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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엘라 Jan 05. 2020

프랑스 유학생활중의 우울증 투병기

자살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바다의 바닥

  우울증을 가지고 사는 기분을 설명하자면, 내 몸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기분이다. 그 세상 속에는 육지가 없는 깊은 바다만이 존재하는데, 그 바다는 끝이 없이 깊고 외롭고 어둡다. 바다의 성분은 ‘물’ 같기도 하면서 끈적거리는 ‘늪’ 같기도 한 새로운 형태이다. 나는 그 바다 한가운데서 계속해서 가라앉고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저항하면 할수록 더 빠르게 밑으로 내려가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언젠가부터는 발버둥 칠 기운도 없다. 끝이 없어 보이는 어딘가로 내려가면서 차라리 빨리 바닥에 닿아서 그 끝을 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저 한없이 아래로 내려갈 뿐이다.


그 깊은 공허한 공간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어떤 기운에 의해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내가 내려가는 길에는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국은 서서히 사라지고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그 바닷속에 빠진 지 아무도 모른다. 우울증이란 병은 그렇게 한 사람을 서서히 죽어가는 깊은 바닷속으로 끌고 데려간다. 이러한 기분 속에서 삶을 살아 내야 하는 그런 아이러니한 병이다. 사실 이 바다의 끝은 죽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가 바닥에 닿기 위해, 그 끝을 알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자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정말 이해가 된다.


프랑스 병원 대기실 사진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하면서 인생의 풍파를 직격타로 아서 그런가 요즘 들어 우울증이 정말 심해졌다.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불어 든 한국어든 그 어떤 언어도 말하기가 싫다. 최근 2,3년 안에 돌아가신 엄마와 이모의 죽음의 영향도 있고 뭔가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면 자꾸 후회되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아졌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작업방식도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그런 작업을 선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말 많아졌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운이 좋아서 프랑스에 있는 미대에 합격한 케이스다 보니 실력도 없고 재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부러움 열등감, 자기 비하 그런 것들 또한 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우울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은 사회생활에 정말 악역향을 미치는 안 좋은 감정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잠깐 슬프고 우울한 사람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잘 건네주지만, 언제나 항상 축 쳐져있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피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슬픔을 털어놨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냥 불난 집을 구경받는 기분이다. 특히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들 자기 목표가 뚜렷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가 아니면 거의 신경을 안 쓰는 그런 분위기이다. 그래서 내가 어떠한 부분에서라도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메리트가 없다면 소외되기가 참 쉽다. 내 성격이 자꾸 오락가락하니까 인간관계에도 악영향을 주고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니까 나 스스로가 온전하게 서있기도 힘들 때가 많다. 언어 실력도 부족한 동양 여자애가 우울하기까지 하니 정말 나 같아도 정말 친구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외국인 신분이고 돈 때문에 힘들고 지금은 내 인생에서 암흑 같은 시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를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에 그저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자살충동이란 단어를 사용하긴 싫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지 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자주 한다. 호르몬에 문제가 있는지 너무너무 기분이 안 좋을 때가 많았다. 아침에 우울한 기분에 일어나서 울기 시작해서 계속 그만 울고 싶은데도 막눈 물이 조금씩 끊임없이 오후까지 계속 울 때도 있었다. 계속 내가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들고 존재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그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돈다.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그냥 나는 이 침대와 이불과 다름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 왜 살까? 살아서 뭐하나? 하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차라리 죽던가... 죽지도 못하면서 침대 위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싫어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았다. Alprazolam이라는 안정제와 Sertraline이라는 항우울제다. 약을 먹은 지 한 2주 정도 지났는데 약을 먹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진짜 약이 효과가 있는 건지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죽고 싶은 생각이 들면 꼭 병원에 오라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하셨다. 겨울이라 집은 춥고 세상 모든 게 무섭고 괴로워서 침대에서 못 나오고 울고 있다가 그래도 끝내야만 하는 과제들을 끝내기 위해 막 울면서 그림 그리고 과제를 하고 그랬다. 그래서 간신히 2학년 1학기를 끝냈다. 항상 울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나마 여유시간이 날 때 좀 울어주고 우울해줘야 한다. 괜히 학교에 있을 때나 아르바이트할 때 눈물이 터지면 답이 없다. 학교 다니고 주말에 아르바이트하고 그러다 보니 최대한 울 수 있을 때 많이 울어둔다. 우는 것도 계획해서 울 수 있는 계획형 우울증 환자가 되었다. 이게 말이 되는 말일까. 이렇게 나의 우울함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잘 버텼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자살을 해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마음이 정말 아프다. 나는 우울의 바닷속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잘 이해한다. 그러니 당신 혼자만 그 바다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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