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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May 18. 2023

노마드 부부의 여행과 일

"Honey 나는 우리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 , 우리  3개의 존재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


제리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너와 나만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라는 제3의 존재고 건강하고 행복한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너만을 위해 사랑을 퍼주다 보면 나를 놓치기 쉽다. 내 시간만 돌보다 보면 상대가 당연히 사랑으로 이해해 주겠지 하고 모른 척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 둘이 좋다고 신나게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우리'라는 관계가 건강한지 한 번씩을 알아봐 줘야 한다.


나는 결혼이 두려웠다. 엄마 아빠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기에 막연히 나도 그렇게 되면 어쩌나. 당연히 좋다고 만나도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 모습이 내 부모의 모습이었기에 모른 척하고 싶었다.

여행으로 만난 우리가 법적이고 공식적인 관계가 되고 의무와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다. 5년 이상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70살이 되어서도 우리가 사랑하는 관계일까. 나와 네가 서로 다른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당연한데 책임이라는 이유로 괴롭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 그 불안함을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고 언젠가 우리가 아이라는 새로운 멤버가 생겼을 때 서류상 복잡하고 싶지 않아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국제 부부라서 서로의 나라에서 오랫동안 지내기 위해서도 결혼이 필수이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 여행 가는 김에 하얀 원피스도 챙겼다. 엄마는 진짜 결혼을 하긴 하는 거냐 물었고 갔다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일단 옷이랑 꽃 그림을 챙겨간다고 했다.


여행에서 만난 우리는 지금도 여행하면서 살아보고 있다. 한국에서 제리가 5 동안 지냈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넓은 세상에서의 다양한 집에서 살아봄이라서 떠났다. 오늘도 멕시코에서 살아보며 같이 장을 보고 일을 하다가 문득 생각해 본다. 오늘의 나는 행복한가? 너는 행복한지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해줄  있는지. 주말에 호수랑 동굴에서 수영하다가 일사병이 걸려 지금도 누워있는 너의 이마를 한번  짚어주면 마음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니가 옆에 있으면 행복해라고 말하는  옆에 누워 같이 낮잠을 자면, 코코넛워    주면 네가 마음의 긴장을 놓고 편히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라는 단어도 생각해 본다. 우리가 이렇게 떠돌면서 지내면 무엇을 배울  있을지 3개월 뒤에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을지도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미국에서 여행 중 급 하게 된 미니 결혼식.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결혼하고 다 같이 바베큐 뜯으러 갔다


여행을 일상처럼 살아보자.
원하는  마음껏 해보자.
그래서 지금 원하는  뭐야?

20년 12월 미국여행을 갔을 때 제리 친구 바비네 집에서 이틀을 보냈다.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고 해변을 걷고 저녁에 마실 와인도 샀다. 바비가 샤워하고 있고 우리는 짐을 풀고 있었는데 제리가 반지를 꺼냈다.

"우리 이렇게 일상을 살 듯이 여러 나라를 살아보면 어때?"

19,000원짜리 반지와 23달러 반지 이렇게 두 개를 끼우고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21년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며 일도 하며 살고 있다. 뉴욕,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 샌디에이고 2달씩 살아보며 우리가 느끼고 즐기는 것은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 제리는 종종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본다. 제리에게 이 프로젝트해볼까?라고 물으면 해라 말아라가 아니라 원하면 하는 거지라고 심플하게 말해준다.

마음이 방황해서 넋 놓고 있으면 하고 싶은 게 뭐야? 원하는 게 뭐야?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태국에서 둘이 지내다가 제리가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미국 비자에 이슈가 생겼던 나는 미국으로  별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고 혼자만의 배움도 필요했다. 그때도 제리는 물었다.

"원하는 게 어떤 거야? 그걸 하면 돼. 내가 필요한 것들 운영을 맡아서 해볼게"

"허니, 나는 지금...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알아보고 여행해보고 싶어. 둘이서 여행하면서 내가 너무 의존적으로 되었던 것 같아. 태국에서 좀 더 지내보고 싶어. 태국에서 이대로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거 같아"

"알려줘서 고마워. 그럼 태국에서 더 지내보자. 일단 혼자 미국에 가 있을게. 떨어져 있는 게 힘들지만 지금 중요한 건 허니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해."


내 인생에서 정말 감사한 것은 어렸을 적에는 엄마가 매번 원하는 걸 하라고 했고 다 커서 제리도 원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봐주는 거다. 초등학교 3학년 때도 영어학원을 가보고 싶다고 하면 엄마는 원하면 하라고 했고 6학년 때는 수학학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원하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한 번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나보다 먼저 말해주지 않았다. 사춘기 때에는 부모가 다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알아서 하라고 하나 속상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이제 안다. 입을 꾹 눌러가며 마음을 굳게 다 잡으며 자식의 원하는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는 사랑.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타리를 넓게 치며 내 무대를 넓혀주었다. 제리의 사람이 얼마나 넓은지 생각하면 온 우주에게도 감사하다. 네팔에서 요가 트레킹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내게도 지금은 돈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니까 원하는 거면 꼭 해야 한다고 해주었다.


제리는 킴제이는 원하는 걸 할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옆에서 도와주면 재밌다고 했다. 킴제이가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걸 말하면 신기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자신이 계획을 짜는 게 재밌다고 했다. 우리 둘의 인생비즈니스는 이렇게 굴러간다. 치밀하게 계획하는 걸 좋아하는 제리와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은 내가 한 팀이 되어 오늘도 원하는 게 뭔지 찾아보고 만끽해 본다.


서로가 서로의 집이야.

여행도 즐겁지만 때로는 마음 바닥 든든한 집이 그립다. 아무것도 안 하고 널부러 져도 되는 일상이 그립다. 여행하며 일하다 보니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점점 뚜렷하게 알게 된다. 그래서 숙소를 구할 때 제리는 수영을 하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멕시코에서 일사병 걸리기 전에도 꾸준히 1500m 수영을 했다. 나는 루틴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마음에 이것저것 떠오르는 게 많아 쫓아가기 바쁘고 하고 싶은 일을 당장 하지 않았을 때 마음이 조급해진다. 노마드로 살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나는 몸을 움직여야 하고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때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진다는 것. 요가를 하고 춤을 추면 정신이 명료해진다. 매일매일 감사일기 3가지를 쓰기도 한다. 각자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집이 없지만 그래서 세상 모든 곳이 우리의 집이다. 분기별로 어느 나라에서 살면 좋은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멕시코는 당분간 다시 올 필요 없다는 것도 안다. 너와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면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집이 되어 품을 내어준다.


마음의 집을 지어가며 우리 가족 정기 회의도 꾸준히 진행한다. 서로 떨어져서 여행하는 동안은 매주 월요일에 회의를 진행했다. 나는 태국과 네팔에 있는 동안 제리는 미국에 있었는데 그때 서로의 관심사는 아이와 육아였기 때문에 육아 관련 다큐멘터리를 일주일에 한 편씩 보고 월요일에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발달하는지 언어는 어떻게 학습하는지 배운 내용을 서로의 관점에 비춰 전했다. 그럼 제리라는 아빠와 킴제이라는 엄마가 어떤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써갈지도 목차를 적어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 BABY 다큐를 보면서 아이는 스스로 잘 자라는 존재이지만 몇 년간의 부모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2년 정도는 둘이 힘을 보태서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임신 전 각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서 월요일에 이야기했고 나는 꼭 네팔의 히말라야를 오르고 싶다고 했다.


제리도 지금 일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우리가 유럽에서 살아볼 수 있으니 1년은 우선순위로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난 뒤 같이 여행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같이 또 다양한 나라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돈과 일이 우리와 아이가 좋아하는 나라에서 살아 볼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서로를 격렬하게 응원하며 사랑한다. 아무도 없이  쭈구리가 되고 싶을 땐 언제든 너와 내 품에 안겨 쉬면 된다. You are my home.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남편. 네팔에서 미국으로 가니 이렇게 나를 맞이해줬다.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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