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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Apr 27. 2022

아니 진짜 다 된다고?

말씨 뿌립니다

미국에서 10개월 있다가 잠시 한국이다. 임시 여행허가증이 나와서 급하게 나왔다. 두 달 내가 하고 싶은 건 오로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들에 나를 노출해보는 것. 읽고 싶었던 책에 파묻혀 하루를 채우는 것.


집 앞 서점을 갈 때는 마음이 조급해서 달려가고 그 어마어마한 책들 앞에서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글이 내 손에서 읽히니 샤워한 듯 개운하다. 온갖 목소리들이 내게 달려온다. 그래 이맛이지. 영어를 더듬어가며 읽다 보면 채워지는 지식들도 손끝만 채웠다 사라지는 것 같고 영 시원하게 소화가 안되었는데 후루룩 읽히니 좋다. 3일 동안 7권의 책을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을 오늘 바로 읽을 수 있다니. 하고 싶은걸 바로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신기한 일들이 마구 지금 내게 튀어 오는 중




 한국에 막 도착해서는 송파구 청소년센터에 제출해야 하는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 원래는 하와이에서 찍으려고 했으나 전체적인 진행 안이 늦어져서 한국 와서야 인터뷰 질문지를 받았는데, 여기는 다 마스크를 쓰고 있고 있어서 야외에서 혼자 마스크 벗고 촬영하기도 그렇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실외 실내 벗기 시작했었음. 한국의 기준은 내가 잘 모르겠) 집에서는 집중이 안돼서 스튜디오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어떻게 생겼으면 좋을지 마이크도 있었으면 좋겠고 아마 크리에이터 지원해주는 곳에 스튜디오가 있을 텐데 내가 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집에 가면 검색해봐야지 싶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 스튜디오 생각을 하는데 뜬금없이 저 눈앞 상가에 스튜디오 무료 대여라고 쓰여있지 않은가?


깜짝 놀라 사진을 찍고 다음 날 가봤더니 유튜브 라이브 스튜디오에 무료다. 쓰는 사람이 없다고 언제든 와도 좋다고 하셨다. 조명에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쓸법한 마이크에 다 내 세상이다. 다음 날 아침 바로 노트북 들고 가서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다. 밖에 노래 소리랑 버스 소리가 들렸기에 분명 내 목소리도 매장에 들렸겠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유튜브에 나가보고 싶었다. 내가 찍어 올리려면 하다 말 것 같아서 다른 분들의 채널에 가서 어떻게 하시는지도 보고 질문들에 내가 어떤 답변들을 할지, 지금의 시간을 얼마나 소화해내고 있는지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예티 튜드 채널을 눈여겨보다가 인스타로 디엠을 보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출현을 하고 싶은데 내가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할지. 말씀해주시면 할 수 있는 건 준비를 해두고 가려고 했는데 인스타에서 내 피드 잘 보고 있다며 촬영하자고 연락을 주셨다. 


돼버렸어?

돼버리니까 어쩌나 싶다. 진짜 이게 돼버리면 나는 어쩌자는 거지?

아 그리고 언젠가는 서울 산업진흥원에 전화를 걸어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크리에이터 분들에게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전에 브랜드 대상 강의를 한 적이 있어서 담당자분께 전화해서 해당 부서를 연결해 달라고 했어요) 마침 5월에 유튜버들을 위한 행사가 있다며 그때 강연을 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뭐지?


아 저는 미국에서 지내면서 강의로 콘텐츠를 만들고 강의로 클라이언트들을 섭회 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유튜버분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갑자기 된다고 하셔서 놀랐다) 했더니 다들 자기 콘텐츠를 홍보하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한다셨다. 일주일 내로 그럼 세부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주말을 보내고 서울 디지털 어쩌고 역으로 예티 튜드 유튜브 촬영을 하러 갔는데 그 건물이 선업진흥원이었고 예티 튜드 채널의 손예진 대표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나랑 전화를 했던 그 담당자분이 바로 위층에 있다는 거고, 그래서 나는 내친김에 전화를 걸어 얼굴도 뵙고 왔다. 뱉은 말이 바로바로 자라나서 무섭다. 


촬영하면서 예진 대표님의 질문에 답하니 보니 신나서 한 시간 정도 더 스타벅스에서 대화를 나눴다. 나와 논의 중이던 출판사 대표님도 알고 계셨고 꽤 많은 인연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5월까지 원고를 쓰고자 하는 목표도 비슷해서 함께 글도 쓰게 되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이래도 되는 시간과 세상인가 싶다.


아니 이렇게 다 말하는 대로 돼버린다고?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갈 때는 설레면서도 무서웠다.

이러다가 사람도 죽겠다. 


내 걸음이 지금 길에 닿았다. 새로운 인연들이 시원시원하게 내게 달려들며 만날 때마다 고민을 씻겨준다. 어제는 특강으로 모셨던 고아라 작가님과 강의 시작 전 대화를 나누다가 다다음주에 내가 다시 서울 올라오는 날에 만나 뵙기로 했다. 그저께 내가 읽었던 책의 작가님을 곧 만난다니. 세상이 나를 헤아리며 손잡아준다. 어떤 시간을 마주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미 튀어나간 공은 신났다. 어느 곳을 가도 돼. 원하는대로 이렇게 이뤄져버려서 어이없을거라면 나는 올해 꼭 세바시를 나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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