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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Apr 27. 2023

태국에서 내가 강연을? 2편

1편과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https://brunch.co.kr/@kimikimj/58


첫 영어 강연이 끝나고 카페 골목으로 도망치듯 나와 숨 돌리는 찰나

"KimJ! Is that you?"

"Hey! What's up?!"

"Do you recognize me? 나 알아보겠어?"

"Sure you are Mak! I have met at the nomad marketing meet up! 아 당연하지! 우리 마케터 모임에서 만났잖아!!"


노마드 마케터 밋업에서 만난 아흐멧이다. Mak이라고 소개했지만 아흐멧 이름이 더 입에 착착 붙는다.

"여긴 웬일이야! 오픈 마이크쇼 보고 있었어?"

"아! 킴제이 들어봐. 지금 내가 미친 짓을 하나 했는데.."

"무슨 일이야?!"


아니 그러니까 아흐멧이 오토바이 빌렸다가 반납하러 가는 길에 카페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봤더란다. 오늘 무슨 행사인가 싶어서 반납하고 다시 숙소 가려고 돌아가는데 내가 마이크 앞에 서있었던 거지. 아흐멧이 어? 저 사람 킴제이 아닌가? 뭐 하는 거지? 하고 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킴제이. 너도 영어로 말하는 거 처음이라고 하면서 해내는 거 보고 나 진짜 감동받았어. 엄청난 영감이야."

"어?"

"그래서 나도 내가 하고 싶었는데 용기를 못 냈던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까 기타 연주랑 노래더라고. 나 너 이야기 듣자마자 호스트 찾아가서 나도 할 수 있냐고 물어봤어 바로"

"어? 지금 호스트 등록할 수 있대?! 야 해봐 하자하자!"

"응 방금 다른 참여자한테 기타도 빌렸는데 아 너무 떨려 사람들 앞에서 해보는 건 처음이야.."


"아흐멧 괜찮아! 여기 사람들 so supportive 야! 눈빛에 응원덩어리가 한가득이야!"

"그럼 나 연습해 볼게. 한번 들어봐 줄 수 있어? 솔직하게 피드백해 줘!"


당연하지! 기타 소리 조율하는데 남자 한 분이 더 온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마크.

연습하는 거냐고 묻자 아흐멧이 킴제이의 강연을 보고 나도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하니 마크가 눈이 빛난다.


"연습하는 거 같이 들어봐 줄게"


떨리는 아흐멧의 목소리가 가느다란 기타 위에 흐른다. 침 넘기는 소리 긴장에 목이 메인 선율도 음악이다. 눈을 뜨면 아흐멧이 긴장할까 봐 계속 눈을 감고 들었다. 3분 정도의 연습이 끝나고 아흐멧이 묻는다.


"How was it...? 어때?"

"Hey man, It was just beautiful. 너 목소리가 진짜 좋다. 브루노 마스 노래는 느끼하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부른 거 들으니까 내 생각이 바뀌었어. 솔직하고 담백하니까 너무 아름다워"

"Really.. do you really think so?"


아흐멧은 정말 멋진 목소리를 가졌다. 솔직하고 진정성이 담긴 목소리. 나도 아흐멧에게 지금 이대로 불러달라고 했다. 떨린다면 지금의 기분과 목소리도 이 노래랑 잘 어울린다고 했다. 일단 한 곡해 보고 떨리면 내려오라고 내가 앞에서 들어주겠다고. 지금 내가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음에도 너무나 해복하고 고맙다고 전헀다.


아흐멧은 많이 떨었다. 아 그래 그 마음 내가 알아 아흐멧. 내가 온마음 온 발가락까지 다해서 응원해 진짜. 


"어? 그런데 마크 너도 기타 쳐 오늘?"

같이 아흐멧 연주를 들어줬던 캘리포니아 청년도 기차를 메고 있길래 물었더니 지금 너무 배가 고파서 집에 가야 될 거 같다고 했다. 편의점 들려서 뭐라도 먹을까 했는데 시간도 안 맞고 기운이 없다고 했..

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떤 남자가 와서 대뜸 파스타를 우리에게 주면서 먹으라고 하는 거 아닌가? 이유도 없고 갑자기 와서 이거 파스타 너희도 먹을래? 하면서 접시부터 내밀었다.


나랑 아흐멧, 마크는 이 상황이 너무나 놀랍고 아름다워서 소리를 질렀다. 파스타 청년은 어리둥절해했다.

"Hey guys. This sign from universe! 이건 우주의 사인이야! 너희를 위한 시간이야 오늘! 아 진짜! 너무 좋네"

아흐멧이 무대로 오른 시간. 아흐멧 소개하는 시간에 갑자기 화장실을 들어가더니 안 나온다. 아흐멧 할 수 있어.

5초 정도 시간이 지나고 아흐멧이 무대에 올랐다. 하나는 영어로 하나는 아랍어로 해보고 싶다며 오늘 첫자리라 많이 떨린다고 했다. 박수가 흐르고 아흐멧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기타를 쳤다. 작은 목소리로 노래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박수를 멈췄다. 그 조용한 밤에 우리는 아흐멧의 노래를 들었다. 그의 떨림은 간드러짐이었다. 노래의 가사처럼 이 밤에 사랑을 읊조리는 시 같았다. 눈물이 날 것 같은지 감동을 받은 것인지 모를 감정이 나를 덮친다. 


고개를 들어 호흡을 깊고 고르게 뻗더니 아랍 노래도 시작했다. 아흐멧이 요청한 대로 카메라에 그를 담았다. 노래가 끝나고 돌아온 아흐멧의 어깨를 연신 두드리며 아름다웠다며 극찬했다. 아흐멧의 오늘밤 밤 자체가 내겐 노래 같은 하루다.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카페로 고개를 돌리니 아일랜드에서 온 3명의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작곡도 하는 그룹이라고 한다. 간드러진 노래가 치앙마이의 밤에 퍼진다. 하늘을 쳐다보니 노란 조명이 파도의 모래알처럼 부서진다. 그저 아름답다. 오늘 밤과 이 사람들을 품어 안으며 마음깊이 사랑해 본다. 아! 치앙마이는 사랑이어라. 나는 오늘 사랑에 빠졌다. 나의 우주의 문이 활짝 열린다. 나는 나를 사랑할 준비가 이 시간을 누릴 준비가 되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나서지 못했던 숙소의 문들. 질끈 눈 감고 나온 나에게 아름다움 시간만이 존재하고 있을 줄이야.

설명할 수가 없다. 온드라가 오픈한 오픈마이크쇼에 내가 나섰고 그 모습을 본 아흐멧이 노래를 한다. 온드라는 정소섭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마이크쇼 기획안을 전했고 카페 주인의 연락처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just like that 그냥 그렇게 돼버렸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마음의 에너지를 모으고 주변 사방팔방으로 뿌려질 수밖에 없다. 기회가 열리고 세상이 열려 우리를 도와줄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겪고 있는 이 시간들이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어쩜 세상은 아름다운으로 가득 차있어서 70-80년만 살다가 나의 권리는 이 삶은 그저 경험하고 누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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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글을 쓰고 아흐멧 질 지내는지 인스타 구경갔는데 카페에서 연주하고 있는 영상을 10분 전에 올렸다. 1월에 처음 연주했던 때를 기억한다며 다시 치앙마이에 돌아와 계속 연주하면서 연습한다고 한다. 타이밍 뭐지.

영상 속의 그의 눈빛과 노래는 농염하기까지 하다. 연습으로 다듬고 갈고 닦으면 우린 성장할 수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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