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오게 된 네팔이다. 방콕에서 제리를 따라 다시 미국을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나 혼자 더 여행을 하기로 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은 아쉽지만 오랫동안 같이 여행하고 일하면서 무너진 내면의 힘을 건져 올릴 건 나뿐이었다.
미국 비자에도 이슈가 있어서 어차피 바로 못 들어가니 또 알아보려면 변호사도 다 돈이니 나는 나의 시간을 택했다.
어느 도시로 가야 하나 발리로 그냥 다시 가야 하나 방콕에서 이틀 동안 고민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택하기가 무서웠다. 하나를 택하면 다른걸 다 놓친다는 불안함에 아무것도 못하고 친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혜림이는 나에게 너가 그 시간이 필요한가봐 어쩌면 선택만이 전부일지도 몰라. 그래서 치앙마이로 혼자 갔다. 혼자서 밥도 먹고 디지털 노마드 모임에도 나갔다. 영어를? 혼자서? 몸을 베베 꼬다가 아플까 고민하다가 들어갔었다. 놀라운 사람들을 만났다. 큰 쇼핑몰 3층 돌아다니다가 바지를 팔길래 괜히 구경하다가 거울 앞에 같이 선 여자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서로 그 바지가 어울린다니 여기는 천이 터졌다니 하다가 계산하고 돌아서는데 눈길에 서로에게 또 간다. 나는 집에 가는 길인데 어디 가냐 물으니 한 시간 뒤에 영화를 본다고 했다. 오... 둘이서 카페에 가서 더 이야기를 나눴다.
리나. 방콕에서 살다가 치앙마이로 왔다고 했다 일본인인가 했는데 태국인이라고 했다. 킴제이는 치앙마이에서 뭘 하고 싶냐고 묻길래 지금은 지쳤고 물이나 산에 더 갇혀 있고 싶다고 했다. 리나는 가만히 보더니 신기하다며 이번주말에 산에 있는 오두막을 예약했는데 같이 가도 좋겠다고 했다. 요가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가 요가 선생님이라며 오두막 갔다가 또 다음 주에는 강 위에 있는 집에서 1박 2일 요가 리트릿을 한다는데 거기 또 같이 갈 수 있다고 했다. 무슨 내 손바닥마냥 박수소리를 내주는 그녀에게 신기하다고 했더니. 리나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며 우주는 우리에게 그때에 맞는 시간을 보내준다는 말을 믿는다고 했다. 리나는 자신의 정체된 여행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나타났다고 했다.
같이 산에서 2박 3일을 지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해가 뜨나 보고 산속의 호수를 천천히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거침없었고 배려 깊었으며 리나는 나에게 질문했지만 또 자신에게도 묻는 말이었다. 나도 리나와 대화를 하면서 내 마음과도 대화를 했다. 모르지만 잘 아는 사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동네에서 차려준 밥도 얻어먹고 동네분들이 만들어준 술 한잔도 했다. 소주잔만큼 따라서 천천히 마셨다. 취해서 대화를 못할까 봐 술보다 지금 이 호수와 산에 더 흐느적거리고 싶어!
리나는 내게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네팔.... 을 언젠가 가고 싶은데 이번엔 혼자여서 어렵겠다고 했다. 아니 근데 리나는 뭐야 진짜. 리나가 사진을 보여주며 혼자 갔는데 거기에 다 장비도 중고로 사고 무료로 받고 방법이 있다는 거다. 이쯤이면 진짜 가라는 거다. 리나의 말을 듣고 네팔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음 주에 있던 요가 리트릿에서는 마니를 만났는데 다 같이 누워서 싱잉볼 명상을 했다. 싱잉볼은 처음이었는데 누워있는 내게 왼쪽 오른쪽을 싱잉볼 소리로 휘감더니 가슴 위에 올려 댕하고 치는 순간
내 영혼이 깨어나 날아가버렸다.
사지로 뻗어나가는 폭발에 깜짝 놀람과 동시에 깊은 편안함을 느꼈다. 뭐라고 지금 글로도 말로도 설명이 안되고 다시 떠올려도 비스므레 하기만 하지 명확히 기억 안 날 만큼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 하고 놀람과 함께 잠들어버렸다. 푹 자고 일어났더니 강 위에 떠 있는 빠지 위에서 내가 있었고 내 위엔 별들이 쏟아졌다. 싱잉볼이 네팔에서 왔다고 했다. 네팔에 가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 글 사이사이에도 빈칸에도 내가 만난 멋진 사람들이 촘촘하게 스며들어있다. 네팔에 도착해서 카트만두에서 너무 정신이 없어서 4일을 그냥 숙소에 있었다. 그러다가 나와 포카라로 떠났다. 7시간 넘게 타는 버스에서 말이 안 통하는 아주머니가 계속 나를 챙겨주셨다. 같이 화장실 가자며 나를 챙기고 버스 쉬는 시간에 밥을 먹고 잠깐 밀크티 먹다 늦으면 계속 찾고 있었다는 제스처를 보내주셨다. 처음 본 호텔 아주머니가 가족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고 자신이 들었던 최고 아름다운 싱잉볼 연주가라며 마누하를 소개해줬다. 그림 그리려고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갤러리에서는 여기는 전시하는 곳이라며 잠깐만 기다리라며 사장님이 한국분이라고 하셨다. 동화작가인 그분은 내게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눈앞에 동화가 피어났다. 자기 마음이랑 놀아야 한다고 했다. 마음이 힘들면 말을 걸으라고 했다. 야 지금 뭐 해? 그냥 나랑 놀자! 하면서 마음과 평생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게 물감을 사라고 오토바이도 빌려주시고 네팔에서 싱잉볼과 명상하면서 내 마음과 한번 신나게 놀아보라고 했다.
우연히 온 네팔이다.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쓰려다 보니 글이 길어진다.
당연히 내가 갈 수밖에 없다는 듯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 만나는 사람들마다의 대화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나의 시간에 큰 문이 열렸다. 수많은 우연들에 떠밀려 문을 열어버렸다.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내게 불어온다. 마음이 보송보송해진다. 내 인생은 내게 무슨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은 걸까 신나게 놀아보며 더 듣고 싶다. 잠에 짓눌린 채 글을 눌러 적는다. 어제도 오늘도 얼마 못 잤다. 마음에 환희가 차올라 바쁘다. 하루만 있자던 요가원도 한 달이나 머물게 되었다. 모든게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어. 지금 내 인생은 내게 아주 위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잘 듣고 그 선율에 춤춰 나뒹굴어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나만의 행복박자를 둥둥 쳐대 가며 취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