같이 하와이에 왔다. 회사에서도 리모트 직을 뽑는 거였기 때문에 우리가 어디에서 지내든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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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마케팅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지니는 동유럽의 마케터 2명과 업무 계약을 하여 한국 브랜드의 미국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만나본적 없는 사이지만 서로의 명확한 역할에서 더 많은 클라이언트가 찾아온다고 이야기를 해줬었다.


하와이를 걸어보고 돌아와 미팅을 했다.

얼마 전에는 뉴욕에서 잠시 살아보려고 집을 알아보는데 요즘 뉴욕 집값이 비싸고 다 온라인으로 일 할 수 있으니까 떠난다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맞아 일을 하는 거지 같은 도시에 살 필요 없지. 세상이 변한다. 글과 말은 만나서 직접 전해야 했던 시간에서 편지와 전화가 생기고, 문자로 전송이 되며 이제는 세상 어디에 있어도 카톡만 있으면 한국에 있는 모든 이 들이 나와 연락할 수 있다. 코로나로 미팅이 취소되었을 때 어떻게 안 만나고 계약을 하냐고 고민했던 우리들도 줌이 익숙해졌고 학원이나 동아리에 직접 나가지 않아도 온라인 세상에서 만나 지식과 경험을 교류할 수 있다. 세상이 변했다 아니 뒤집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에 살 필요가, 한국에서 지낼 필요가 없다. 회사 가까이 집을 구하지 않아도 내가 살고 싶은 나라에서 살아 볼 수가 있다. 


실제로 21개 국가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주고 있다. Bali에서는 리모트로 일을 하고 있으면 발리에서 살면서도 세금을 안 내고 5년간 살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카리비안 해안에 있는  Antigua와 Barbuda는 Nomad Digital Residence (NDR)  비자를 발급,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고 연 $50,000을 버는 사람이라면 (한화로 5,600만 원 정도) 2년간 지내며 모든 섬에서 지낼 수 있다. 두바이는 one-year virtual working program을 1년간 지급, 가족들과 함께 두바이에서 지내며 디지털 노마드는 두바이에 세금을 내지 않고도 학교를 다닐 수도 있다. 조건은 한 달에 $5,000 이상의 월급이 들어와야 하고 1년 이상의 회사 계약서가 있어야 한다.


https://expertvagabond.com/digital-nomad-work-visas/


두바이는 조건이 다른 나라보다 조건이 높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가족까지 데려가서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독일도 헝가리도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멕시코, 스페인 총 21개의 나라가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지급한다. 이제 높은 건물에 들이찼던 회사들이 가득한 도시보다는 바다를 품어 더 천천히 살아도 되는 나라들을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까. 나도 지금 진행 중인 미국 비자가 완료되면 멕시코 비자를 알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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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여러 클라이언트를 두고 있는 나는 한 회사와는 근로계약서를 써서 일하고 있다. 조건은 다른 업을 병행하겠다는 것이었다.  한 회사와만 일할 수 없고 글로벌 이커머스를 하는 이 회사는 미국에서 시장을 바로 확인하는 나의 마케팅 인사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오셨던 대표님께 겸업을 해도 된다면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프래랜서와 일해본 적이 없어서 근로계약서를 쓰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었다. 아직은 회사에 소속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보험과 혜택이 더 많고 업무 처리도 더 빠르다. 세상의 머리는 지금 방향을 틀었지만 아직 몸이 따라가려면 수많은 발들이 뛰어야 하니까 그리고 아직은 발들도 구를 뿐이지 어디로 가는지 모를 수 있으니까



샌프란 시스코에서 지냈을 때도 한국에 계신 분들과 줌으로 만나 일을 했다.

 회사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내 시간에 맞춰서 일을 하니 훨씬 더 효율적이다. 불필요한 미팅이 없고 타인의 개입이 없으니 내가 할 일을 잘 해내면 되고 미팅 시에서 시간을 서로 맞춰서 접속해야 하니까 어젠다가 명확하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 뭉그적거리는 쓸데없는 시간이 없다. 


내가 어떤 일을 할지 아니까 매끄럽고 빠르게 진행된다. 아마 처음 일을 하는 신입들은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옆에서 디테일하게 업무를 알려줄 수 있는 사수가 필요할 거 같다. 사수 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 디지털 노마드 인디 워커를 위한 서비스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미국에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주소 서비스도 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우편물을 위해 한 주소에 편지와 각종 영수증을 받아주고 스캔을 떠서 보내 주거나 지금 노마드가 머무는 곳으로 약속된 시간에 보내준다. 


세상이 변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나라에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한 발짝 나아가기 어려울 때도 있기에 귀 기울여 내 소리를 듣고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결국 유연하게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진화하고 도전하는 사람이 살아남지 않을까. 변화할 때가 기회다. 다들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내가 먼저 해보면 한 사람이 된다. 미국에서도 한국 브랜드 담당자를 위한 강의를 오픈했을 때도 다들 미국이라서 어렵다고 했지만 했고 됐다. 높이 치솟이며 뒤집어 튀틀리며 바뀌는 세상에서 기회의 등에 타는 건 하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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