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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엘라 Dec 26. 2019

프랑스에서 혹독한 겨울 보내기

눈물 나는 프랑스 유학생활

  프랑스의 생떼 티 앤 지역에는 10월쯤부터 서서히 추위가 찾아왔다. 올해 2019년 6월 한참 더울 때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왔다. 나는 한국에서 살 때 운이 좋게도 보일러 시스템이 훌륭하고 버튼 하나 누르면 집 전체가 다 따듯해지는 그런 편리한 집에서 살았다.  지금은 프랑스의 원룸 같은 집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데, 모든 것이 다 낡은 집이지만 특히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다. 이사하고 나서 한 가지 후회되는 점은 이 집을 이사오자마자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난방기 점검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나는 멍청하게도 딱 한참 추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이제 난방기를 돌려볼까 하고 사용을 시도해봤다. 당연히 전혀 작동을 안 했다. 난방기 담당자에게 전화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그 와중에 또 알바와 학교 생활은 정신없고 그러다 보니 그냥 2주 3주는 금방 흘러버렸다. 밤마다 시린 코를 이불로 덮으며 내일은 꼭 제대로 난방기 점검을 예약해야지 후회하다가 또 낮에 정신없어서 전화 안 하는 그런 악순환의 반복....... 그리하여 부동산에 전화해서 얘기하고 난방기 담당 회사에 전화해서 담당자 약속 잡았다.

  그러는 사이에 감기에 걸려서 끙끙 앓고 나았다가 다시 또 목감기에 걸렸다가 코감기에 걸렸다가 진짜 힘들었다. 학교 수업도 빠지고 가스난방기 담당자와 약속을 잡고, 점검도 받고 이제 따듯하게 사용하면 되겠지 하고 안심을 했는데..... 그 난방기를 사용을 해보기도 전에, 담당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당신의 집에서는 가스가 새고 있을 위험이 높으니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난방기와 가스밸브를 잠그세요"라는 연락이었다. 그때 나는 학교에 거의 도착할 시점이었는데 참 어이가 없게도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집으로 와서 난방기 전원을 꺼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난방기가 없는 상태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상의 3장을 입고 잠바를 입고 바지를 두 겹 껴입고 양말 신고 부츠를 신고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있어야 그나마 견딜만했다. 장갑도 필수다. 컴퓨터로 타자를 치거나 과제를 할 때 진짜 손이 너무 시려서 장갑을 껴야지 그나마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이렇게 추운 집에서 살아보는 건 처음이라서 잠을 자고 일어나서 이불 밖을 나가는 것이 큰 도전이 아닐 수가 없었다. 특히 집에서 하루 종일 있는 날, 하루를 마감할 때 뭔가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스키장에서 하루 종일 스키 타고 드는 노곤한 그런 기분이 든달까.. 추운 환경 속에 오래 있는 게 이렇게 진 빠지는 일인지 몰랐다. 그래서 한동안 정신승리를 하려고 애썼다. "나는 지금 스키장에서 산다. 겨울이니까 추운 것은 당연한 거다. 밖에 길거리에서 잠자는 게 아닌 게 어딘가 "라는 식으로 추울 때 속으로 되뇌었다. 근데 진짜 너무 추워서 진절머리 나게 짜증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땐 할 일과 과제가 수북이 쌓여있는데도 침대에 전기장판 켜놓고 그냥 드러눕고 다 포기하고 싶어서 혼자 엄청 괴로워했다.

  

  몸과 마음까지도 움츠러들고 작아지는 그런 소멸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나'하나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도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약한 내가 무슨 창작을 하고 무슨 돈을 벌고 누군가에게 사랑은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온갖 잡생각으로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들까지도 하게 되었다. 고작 그 추위 때문에.. 근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나는 왜 고작 그런 추위 그것 하나로도 나 자신을 끝없이 깎아내릴까. 나는 왜 이렇게 쓸 때 없이 생각이 많을까 하는 그런 끝없는 잡념들이 끊이지 않는 밤들을 보냈다.


기계박물관에서 볼법한 낡디낡은 가스 난방기를 제거하는날

다시 한 3주 정도가 흐르고 난 뒤 집주인이 가스 난방기를 제거하고 전기 난방기로 교체하고, 주방 가스레인지도 인덕션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하여 가스난방기를 제거하는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난방기 수거하는 약속을 따로 잡고, 또 전기 난방기 설치 업자한테 전화해서 설치 예약을 따로 했다. 그렇게 벌써 추운 겨울이 2개월이 흘러버렸다. 물론 정말로 운 좋게도 엄마가  유학 초기 시절부터 사용하라고  엄마가 보내주신 전기장판이 있어서 그 2개월을 버틸 수 있었다.


친절한 설치기사님이 거의 3시간을 공들여 전기 난방기 설치가 끝이 났다. 그날 저녁 긴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와서 방청소하고 난방기 바로 옆에 쭈그려 앉아서 과자 먹고 뒹굴거리는 시간을 가졌다. 진짜 이렇게 안락한 기분을 가지는 게 얼마만인가.... 난방기가 나에게 주는 따스한 온기는 그 어떤 남자들의 체온 보다도 황홀했다.



나의 인덕션은 어디 있을까...

그. 러. 나 역시 내 프랑스 유학생활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은 끊이지 않는다.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교체하기로 해서 담당자님이 가스레인지를 하루 전날 수거해갔는데, 설치기사님이 전기난방기를 설치하는 날 바로 인덕션도 같이 설치하는 줄 몰랐다며 다음 주가 지나고 혹은 내년 1월에나 설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전자레인지도 없고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수단이 진짜 하나도 없는데..... 참 어이가 없다. 설치기사님께 계속 "제발 부탁드립니다, 빨리 설치해주세요, 살려주세요, 부탁해요"를 한 20번은 말한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이 한겨울에, 데울 필요가 없는 차가운 것들을 먹고 버티며 한동안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뭘 먹고 버티면 좋으려나 모르겠다. 나의 고생은 언제 끝이 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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