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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y 11. 2023

네팔에서 요가 리트릿 시작



Purna yoga center. 저녁식사 초대해 주셨던 가족이 추천해 주셔서 갔다. 포카라 한인민박에서 지내다가 요가센터에서 보내 준 택시를 타고 언덕진 길을 올랐다. 포카라의 페와호수가 펼쳐져 있고 산에 둘러싸인 요가원이다. 아침 6 시터 저녁 8시까지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한다. 삼시세끼 채식으로 챙겨준다.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지만 태국에서 사업가 친구들이랑 1박 2일 요가 리트릿을 가봤기에 신청했다.

새벽 6시에 싱잉볼로 깨워주는데 소리를 놓치진 않을까 걱정했더니 5시 50분에 일어났다. 아침엔 가볍게 스트레칭과 20분 명상을 하고 바나나와 티를 마신다. 20분 명상이 어려웠다. 가만히 숨소리에 집중하려니 온몸이 간지럽고 다리가 바로 저린다. 다음엔 Jala Neti 소금물로 코 청소를 하는 시간.

오후 12시는 싱잉볼 시간 30분 정도 하는데 잠이 솔솔온다. 이게 뭐라고 나는 마음이 편해지나 궁금해지기 시작
아침식사로 나온 병아리콩과 코코넛. 간을 어떻게 한거야? 뭐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맛있어..?

처음에는 이게 무슨 원리인가 왜 코에 물을 넣어서 입으로 뱉어내야 하는가 싶었는데 해보니까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셨던 기억이 났다. 한 시간 반 동안 요가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저녁까지 명상과 요가 그리고 쉬는 시간이 반복된다. 2월 말이라 비가 많이 와서 쌀쌀했다. 혼자 왔지만 덴마크에서 온 3명의 친구들과 같이 촛불명상도 하며 같이 스팀배스 하고 쉬면서 대화를 나눴다. 영어로 진행되는 스케줄이라서 친구들 보면서 따라갔다. 덴마크에서 온 친구들은 20대 중반의 의대생들이었다. 19살 고등학교 졸업하고 갭이어 시간이 라이프 스쿨을 다녔는데 같은 배구 프로그램을 들어서 친해졌다고 했다. (친구들이 그 학교를 설명할 영어 단어가 없다고 했다. 대부분 덴마크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1년간 갭이어를 가지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거나 쉰다고 했다. 그 친구들은 그 라이프 스쿨에서 배구도 배우고 인명구조, 수영 등 프로그램을 배웠다고 했다) 요가 리트릿은 3박 4일 참여하고 1주일간 트레킹을 간다고 했다.



나도 네팔에서 트레킹을 하려고 왔지만 아직 요가 프로그램도 듣고 싶고.. 트레킹을 가자니 왼쪽 발목걱정, 내 오른쪽 고막걱정이 되어서 뒤죽박죽이었다. (12년 전부터 비행기만 타면 오른쪽 귀가 송곳에 찔린 것처럼 정말 까무러칠 정도로 아프다. 높은 곳에 가면 그런가 하고 겁먹었다) 태국에서 만난 리나가 네팔 사진을 보여줘서 네팔에 오게 되었다. 같이 산에서 주말을 보내면서 리나가 킴제이는 뭘 해보고 싶냐고 묻길래.. 언젠가 히말라야를 오르고 싶다고 했었다. 근데 지금은 혼자라 무리라고 하니까 7년 전에 자기도 혼자 다녀왔다면서 사진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마음이 콩닥콩닥 설레서 와버린 네팔. 말도 안 되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서 어쩌다가 여기 요가 센터에 요가 리트릿을 하러 오긴 했지만

지금 원하는 게 뭐냐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웠다.


일에 밀려 마음이 조급해지는  버릇이 되었는지 22 10월부터는 숨이 가빠졌다. 계약했던 대표님이  목을 졸라 오고 주도권은 잃은 나는 매가리 없이 화만났다. 그게 습관이 되었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하루만 있겠다고 했는데 하룻밤은 금방 지났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고 떠나는 건데 다음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바빠지고 무엇이 합리적인지 따지는 게 피곤했다.


체크아웃을 할지 안 할지도 아직 요가센터에 말을 하지 못했다.. 수딥 선생님이 점심시간까지 있다가 천천히 가라고 했다. 여기 요가센터에서 요가 자격증 프로그램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3월에는 오픈을 안 할 것 같다고 하셨고 다른 곳을 찾는 것도 피곤했다. 몸도 마음도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을 잘 쓰고 싶었다.

요가홀에서는 호수가 내려다 보였다. 새소리가 가득하고 한번은 원숭이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오늘도 네팔은 정전이고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았다. 샤워를 미루고 식사를 하다가 수딥과 이것저것 대화를 하게 되었다. 수딥이 네팔은 왜 왔는지 얼마나 있을 거냐고 물었는데 트레킹 계획을 말했다가 4월에 부모님도 네팔에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동생이랑 엄마랑 태국도 가고 싶다고 했다. 파트너와 지금은 떨어져 있는데 미국으로도 가야 한다고 하고 했다.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뒤죽박죽 일그러졌다.


"킴제이 이번에 너만을 시간을 갖기 위한 게 아닐까? 혹시 너를 위해서 이기적으로 살아보면 어때? 다른 사람 생각 말고 너만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가 봐"


"아.."

수딥의 말은 아주 넓고 똑똑하며 친절했으며 아름다웠다.

나는 수딥이 이미  마음상태도 알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고 있다고 바로 느꼈다. 선생님은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을 마음에   웃어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계획 속에는 부모와 남편은 있어도 정작 내가 없었다.


이기적으로 살으라는 말이 냉정해 보이긴 했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위로도 받았다.

수딥은 요가 자격증 수업은 3월에 어렵지만 싱잉볼 수업이 있다고 했다. 지금 결정하는  어려우니 3 정도  지내면서 생각보면 어떠냐 물었다.


'잠깐 온 게스트인데 3일을 그냥 지내라고?.. 내가 잘 못 알아 들었나..'


일을 해야 하는데 여긴 침대밖에 없어서 어려울  같다고 하니 방에 책상도 넣어주겠다고 했다. 얼굴에 무해함이  수딥이 책상 크기가 무엇이 좋은지 진지하게 물어봐주었다. 덴마크 친구들이 떠나기   저녁에는 4명의 게스트가  왔다. 2월에 요가 자격증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인데 프로그램이  끝나옆동네 호수에서 지내다가 왔다고 했다. 다들 눈이 반짝이고  웃는 사람들이었다.


"근데 왜 다들 이렇게 잘 웃고 눈이 반짝이는 거야..?"

"킴제이 여기 있어봐 다들 그렇게 되는 거 같아. 나도 여기 3일만 있으려고 했다가 그냥 요가 자격증 수업으로 바꾸고 한 달을 있게 되었어. 여긴 진짜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야."


네덜란드에서  부키는 눈물은 머금은 것처럼 미소가 환하게 부서지는 친구였다. 무슨 일을 하는지  일을 하면서 무엇을 배우는지 네팔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어떤 마케팅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내게 물어봤다. 눈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덕이며 다음 질문  다음 질문으로 대화를 나눠갔다

어색했던 나를 잘 받아주었던 친구들

"부키. 너는 정말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구나. 진짜 좋다. 되게 힘이 있는 대화법 같아"

"그래? 킴제이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좋다. 나는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서 정말 많이 배우거든. 아 그리고 싱잉볼 수업 관심 있다고 했지? 독일에서 온 맥스랑 도미닉이라고 있는데 싱잉볼 프로그램 듣는다고 했거든? 그 친구들이랑 이야기해봐 봐."


춥고  오는 2 말의 네팔에 친구들이 내게 찾아왔다. 왠지 모르게 마음딴생각이  들고 그저 여기에 지내고 싶었다. 프랑스에서  에밀리는  시작하는 네팔 홀리페스티벌에디제잉을 한다며 놀러오라고 했다. 낮에는 요가 프로그램이 없는 쉬는 시간인데 친구들이   밑이 카페에 가자며 기다려주었다. 맥스는 광합성하고 있는 나에게 같이 택시 타고 여행 다녀오자고 했다.


마음을 돌보지 못해 불안함을 숨기고 여행을 즐기려고 애쓰는 나에게 친절함이 흘러넘치는 친구들이 왔다. 일부러 나를 챙기려고 하지 않아도  자체가 너무나 아름답고 즐겁고 솔직한 사람들이었다. 수딥에게   지내고 싶다고 하니 너무 좋다며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3 5일에는  축제가 열리는데  같이 놀러 가자고 했다.


계산 없이 그저 즐거운 사람들 덕에 마음이 말캉말캉해진다. 그래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따지지 않고 그냥 이렇게 살아보면 어때? 지금 네팔에서 혼자 와서 지내는 거 딱 좋은 시간이잖아? 정말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보라고 시간이 내게 찾아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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