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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01. 2021

어쩌다 보니 내가 무대위

발표를 잘 하는/ 잘 할 방법이라고 소제목에 적어버려야지


#01

"정은아, 발표한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네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 이 공간에 너의 에너지를 채운다고 생각해봐"

대학교 공모전에서 최종 발표를 하는 자리였는데 뉴스에서만 봤던 국회의원분들 앞이고 내가 잘 못하면 우리 팀이 망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마이크가 손에 쥐어지는 순간 도망가고 싶었다. 같은 팀이었던 오빠가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말을 하라고 했는데 그걸 듣는 순간 앞에 보이는 검은 정장들아 편해 보이면서 발표를 시작할 수가 있었다.


그저 생각을 말하는 것, 꾸며지고 준비된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지금 배우고 공부했던 내용을 말하는 것. 그때 질문을 주고받았던 홍 국회의원분의 눈이 반짝반짝 질문이 반짝반짝하니 살짝 떨리면서도 흥분이 되는게 묘했고 우리는 대상을 받았다. 그 뒤로도 발표를 하게 되면 발표문을 외워서 똑똑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발표 전까지도 내용을 품어보며 내가 온전히 이해를 하고 있는지 머리 속에서 걸리는 건 없는지, 몸이 편하게 받아들이는지 흐름에 익숙해지기 위해 집중했다. 모르는거 아는척 하면 체하니까 내 수준에 솔직해지고 편하게 대화하기!



#02

"김정은, 글 잘 쓴다고 하니까 힘들이 들어가네. 힘 안 빼? 척하지 마"

헬리온 마케팅 동아리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글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어찌 되게 선생님께서 내 글을 좋아해 주셨고 다른 친구들도 정은이 글은 쉽고 정은이가 이야기해주는 거 같아서 좋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 같은데 신나서 글을 또 쓰니까 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다.

"네 글이 좋다고 한 건 딱 네가 쓴 거 같아서 좋다고 한 건데 잘 쓰려고 하지 마."라고 말씀하셨다. 어? 난 그런 생각이나 마음으로 쓴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그때의 배움도 명확해서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힘쓰지 말자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제일 좋은 말이다. 중점을 내 안에 두고 내가 하는 말을 내 입으로 할 것. 내가 느끼는 생각을 그대로 손가락으로 흘려보낼 것



#03

"제이콥, 발표를 잘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요? 제이콥은 이런 거 할 때 안 떨려요?"

"나? 맨날 떨려"

"그럼 어떻게 해요?"

"그냥 사람들이 왜 왔는지 뭘 듣고 싶어서 왔는지 하면서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지"

세미나는 처음에 할 때 마냥 두근거리고 신났는데 하면 할수록 부담되고 진짜 목소리도 덜덜 떨리고

행동도 부자연스러워지는 게 올라가면 5분 만에 목소리가 바짝바짝 탄다. 마틸다는 제이가 욕심이 많아서 그래 잘하려고 해서 그래라고 말해줬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알려주고(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러는 듯하다. 내가 충분히 흡수한 생각을 편히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제이콥은 계속되는 나의 질문에 욕심이 많아져서 그런다 성장통이라며 비우고 본질만 채우라고 하셨다.


이게 최근 내가 발표를 하게 되면서 마주한 질문과 숙제.

글로 남긴 저 순간들도 결국은 비슷한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알다가도 모르겠고 더 해보고 싶다.

내 목소리를 더 명확하게 내기 위해 내가 내가 되어야 하는 것, 알고 있는 것을 다듬고 다듬어서 깔끔한 알맹이를 전달해야 하는 것, 지금 묘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떨림의 앞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을 글로 써내고 마음에 다시 새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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