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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y 13. 2023

영혼의 빨래터 네팔 요가선생님,요게쉬


네팔의 포카라, 폐와 호수를 내려다보는 PURNA YOGA CENTER 하루만 지내야지 하고 갔던 곳에서 한 달을 지내게 되었다. 3-4일 지내면서 이전에 한 달 동안 지냈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다들 눈이 빛났다. 킴제이 너도 여길 좋아하게 될 거라며 자기도 잠깐만 있으려다가 한 달을 에밀리는 3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여기가 뭔지 모르겠지만 너희가 이렇게 반짝이는 거라면 그냥 나도 지내보고 싶다고 했다. 어쩌다 보니 일과 여행을 함께 하는 디지털 노매드의 삶을 살고 있다. 24시간이 모두 내 것이라는 것도 좋지만 그 자율성에서 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도 제대로 선택을 하지 못하는 나를 질책했다. 1억이라는 큰돈도 벌어봤지만 회사 없이 이제 내 탓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와서 마음 불안병이 도졌다. 태국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네팔까지 흘러가게 되었고 요가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만나 이제야 마음그릇을 더 살펴보게 되었다. 어차피 일도 잘 될 건데 중요한 건 일에다가 칼질을 할게 아니라 내 마음이 더 넓어질 수 있도록 토닥여주는 것이 내 인생의 큰 사업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나의 소중한 사랑 PURNA YOGA. 수딥 선생님, 요게쉬 선생님, 라즈 선생님


선생님들이 내게 가르쳐준 마음 요가 이야기



01 존재자체가 음악인 요게쉬

You are beautiful, Keep shining.


요게쉬는 박티요가 시간에 가장 빛났다. 아 박티요가는 산스크티어를 단순한 음률에 맞춰 부르는 건데 기도이자 명상이라고 했다. 뜻을 잘 몰랐지만 계속 부르고 있으면 소리 진동이 신기하고 좋은 기도를 내 마음을 위해 비는 것 같아서 평온해지기도 했다. 요게쉬는 웃을 때 눈과 귀걸이가 반짝였다.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때면 요게쉬가 음악 같았다. 음악이 요게쉬고 그저 이 공간을 휘어잡으며 날아다녔다.


오후 5시면 30분 동안 박티요가를 하는데 노래를 하다가 저번에 울었다고 한 도미닉이 생각났다. 곧 떠나니까 눈물이 났나? 노래를 하며 창밖을 보는데 날이 좋아 점점 핑크빛으로 물드는 호수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도미닉 생각이 나서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괜히 눈물이 찔끔. 부끄럽지 않고 그냥 가만히 어떤 마음인지 살펴보았다. 지금이 행복해서? 스스로에게는 왜 그렇게 야박했는지 이제야 미안해서?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는데 부키가 와서 내게 탬버린을 건넨다. 어?

환하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잡길래 보니까 다른 친구들이 노래하다가 신나 가지고 다 서있다. 나의 친구들.

나도 서서 천천히 뛰며 손을 휘저어보았다. 조금은 어색했다. 그런데 부키가 아이처럼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방방 뛰는 거다. 그 미소를 보니 나도 무장해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뛰어보았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맨 정신에 노래 부르고 춤추며 즐긴 적이 몇 번이나 있지? 술 한잔 해야 노래방 가고 클럽 가기 전에는 팩 소주라도 손에 쥐었던 나 아닌가? 아이처럼 놀았다. 아 너무 좋다. 왜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게 어른이 라고 생각했나. 이렇게 숨 꽉 차게 놀면 마음도 차는데! 곧 떠나는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까지 쥐어짜 내듯이 우리는 함께 춤을 췄다. 숨이 너무 차서 부키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마음으로 몸으로 진심을 다해서 나는 부키를 응원했다. 등산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중간에 자크를 풀면 반바지가 된다. 땀이 차서 반바지로 만들고 남은 바지 천을 손으로 잡아 탈춤을 추듯이 흔들었다. 눈이 마주치며 까르르 웃고 지칠 줄 몰랐다. 요게쉬의 연주와 비제이의 북소리가 잠잠해지고 우리는 지쳐서 다 같이 들어 누웠다. 누워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고 쿵쿵 거리는 심장과 온몸의 혈관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요게쉬는 지휘자 같았다. 박티요가는 계속해서 같은 문장으로 노래하는 건데 누워있는 우리에게 맞춰 음악이 여유롭게 늘어나더니 한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긴 여운의 슬픈 영화 같기도 하고 해 질 녘이기도, 여유롭게 마시는 차 한 잔이기도 했다. 


곧 헤어지는 친구들이 아쉽기만 했다. 저렇게 덩어리째로 나가면 나 혼자일 텐데.. 하지만 끝까지 친구들과 함께 해서 좋았다. 요가가 끝나고는 다 같이 한 명 한 명 안아주었다. 고맙다 아름답다는 말을 연신했다. 시계를 보니 2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요게쉬가 오늘 하루는 잊지 못한다며 나를 안아주었다. 엄청난 에너지를 가졌다고 했다. 그럼요 선생님 저 지금 발가락까지 꼬물거리며 췄는걸요.

"킴제이 You have beautiful soul. Keep Shining"


나는 이 말이 지금까지도 내 귀에 남아 들린다. 음악으로 태어난 요게쉬가 내게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 정말 나는 아름다운 존재이지 않을까? 휘한 찬란하게 꾸며대지 않아도 존재 자체가 빛나면 귀엽지 않을까. 모든 상황에 나를 앞장 세워 나서고 탓하며 일했던 시간을 위로하고 용서하게 된다. 


그 뒤로도 요게쉬는 박티요가 시간에 내가 없으면 나를 찾았다고 했다. 친구들이 떠나도 나는 계속 노래를 불렀다. 물론 모르는 게스트들이 오면 조용히 노래만 불렀지만 내 몸에서 진동이 울리고 소리가 난다는 게 좋았다. 손을 비비면 열을 만들고 아 하고 입을 멀리면 소리를 내는 게 Creator 아닌가.  요게쉬가 아닌 다른 선생님이 수업을 할 때면 끝나고 나서 요게쉬가 킴제이 목소리만 들렸다고 했다. 선생님 저 판소리 했어요... 이러려고 어렸을 때 판소리했나. 아님 그때 춘향가를 맛들어지게 불러서 이 시간이 좋나.


아름다운 요게쉬. 요게쉬는 수업시간에 철학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는데 잘 못 알아 들어서 졸릴 때도 많았지만 마음을 일깨워주는 문장들이 많았다. 10일간 히말라야 산을 갔다가 다녀왔을 때도 떠난 줄 알았는데 왔다며 너무나도 반가워해주셨다. 떠나지 말고 더 있으라고 하셨다. 계속 떠나는 날을 물어보시며 아쉬워하셨고 더 떠나기 싫은 나는 계속해서 날짜를 바꿔가며 끝까지 있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 박티요가 시간.


그날은 요가센터 대표인 마노하가 새로 짓고 있는 포카라에서 가장 큰 요가 리조트 구경을 시켜줬다. 가다가 오토바이 바퀴가 터져서 시간이 더 지체되었는데 마노하의 정원의 바나나 나무를 놓칠 수 없었고 명상하기 좋은 숲 구경을 지나칠 수 없었다. 다시 트럭을 타고 돌아가는데 생각보다 돌아가게 돼서 아. 박티요가 시간을 놓치게 생긴 거다.


5시 시작인데 5시 15분에 요가센터에 도착했다. 마노하에게 마지막 박티요가를 놓칠 수 없다며 혼자서 계단을 마구마구 뛰어 올라갔다. 10분이라도 참여하고 싶었다. 올라갔더니 선생님들이 나와계시길래 이미 다 끝났냐고 했더니 다들 킴제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멜라니는 킴제이 기다리다가 잠깐 방에 들어갔다고 했다. 수딥이 종을 치며 수업 시작 시간을 알렸다. 다 나를 기다렸다고 반갑고 고맙고 크나큰 감동이다. 요게쉬와 라즈가 연주를 시작하고 요게쉬의 노래를 시작하려는데 내 이름을 부른다


"오늘 여기 킴제이. 너무나 아름다운 영혼의 킴제이를 위해서 다 같이 모였습니다. 킴제이 덕분에 우리 요가센터 에너지에 한층 더 좋아졌어요."

"Oh Noooo, Please that makes me cry! stop it! just sing a song!!"

(울리지 말고 노래나 해주세요!)


그날은 3명밖에 없었다. 단식을 하는 멜라니는 힘이 없어서 노래를 못했지만 나를 위해 함께 해주고 싶다며 같이 춤을 춰주었다. 노랫소리도 북소리도 오르간 반주소리도 맑은 날씨에 맞춰 빛났다. 요게쉬는 울듯이 웃어주며 어깨를 들썩이며 연주를 해주었다. 모든 게 씻겨나가고 이 기분 좋은 충만함만이 노래와 함께 내게 온다. 


엄마가 해주신 말도 떠올랐다.

"정은아 지금 이 길을 신나게 걸어라 그럼 그 길이 꽃밭이 되고 사람들은 그저 너를 보며 행복하단다."

내 영혼을 말끔하게 빨래해 준 네팔, 고민 먼지 따윈 그냥 툴툴 털어 버리고 존재 자체로 아름다움이며 그것을 탐구하고 살펴보는 것이 인생의 낙임을 알려준 선생님들. 정말로 고마워요.


일하느라 지쳤던 일로 나를 증명하려고만 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다 괜찮다. 영혼을 박박 빨아다가 기분 좋은 햇살 바람에 말려본다. 화려하지 않아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이다. 가장 나다울 때가 아름답다. 말끔하게 말려본 옷을 입어본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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