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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Jul 03. 2022

프랑스 남자의 키스

코팡안 풀문파티, 원하는걸 명확하게 말하는 평온한 섹시함이란

I DO ME 나를 하며 사는 나. 

아이두미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과 이야기를 적고 있어요.




"태국에서 왔으면 풀문파티 다녀왔겠네?"


"풀문파티? 그게 뭐야?


"코팡안이라는 섬이 있는데 보름달이 뜰 때 파티가 열려. 밤새 춤추는 거야"


"그럼 한 달에 한 번만 열리는 거야?"


"아마 그럴걸? 스페인 이 비자 있잖아. 태국은 코팡안이야"


"... 이번 달에는 언제 해?"


"구글 검색해볼게. 어? 내일모레 하는데...?"


"오마이! 고마워! 나 친구들이랑 가야겠다!! 얘들아!!!!!!!"


라오스 숙소에서 우연히 만난 커플들과 대화를 하다가 풀문파티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보름달이 뜨고 섬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춘다니. 우리 갈래? 1박 2일 배 타고 트럭에 실려오고, 쾌쾌한 봉고차로 실려 넘어온 국경을 다시 넘어 태국 가보지 않을래?


라오스 숙소에서 만났던 현지, 재현오빠와 함께 유튜브로 코팡안을 살펴봤다.

 (*국경 넘어갈 때 같은 버스를 탔던 한국인 혜경이가 자기는 민박집에 예약을 해뒀다며 카카오 아이디를 알려줬었다. 라오스 한낮에 흙길을 배회하며 여러 숙소를 돌다 돌아 어렵게 잡았는데 혜경이가 여기 민박집에서 밤에 삼겹살 파티가 오라고 초대를 받았다. 미친 듯이 먹으면서 퇴사하고 온 재현오빠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온 현지를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한국음식도 즐기도 한국말로 대화하니까 제리를 간호하며 지쳤던 마음이 완전히 봉인해제. 각자 헤어져 루앙프라방으로 갔다가 아침 산책하는 길에 우연히 다시 만나 이건 돌이킬 수 없는 신호라며 다들 한국 돌아가는 표를 취소해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달을 함께 지냈다. 나 지금 프랑스 남자 이야기 써야 하는데 글을 쓰다 보니 한없이 풀려나온다. 8시면 전기가 끊기는 섬에서 5일 동안 머리 안 감고 살았던 이야기, 원숭이가 내 사과 훔쳐간 이야기, 다 쪄내서 글로 새겨놔야지.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코 수린 섬 이야기를 적어야지) 


이미 한국 가는 표는 취소했던 둘이라서 태국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날 밤 바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버스들을 살펴봤다. 비행기표는 70달러 정도였으나 버스표들은 인터넷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태국에 도착하면 거기서 거기서 다시 갈 방법을 찾기로 했다. 


Pic by @fullmoonpartykohphangan

코사무이라는 도시까지 가야 하는데 중간에 사기를 당했다. 우리는 아주머니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코사무이가 아닌 다른 도시를 가는 버스였고 (우리가 몇 번이나 확인했기에 의사소통이 잘 못 된 게 아니라 코사무이 가는 버스가 없어도 돈을 받고 태워버렸다는 확신) 더 먼길을 돌아와 점점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안돼! 안돼 달려가 숙소에 도착 11시 마지막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아! 여기 보트 아저씨는 우리에게 11시 배가 오늘 마지막 배라며 표값을 더 받았는데 알고 보니 더 싼 보트가 12시 10분에 있었다. 아저씨 말대로 그래 11시가 그날의 마지막이고 12시가 지나면 날짜가 지난 거니까 내일의 표... 엄청난 세일즈를 배웠어요


2022년 코팡안 풀문파티 스케쥴 일정

https://fullmoonasia.com/thailand/half-moon-party/



스피드 보트를 타고 들어가는데 저 넘실거리는 밤바다 위로 퉁퉁 베이스에 튕기는 섬이 떠 있다.

가슴이 뛴다. 우리가 결국 다시 태국으로 와버렸다. 해변에 닿자마자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가득하다 메인 바닷가로 가면서 가방에 생수를 챙기고 화장실에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는데 없다. 한 술집 뒷에 있는 화장실 문 두 짝만 있고 줄 선 사람들이 끝이 없고 취한 여자분 둘이서 섞여 잡아먹듯이 녹아내리며 키스를 하고 있었다.


"얘들아 오늘 나는 맥주 마실래. 물도 입만 적실 거야. 화장실 줄 좀 봐. 난 화장실 못가 오늘"

"좋은 생각이야. 맥주 마시면 화장실 가야 하니까"


맨 정신의 우리는 메인 바닷가로 뛰어가 미친 듯이 춤을 췄다.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왜 왔는지도 잘 모른다. 함께 여행하며 맛본 음식과 하늘색에 감탄하느라 오늘 하루가 다 차오르고 감탄으로 터져 흐르는 가슴에 언어가 낄 틈이 없었다. 클럽은 안 가봤다는 재현 오빠도 엄청난 춤으로 해변의 모래를 걷어차니 신이 나 찢어질 것 같아 우리는 더 높이 뛰어올랐다. 우연히 만난 우리가 감정에 솔직해지고 마음이 열려 사랑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한 잔, 속상한 일이 있으면 술 마시며 짠하고 덮어뒀는데 술을 마시지 않고 더 개운하게 뛰며 내 모든 걸 발산할 수 있다니! 결국 보름달을 따로 달려들어와 코팡안에 도착하다니! 이 해변에서 춤추겠다며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돌아와 버리다니! 이걸 함께 하다니! 신난 우리가 갑자기 강강술래를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4명이서 돌다가 6명이 되고 15명이 되고 원형들이 커지더니 주변 사람들이 다 손을 잡아 긴 줄이 되더니 인파들을 뚫으며 기차가 되어 뛰어다녔다.

해가 진다! 야 달 떠오른다! 어떻게!!!! 비행기, 버스, 배타고 힘겹게 도착한 코팡안

여행이라는 한 단어로 하루를 꿰차며 산다. 내가 오늘 춤을 추면 춤을 춘 사람이 되고, 웃으면 웃는 사람이 된다. 괴팍한 말투를 뿌려버리면 난 날카로운 사람이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선택할 수 있구나.

2개월간의 태국 2주간의 라오스 다시 돌아온 태국에서도 여행에서 해방되어 원하는 내 모습을 살 아봄이 설렌다. 그렇다면 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여행하려고 즐기려고 태어난 삶에서 원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

한참 모두와 손잡고 춤을 추는데 한 백인 남자가 잠깐 대화를 하자는 시늉을 하더니 강강술래 무리를 벗어나 해변으로 나를 이끌었다.


"너 엄청 즐거워 보인다!"


대화를 몇 번 나눠보니 그는 프랑스 사람.  나는 춤추고 저 뒤에 친구들에게 손을 흔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너에게 키스를 해도 될까?"


왓? 네? 어? 뭐라고요? 가만히 서서 날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다.


"어... 내가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핑계를 댔다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내겐 문제가 아니야. 나와 키스를 하고 싶은지 아닌지가 중요한 거지"


"음... 안 할래"


"오케이 쿨. 알려줘서 고마워 다시 돌아가서 춤추자!"


"그래!"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는 큰 문제가 아니야. 네가 나와 키스를 하고 싶은지를 묻는 거야.

생각이 어쩜 이렇게 섹시할 수 있지? 나는 숙소에 돌아와서도 태국에서 수영을 하면서도 몇 번이고 되내었다. 설렌다. 나랑 키스하자고 했던 말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지 아닌지를 물어보는 그 명료함이.

리더 미팅마다 답답해져 오는 시간에도 모든 상황을 고려할게 아니야. 내가 지금 하고 싶은지 아닌지가 중요하지라고 그 프랑스 발음의 영어로 곱씹었다. 강의를 하고 싶어서 업체에 전화를 할 때도 지금 내가 자격이 있고 없고 가 중요한 게 아니야 하고 싶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지금 우리 가족상황이 물귀신처럼 나를 끌어내려 힘겨워도 그 핑계에 바닷물에 가라앉을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해


코팡안 풀문파티에서 만났던 프랑스 남자도 그렇게 내 인생에서 내가 나를 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해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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