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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y 16. 2023

일을 쫓다가 마음을 놓쳤다

디지털 노마드로 지내고 있다. 21년 11월과 12월에는 마인드 코칭을 받으며 내가 무엇을 앞으로 하고 싶은지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22년 1월부터는 강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팔았다. 해외에 돌아다닌 다는 이유로 한인들을 위한 이커머스 회사와 일을 시작했고 22월 5월에는 사업자 등록을 했다.

12월에는 비즈니스를 배우는 곳에서 1,000만 원 상금도 받았다 그렇게 1년 동안 1억 1천만 원을 벌었다.


아 22년 11월부터는 진짜 숨이 턱턱 막힐 때까지 바빴다. 정신적으로 뭉개지는 날들이 많았고 제리와 엄마에게 매달려 같이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22년 12월부터 다시 한국을 떠나 발리, 태국, 네팔에서 지내다가 4월 미국으로 왔다. 22년 4월에 미국 떠나서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1년 만에 다시 오게 된 미국에서 1년 전 나를 돌이켜보니 나 잘했잖아? 

아직도 들쑥날쑥 하지만 배우려고 시작한 거니까 괜찮다. 작년 11월에 왜 그렇게나 힘들어했나.. 정신 줄 놓았을 때는 진짜 고무줄에 계속 튕겨나가듯이 오락가락했다. 마음만 잘 보듬어 주고 안아주면 나는 잘한다.

왜 그렇게 힘들어했나 나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다독여본다.




혼자 일하니까 남 탓을 할 수가 없었다

회사 다니다가 일이 잘 안 되면 업무 방향이 잘 못 되었다고 실장님 탓을 하거나 별거 아닌 걸로 감정적으로 싸우는 동료를 탓할 수 있었다. 열받는다고 한 잔 하고 신나게 팀원들이랑 씹어대고  힘든 마음을 시원하게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투덜거리며 감정 쓰레기 여기저기 던지며  툴툴 털어낸 척할 수 있다. 회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도 할 수 있다. 아님 뭐 대기업의 신세 한탄 스타트업의 소용돌이를 손가락질했다. 남탓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가 혼자서 메인으로 일을 하려다 보니까 이제 내 탓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누구 때문이라고 화낼 수 있었는데 내게 손가락질하고 멱살 잡으려고 하니 너무 부끄럽고 괴롭다. 도망갈 수 없이 온전한 나만의 선택이 어렵다. 별별것이 혼자만의 선택이 된다. 계약서를 쓸 때 도장을 찍는 마지막 결정도 내가 하는 거다. 오늘 하루 얼마나 일을 해야 할지도 내 마음에 달렸고 점심시간에 누가 김치찌개 먹자고 하면 그냥 따라가기만 해도 되는 시간이 없다. 나중엔 자율의 선택지도 나를 위협했는데 23년 1월 치앙마이로 혼자 지내러 갈 때도 이게 맞나, 어떤 선택이 더 좋고 효율적인지 몰라서 심장 떨며 울었다. 머리 모근 하나하나에 흰머리가 철사처럼 삐죽빼죽 튀어나는 것 같았다. 


일도 노매드로의 여행도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되니 나를 다 벗겨놓고 앞장세운 다며 억지로 앞으로 밀었다. 그러다 네팔에서 명상을 하면서 배웠다. 타인을 탓했던 마음은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였구나. 내게 솔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상황을 흘려보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감정이 뒤틀린 채 남 탓을 하며 괴로워했다.  부끄럽다. 손가락질할 대상을 찾지 않고 그 손을 더 뻗어서 내 머리 한번 쓰다 음어 주면 돼..


인생의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인데 그걸 왜 남한테 미루고 잘했냐 마냐 했을까. 내키지 않는 일을 한다면 새로운 일을 해보거나 그만 두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썩은 내 나는 마음을 남 때문이라고 하며 내 마음을 다독여주지 못했다. 네 탓 내 탓 없이 상황만이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내가 택할 순 없어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냐는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해도 내게 좋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무엇이 좋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가 선택을 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의미!

 어떤 선택을 해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고 그 상황을 배우면 되는 거다. 좋고 바쁜 건 없다. 내가 했냐 아니냐만 있다. 거기서 배웠냐 아니냐만 있다. 내 인생의 선택은 나만의 것이다. 

네팔에서 만나 수딥 선생님은 Everything will be happen when It's ready라고 하셨다. 처음엔 그 말이 답답했다. 요가 자격증 프로그램 언제 하냐고 오픈하면 6월 1일에 시작한다가 아니라 때가 되면 한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아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날이 정해져야지 막연히 기다리라는 건가?!

대충 대답하시는 것만 같고.. 게으른 마음이라고도 사실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을 지내다 보니 될 일은 된다. 꽃도 알맞은 온도와 습도가 되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핀다. 왜 5월 5일 오후 5시에 피지 않았냐 꽃을 탓하는 사람은 없다. 때가 되면 피어오는 기회들과 생각의 트임. 그러니까 지금 열매 맺지 않았다고 내 탓 네 탓하지 않아도 된다. 흙을 갈아주거나 물을 좀 더 주거나 마음에 볕이 제대로 안 드는지 주변 상황을 돌보며 다독여주고 예뻐해 주면 돼.


정말로 때가 되면 될 일은 된다. 한국을 떠났을 때도 영어가 고민이었는데 한인, 교포들을 위한 이커머스를 마케팅 기회가 찾아왔었다. 최근에는 원격으로 일하며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형태가 독특하다며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에서도 같이 일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마음의 빨래터 네팔도 내게 찾아왔다. 히말라야 산을 오르며 정말로 나는 운명의 개척자구나라는 강렬한 전율도 목련처럼 툭하고 피어올라왔다. 


예전에 제리가 이스탄불에서 물리학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킴제이 물리학에서는 신기한 개념이 있어. 네가 만약 저 건물로 걸어간다는 건 물리학적으로 저 건물이 너에게 온다는 이론도 성립이 돼."


"그럼 내가 여행하러 터키에 온 게 아니라 터키가 내게 온 거구나?"


"응 맞아"


"어? 그럼 내가 가만히 있어도 모든 여행과 기회, 시간들이 내게 오는 거네? 와! 그럼 나는 그걸 받으들이면 되는 거잖아?!"


수많은 기회가 시간들이 올 테니 나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고 배우면 된다. 그 시간 중에 무엇이 좋을까 비교하느라 놓치는 선택보다는 나는 이 모든 것에서 배우며 또 나아간다는 마음을 선택하고 싶다.  잘 될 사람이니까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도 있을 텐데 파도탓 하지 않고 되려 힘을 빼고 배영을 해보는 여유로움을 품겠다. 

이렇게 글을 쓰며 마음을 채우고 다짐해도 또 흔들리겠지만 그때는 내게 무조건적으로 위로해 주고 친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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