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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엘라 Apr 02. 2020

프랑스 석유 화학공장 화재사건-프랑스 미대 과제

 사회적 문제에서 영감받아 예술작업하기

  프랑스 예술학교에서 과제를 할 때, 내 시간과 에너지도 많이 쓰고 돈도 꽤나 쓰고 참 여러모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제는 보통 많으면 1개월 혹은 1주일 전에 교수님이 미리 공지를 주신다. 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 과제를 해야 하는 기간 동안 매일같이 고민하고 스트레스받고 나의 재능을 의심하고 결과를 두려워하는 등 각종 맘고생을 하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또 그걸 만드느라 또 다른 몸고생을 하게 된다. 이렇게 고생 많이 한 내 작업을 그냥 하루 학교 내에서 전시하고 발표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이쉬워서 이렇게 기록을 해놓기로 결정했다. 이 과제는 코로나바이러스문제가 발생하기 한 참 전에 작업한 것이다. 아마 지금 이과제를 받았다면 분명 나의 주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였겠지..)


조각 수업시간에 내가 만든 과제  151.5 X 273.5cm

 과제의 주제는 최근에 일어난 사회적 분쟁을 주제로 창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룰까 고민했지만 프랑스 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뤄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의 루앙이라는 지역에 있는 석유화학기업 "루브리졸(Lubrizol)" 공장 창고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작업의 방향을 잡았다. 이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2018년 9월 26일 오전 2시 30분쯤  공장 창고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고. 위험한 화학물질이 보관된 해당 공장에 불이 나면서 검은색 자욱한 연기가 22킬로미터 밖까지 멀리 퍼져나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과 주변 지역의 음식물 공급을 제한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루브리졸" 공장은 4000유로의 벌금을 내게 되었다. 문제는 화재로 인한 연기 속에는  발암성 물질들이 있을 확률이 다분히 높아서 2차 3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지역주민들은 산소마스크와 방진복을 입고 시위를 하는 등 원성이 자자하다.


먼저 부족한 나의 불어 실력으로 루브리졸 공장 화제사건을 검색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소요되었다. 이 사건을 잘 정리해놓은 유튜버들의 도움으로 그나마 수고를 덜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고 고뇌했다. 이런 사회적인 특정한 사건을 주제로 뭔가 만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라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계속 시작을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화재 당일의 사진들을 보면서 검은색 구름을 표현한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작업한 구름을 자세히 보면 디테일들은 사람의 얼굴들이 보인다. 그렇게 얼굴의 실루엣을 이어 붙여서 거대한 구름을 만들었다. 얼굴 실루엣을 이어 붙인 이유는 희생자들의 암담한 얼굴을 은유하고 싶었다. 아직 정확한 화재의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 작업을 통해 누군가의 부주의가 불러일으킨 엄청난 재앙을 경계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이것은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에 연관지 어 생각해볼수도 있겠다. 그래서 지금 전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가....
담당 교수님의 평가는  루브리졸 화재 사건을 연상시키는 작업이고 시적인 느낌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좀 더 크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교수님들은 뭐만 만들면 꼭 더 크게 만들라는 얘기를 빠지지 않고 하신다.) 학생으로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는 딱 저기 까지였다...  이 작업을 코로나19사태와 연관 지어서 발전시켜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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