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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y 12. 2023

나마스떼 네팔, 요가로 만난 친구들

네팔 여행에서의 보물 조각 하나 둘

네팔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하나하나 주어 모았습니다. 나의 영혼의 안식처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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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홀리페스티벌, 오늘은 그냥 마음 발가벗고 신나는 날


Holi festival (Rukusha Giri) 힌두문화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로 5월 보름달이 뜨는 날 열린다. 수딥 선생님은 홀리가 시작되면 봄이 오고 모두가 색가루를 뿌리며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라고 했다. 미웠던 사람도 다 용서하고 그저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라고 했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인도의 골목에서 사람들이 알록달록 색가루에 아주 막 버무려져서 웃고 있던 장면이 기억났다. 요가센터 선생님들과 친구들 같이 페스티벌을 즐기기로 했다. 친구들 대부분이 2월에 요가 자격 프로그램을 같이 했던지라 이제 막 들어온 나는 좀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그들만이 아는 조크가 있다거나 서로 사랑으로 감긴 관계에서 어색한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아 정말 그들은 아.. 그저 사랑이었다. 스스로가 따뜻한 사람이라 옆에만 훈훈해지고 멀리서 바라보아도 작고 조용히 빛났다. 오전 9시 마당에 모여서 사진도 찍고 마을로 내려가 본격적으로 페스티벌을 즐겼다. 선생님들과 선생님의 친구들까지 15명 정도가 되었는데 다들 미친 듯이 춤을 췄다. 이렇게 술 한 모금 없이 생수만 마시면서 논다고? 에밀리가 디제잉하는 바에 찾아가서 점심식사 한입 주어 먹고 춤추고 또 한입 먹고 흔들어재꼈다. 요가 선생님들은 아이처럼 해맑았다. 땀에 절어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그저 내 마음이 시원해진다.

네팔에서 만난 동화작가님의 말처럼 놀았다.

'킴제이. 인생에서 내 마음과 가장 친한 친구는 나야. 아니 힘들면 내 마음한테 말을 거는 거지. 야 그냥 오늘은 나랑 신나게 놀자! 뭐 할까? 그래야 햇살에 마음을 말리고 환기도 되는 거지"

눈만 마주치면 까르르 웃고 방방 뛰며 춤을 추었다. 독일에서 온 도미닉은 회사일이 좋지만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어서 네팔에서 여행하면서 쉬고 싶다고 했다. 회사 휴가 한 달을 받고 왔다. 맥스는 베를린과 전 세계 출장을 다니며 잘 나가는 비즈니스 맨이었지만 일끝 나면 술 만나시고 우울해져서 지금은 영혼을 위한 여행을 한다고 했다. 1년 동안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들을 들을 거라고 했다. 디제잉을 했던 에밀리는 프랑스 가수다. 앨범도 2개나 가지고 있고 지금은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데 프랑스 겨울은 어두워서 네팔로 왔다고 했다. 지금의 경험과 소리들로 음반작업을 할 거라고 했다. 마음이 기울고 꺾였던 우리들이 지금 모여서 춤을 춘다. 딴생각할 틈도 안 주고 그저 즐겁다. 갈증에 마음이 바닥나기 전에 우리가 만나 이 하루에 충만히 적셔진다. 이렇게 신나면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면 돼. 사랑의 색가루가 마구마구 터진다. 오늘은 사랑만이 가득하다. 



02. 어차피 행복한 사람들, 결국 잘 될 사람들


한 번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야 해서 오전 프로그램을 다 참여하지 못했다. 차 한잔 마시려고 위층에 올라가니


"킴제이!!!"

하면서 다들 차려입고 나를 마구잡이로 반갑게 맞아주는 거다. 오늘 날이 좋아서 요가센터 뒤에 있는 산에 오른 텐데 거기 가면 설산이 보인다고 했다. 같이 가고 싶은데 일하는 거 같아서 연락도 안 하고 노크도 못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진짜? 나를 기다린 거야? 먼저 가지! 저번에 산에 가자고는 했는데 오늘인지 몰랐어"

"같이 가야지! 너랑 같이 가야 더 좋아. 응 오늘 날이 좋아서 오늘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알았어! 나 그럼 신발만 갈아 신고 올게! 잽싸게 달려가서 챙겨 나와 친구들과 산을 올랐다. 글을 쓰며 돌아보니 너무나 고맙다. 그때는 그저 친구들과 산에 올랐다 날이 좋았다. 문장으로 끝나는 하루였는데 돌이켜 보니 그들의 우정과 나에 대한 호기심에 크나큰 위로와 사랑을 받았다. 웅크리고 긴장하고 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몰랑말랑 이래도 되려나 몰라 좋아 말랑 해졌다. 


독일에서 온 도미닉과 발걸음 속도가 비슷해 나란히 걷게 되었다. 얼굴이 조금 어두웠다. 전 날 박티 요가시간에 도미닉이 갑자기 자리를 떴었다. 박티요가 시작 전만 해도 신나서 노래 부르며 명상하는 시간이 좋다고 했는데 사라져서 나중에 물어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서 나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도미닉, 네팔에 얼마나 있을 거라 했지?"

"나는 4일 뒤면 가. 근데 아직 비행기표 안 샀어 ㅎㅎ"

"독일 가면 뭐 해? 다시 회사가?"

"응. 근데 잘 모르겠어"


도미닉은 자선단체들을 위한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도 안 들어도 그녀가 일을 잘하고 체계적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라는 게 뻔하다. 같이 싱잉볼 수업 들으면 질문의 단계가 달랐다.


"왜 몰라?"

"글쎄.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 걸 아는데 그냥 잠깐 쉬고 싶어. 일을 좋아하지만 너무 일만 생각하는 거 같아."

"그럼 쉬면 되지 않아..?"

"그래도 이 일을 좋아하니까.."

조용히 산을 걷다가 집 사이사이 눈이 덮인 산맥들이 보이면 서로 감탄했다. 바로 우리 옆을 걸어가는 소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같이 웃었다.


"도미닉, 혹시 그럼 5년 뒤의 네가 지금의 너를 만난다면 혹시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

"어차피 잘 될 거니까 지금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다고 하고 싶어. 지금 쉬는 게 필요하면 쉬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


나는 도미닉을 보며 힘을 주어 미소를 보냈다. 완만한 평지가 나왔고 뒤로는 히말라야산맥이 하늘을 휘두르고 앞은 호수가 자리 잡았다. 네팔에 와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산맥을 보았다. 콩콩콩 마음이 설레고 내가 저 산을 가게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지금은 아니지만 적 잘한 때가 올 거고 꼭 이번 여행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미닉은 떠났고 그 뒤로도 많은 친구들이 떠났다. 함께 산에 올랐던 에밀리를 우연히 공항에서 마주치게 되었는데 도미믹 소식을 전해 들었다. 독일 도착하자마자 회사 그만두고 싱잉볼 클래스를 오픈했다고 했다. 우린 행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마음으로 오늘도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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