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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r 13. 2022

디지털 노마드의 하루

지구별 노마드. 살고싶은 나라에서 하고싶은 일을


21년 6월 미국에서 지내다가 제리와 미국에서 더 오래 지내야 할 것 같아 비자를 신청했다. 결혼비자가 진행 중인데 모두 완료될 때까지 1년 이상 걸리고 중간에 미국을 나갈 수가 없어서 반강제적으로 미국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비자를 받기 전에는 미국에서 취업을 할 수도 없어서 일단 일거리들을 한국에서 만들어 나가다 보니 어느 날 요가를 하다 떠오른 생각


" 나 지금 디지털 노마드 잖아?"


'살아보고 싶은 나라를 찾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본다' 2개의 생각으로 산다. 

퇴사하고 자유다! 생각은 잠시였고 24시간을 오롯이 혼자서 설계해 나가야 하는 것이 점점 힘겨웠다. 결과도 내가 한 만큼 나오는 거고 회사 출근할 때는 실적이 잘 나오거나 클라이언트 계약이 되면 뿌듯했는데, 이제는  혼자 해본 결과의 기준이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뿌듯함의 기준을 내가 결정해야한다. 이제야 나와 나의 일을 돌봐가며 업어 키우는 것 같아.

인스타 @kimj_do
딱 1년만 인디 워커로 살아보는 지금
노마드 삶을 살면서 얻은 귀한 배움 3가지 



01. 업무 효율 극대화, 놀라울 정도로 시간이 많다. 

혼자 일하면서 가장 놀란 점이 회사에서 일 외의 시간을 엄청나게 쓰고 있었다는 것.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업무다 보니까 옆에서 누가 물어보면 답변해주고 잠깐 이야기 나누자고 하면 테이블에 나가 20분 미팅하는데 그게 한 시간이 되고.. 팀원이 힘들어하면 업무도 흔들리니까 함께 고민하다 보면 온몸을 쥐어짜내 짜내없는 시간 쏟아 집에 오면 거실 바닥에 누워 빌빌거렸다. 


이제는 미국에서 회사들과 일을 하면서 필요한 내용만 줌 미팅을 통해 만나니까 사담이 많이 줄었다. 같은 사각형 크기에 담긴 얼굴과 이름은 직급 구별도 없고 어떤 성격인지도 큰 고민거리가 되지 않는다. 지금 하는 마케팅이 효율이 좋아야한다는 목표가 뚜렷하고  어떤 걸 얻어 배워야 할지 우선순이가 있으니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 지수가 없다. 미국에서 일하니까 좋은 점은 16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오후 2시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저녁 9시. 하와이는 7시. 감사하게도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이 시차 때문에 필요한 논점만 마무리를 지어주시고 저녁에 미팅을 했다는 걸 큰 가치로 생각해주신다.


일만 하니까 속도도 빠르고 협업 없이 혼자 해야 하는 일은 늘어지기 마련인데 일부러 운동과 하고 싶은 일을 중간에 넣어두니까 조금은 해결이 됐다. 10시에 요가를 가야 하니까 8시부터 9시까지는 무조건 이메일 콘텐츠 디자인을 끝내야 하고 5시에는 저녁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전에 3시간은 조급한 마음으로 화장실도 달려갔다 온다. 지금 글도 빨리 쓰고 수영하러 가야 한다! 이러면 광고 콘텐츠를 기획하는데 3시간 할 일들이 40분 만에도 끝나기도 한다. 수영하고 요가해야하는 걸 우선순위로 두고 일을 하니까 일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서 쫄깃해진다.



02. 인디 워커, 프리 워커 멋진 분들을 만나게 된다.

사무실 출근할 때는 아침 일찍 가서 프로그램을 배우거나 퇴근시간이 어수선해서 다른 테이블로 가서 그날 배웠던 것, 실수한 걸 적어두거나 내일 할 일을 다시 리스트업을 했다. 리더십을 키우고 싶으면 회사에 요청해 강사분을 초청해서 듣고 팀원들이 커리어로 고민하면 혼자서 사업하는 분, 해외투자자를 만나고 온 친구, 모든 대기업을 다녀본 친구들을 불러 토크쇼를 오픈하거나 와인 한잔을 회사 책상에서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까지 하나 싶겠지만 일이라는 전문가들의 바다에서 물장구치고 이야기 듣는 게 재미있었다. 예전에 전자회사 다닐 때는 매장에 한 달 파견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같이 팀이 된 동기가 정은이는 또 열심히 신나게 할 건데 자기는 비교될 거라고 같이 하기 싫다는 친구도 있었다. (매니저 분들이 내가 냉장고 티비 손님 대응하면 놓칠까 봐 기회를 안 줘서 드라이기랑 열풍기 충전기를 팔아서 300명 신입 공채 중에 판매왕 상을 받기도 했다.)  채워지지 않는 건 회사가 끝나면 모임을 찾아가거나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너무 열정을 붓는 게 아니냐 일은 일일 뿐이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같은 엔진을 가진 동료를 찾긴어려웠고 일과 삶을 구분 못하는 내가 특이하거나 나쁜 예시였다. 나를 이해 못한다는 냄새를 맡으면 마음을 대변할 레퍼런스가 없었다.


근데 회사 나와 보니까 같은 동력인데 더 찬란한 분들이 찬지삐까리다.


디자인 공부를 해본 적이 없지만 유튜브로 공부해서 로고 디자이너로 살고 있는 하캄님,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코칭을 시작, 대학교 현수막을 보면 저기서 강의할 수 있겠다 싶어 바로 전화해서 자리를 만드는 수미님, 잠은 주무시나 생각이 들만큼 많은 분들과 커뮤니티 활동을 하시는 미쉘님. 혼자서도 잘하는 우리들의 칭찬모임 I DO ME. 인스타를 통해 만난 반짝반짝 빛나는 영감 덩어리들. 결이 같으니까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같이 강의를 했던 하캄 님께서 재능마켓 컨설팅을 해주신다고 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선택해서 만들어 갈 수 있다. 이전에는 같은 학교를 다녔으니까 회사 안이니까 지붕 아래 결정된 가까운 관계에 내 몸을 맞춰갔는데, 이제는 찬란한 은빛 바다에서 함께 하고 싶은 떼 깔의 물고기들 옆에서 춤출 수 있다. 아직 잘 몰라서 오래 함께 수영 못 한다 해도 옆에서 구경하며 숨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2주간 칭찬하고 만난 우리. 집에서 일하는 우리를 위해 자세 교정 수업도 같이 받았다.



03.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 나를 더 알게 된다.

회사에서는 일이 안 풀리면 탓할 존재와 핑계들이 많다. 아 대표님이 불러가지고 뭐라 해가지고 일이 안된다. 그 업체는 왜 계약한다고 하고 입금을 계속 미루는 거야 그냥 이번엔 어렵다고 말해주면 되는 건데.

아니 왜 신입 뽑으라 해서 뽑아서 팀원 12명이랑 힘겹게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정리하라는 거야?

돌으셨나..? 오늘 내 기분이 거지 같은 이유는 남이었다. 불안함에 시야가 뒤틀리면 주변의 것들이 사유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나 혼자다. 일 앞에서 쭈글해지면 내가 쭈글이가 되는 거고 불안함에 마음이 삐뚤해지면 내가 못난이다. 남 탓 싹 치워지고 내 탓이다. 왜그러지 하고 핑계를 물색하는게 아니라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며 라이프 코칭을 시작했다. "제 장점과 단점을 알고 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질문을 준비했는데 코치님의 질문에 말을 하다 보니까 내가 이미 답을 다 알고 있었다. 시간관리를 잘하고 싶다고 하면" 킴제이님이 같은 질문을 하는 분에게 어떻게 코칭을 해주고싶나요?" 되물어보시면 또 마음에 쏙 드는 답을 하고 있는거다. 


이미 내 마음은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알고 있는데 남의 차 타고 가다가 내려서 혼자 걸으려니 잠깐 겁을 먹은 거구나.  나는 표현을 잘 끌어내고 배움을 낳는 사람이니 그저 즐기는 자체가 멋진게 아닐까 싶다. 코너 꺾여 보이지 않는 급한 고속도로를 회사 바퀴에 몸 실어 그냥 가고 싶지 않다. 걸어가며 자전거 타며 돌맹이고 구경했다가 수영도 했다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가는 걸 택했다. 인스타 보면 다른 사람들이 다 잘나고 제가 하려는 일들을 미리 하고 있어서 어렵다는 질문도 했는데, 코치님께서 그분들은 지금 이걸 이루기 위해 어떤 투자를 했을까요 질문에 몸이 바로 깨달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지는 정할 수 있으니까 하나씩 해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내가 마음 쏟아 응원하고 위로해줘야 하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틀에 얽매이지 말고 울타리에서 벗어나라.
더 아름답고 활기찬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불안하지 않게 사는 법 (저자 페이 융) 책에서 본 글 귀를 3년 동안 핸드폰 화면에 두고 본다. 작은 불안함에 균열이 생길 때는 내가 지금 울타리를 넘거 있어서 잠깐 주춤하는 것뿐. 내 고개는 저 넓은 들판으로 향해있다. 나를 만나기 위한 진정한 독립을 이제서야 해본다. 지금까지 챙기지 못했던 마음을 달래주며 해봤더니 하나씩 연결고리가 생겨 강의도 하고 인터뷰도 하게 되었다. 


삶이 지속적으로 전해주는 메시지를 바쁘다고 옷장에 구겨 넣었다가 이제 다시 서랍장을 열어보는 것 같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내가 대견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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