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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Apr 27. 2023

태국에서 내가 강연을? 1편

그래 일단해볼게. 즐기는 척의 꼼수

치앙마이에서 매주 3번씩은 노마드 밋업에 나갔다. 일요일 오후 12시면 브런치 모임이 있는데 비건 카페에서 만나 브런치를 먹으며 일이나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금요일 디너밋업은 사람도 워낙 많고 바에서 한 잔 하면서 네트워킹하는 거라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브런치 모임은 한가하게 먹으면서 자리 이동 없이 같은 테이블 사람들이랑 이야기 나누니까 더 편했다. 낯설었던 자리들에 여유로운 척을 해보는 게 편해져 간다. 


같은 테이블에 앙뜨안과 에리카와 앉았다. 3-4번째 만남이라서 편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9월에는 한국에 간다고 해서 혹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흥분해 있는데 옆테이블에서 갑자기 누가 휙 하고 일어선다. 

"헤이 레이디스 앤 젠틀맨! 다들 대화하는데 방해해서 미안! 나 한 가지 공유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내가 다음 주에 오픈 마이크 쇼를 오픈할 거거든.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나 퍼포먼스를 공유하고 싶은데 겁나서 못한 사람 있지 않아? 다다들 Comport zone을 벗어났으면서 만들 자리야. 나도 호스트가 처음인데 도전하는 거니까. 다들 관심 있는 사람은 수요일 저녁 Free bird에서 만나자!"



오픈 마이크쇼가 뭔들.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발갛게 오를 얼굴로 꾹꾹 쭈뼛거림을 눌러가며 말하는 Ondra가 빛난다. 꼭 가고 싶었지만 마케터 모임과 겹쳐서 아쉬워서 가고 싶었다는 말도 또 하느냐는 말도 못 했다. 며칠 후  왓츠앱 단체방에 온드라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Hey, guys! last night was amazing so I would like to open this week again. So if there is anyone  wants to be in stage, please feel free to cantact me. 저번 모임 진짜 멋졌어! 이번주에도 다시 할 건데 퍼포먼스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연락 줘!"


이건 지금 우주가 다시 내게 보내준 신호다! 바로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나도 연설을 해보고 싶어! 영어로 하는 건 처음인데 내가 무대에서 떨림을 이겨내고 130번 이상 강연의 기회를 잡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That's so cool!"


뭐야? 된다고? 나 진짜 해도 된다고?

영어로 강의하는 건 언제나 꿈꿔온 내 모습이다. 5년 뒤 아 이제 3년 뒤인데 사람들 앞에서 나의 경험을 편히 이야기하는, 다양한 나라에서 여행하며 강연하는 게 내가 곧 만나게 될 모습이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모르지만 편하고 유쾌한 웃음이 근사하다. 지금도 그 이야기보따리를 위해 신나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목요일 저녁에 다 모이는 거고 연습할 시간은 5일 남았다. 하고 싶다고 말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잽싸지 다니 진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때서야 떨리기 시작한다. 


워드 켜서 말할 내용을 적자니 떨리고 노트를 펴서 펜으로 꾹꾹 눌러 담자니 대단한 주제가 아니라 부끄러워진다. 그래 생각 없이 말해보자고 쭉 읊조리니 몇몇 문장에서 꼬여 다시 처음부터 맴돌기만 한다. 아 근데 왜 다시 말할 때마다 문장도 주제도 바뀌고 난리인 건가. 식당에서 밥 먹다 가고 카메라를 켜서 혼자 대화를 했다. 또 말할 때마다 주제가 딴 길로 도주한다. 심호흡을 하고 가다듬어도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죄어 오는 것 같아 더 바쁘다. 그러다가 목요일이 돼버렸다.


오픈 마이크 쇼. 마이크는 서있고 누구든 올라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쇼다. 노래를 불러도 되고 시를 공유해도 된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택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50분 정도 일찍 도착하려고 숙소를 나서는데 심장소리가 귀에 들린다. 배도 아프다. 그래 문자 보내서 신청한 것만이라도 잘했다. 그냥 숙소 갈까. 나 지금 아마 배아 아플 거 같은 데 가야 될 거 같은데. 마음은 조급한데 걸음은 재빨라서 돌아갈 겨를이 없다. 


' 아 그래 즐기자! 즐기는 꼼수! 여유로운 척 하자!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기 위해 온 거다! 잘한다 킴제이 진짜 대단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잘했어. 무대에서 내려와도 돼. 잘했어 대단해'


코너를 휙 돌아서 Free bird 카페에 들어섰다. 아니 왜 사람이 많지? 야외 정원에 방석들이 깔려 있고 스탠드 마이크에 스피커도 크다. 여유로운 척하고 들어왔는데 사람들에게 인사를 못하겠다. 저기 온드라가 보인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내 순서를 적으니까 온드라 이 놈이 또 눈이 반짝 반짝이며 와줘서 고맙다고 한다.

하는 사람의 힘이다.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모르지만 그 떨리는 손을 꾹꾹 잡아가며 웃으며 초대한 온드라 덕에 왔다. 그의 에너지가 궁금했다. 호스트가 처음이라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모이는지도 궁금했다. 나는 8번째 정도 순서이고 내 뒤로는 3명 정도가 더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는데 엉덩이 붙이고 의자에 앉아 버리니까 심호흡하며 마음 속이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시도 읽고 연주도 했다. 토크쇼를 하는 분도 있었는데 다들 영어권 사람들이라서 막힌 없이 술술술이다. 지금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지만 나는 오늘 한다. 나도 오늘 일단 하는 사람이 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30-40명 정도가 꽉 찼다. 다음은 내 순서라고 온드라가 눈짓을 주고 마이크를 잡는다." So this is amazing lady Kim J who is from South Korea. 그녀만의 진솔된 경험을 이야기해 준다고 합니다"


그래 나는 오늘 나를 즐긴다.

"Hey guys!!"

크게 외치고 손도 흔들어 인사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영어로 30명 이상 되는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말하다가 떨리면 한국말로 할 때니 알아서 알아들어주세요!

사람들이 웃는다.


"사람들 앞에서 말도 못 하고 마케터로 발표만 해도 화장실에서 울게 된 내가 기회를 잡은 3가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저녁 9시가 돼 가는 밤은 짙푸르고 노랗고 촘촘한 조명들이 펼처럼 펼쳐진다. 조명 덕에 사람들의 눈이 반짝인다. 여기에 저기에 눈으로 내 말을 주어 담으며 자신의 마음을 열어준다. 킴제이는 킴제이의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과의 호흡에 하나가 된다. 몇몇의 감탄에 눈물이 날 것처럼 더 크게 미소가 터진다.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영어가 틀리는지 이 단어가 맞는지는 상관이 없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나를 즐긴다는 이 사실이 완벽히 아름답다.


Thank you guys!

10분간의 짧은 연설이 끝났다. 연습한 대로 되지 않았으며 애초에 대본도 없었다. 말을 뱉을 때마다 다른 말이 나와서 주제 하나와 말할 꼭지 3가지만 마음에 적었다. 박수가 터져 나온다. 가슴에 손을 얻으며 감동했다는 제스처도 보내준다. 오늘의 자리는 Comport zone를 벗어나기 위한 모두를 위한 오픈 마이크쇼. 앉아 듣는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이라 응원의 노란빛을 보내준다. 눈이 마주친 온드라가 엄치손가락을 척! 내세운다.

종종걸음으로 테이블에 돌아가 앉으니 뒤에 앉았던 남자가 툭툭 어깨를 친다

"That was beautiful story. 정말 진심 어린 이야기였어. 오늘 밤 감동은 네가 다 줬다"

아 귀까지 찌릿하며 설렌다.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손까지 떨려서 밖에 잠깐 나가려고 가는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도 좋았다며 이야기해 준다. 호주에서 온 할아버지는 한국 시장 진출에 관심 있다며 마케팅 미팅까지 약속을 잡았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 10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일단 나서버린 무대에서의 10분. 내 우주의 또 다른 문을 열어재껴 버린다. 내가 했다.

나 진짜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어. 21년 이윤석 코치님과 함께 그렸던 미래의 모습과 가까워진다.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저 멀리 골목에서 부른다. 어? 난가?


"Kim J? Hey Is that you KimJ? (너 킴제이 아니야?)"


?!?!? 어? 어? 네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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