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이야기
병원에 입원하고 3일째가 지나자 새벽에 깨어나는 일 없이 잠을 푹 잤다.
밤 10시쯤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서 아침 7시쯤 눈이 저절로 떠졌다. 중간에 한 번도 안 깨고 푹 잔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병원 침대는 약간 낯설지만 푹신한 재질이어서, 익숙하지 않은 이곳에서도 편안하게 잠들기 좋았다. 숙면을 하고 난 뒤 상쾌한 기분이 정말 개운했다.
입원한 첫째, 둘째 날은 아침밥을 안 먹었는데, 이날 아침에는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식사로 나눠주는 바게트와 버터와 쨈을 발라먹었다. 건조하면서도 달달한 아침식사였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신경안정제(Tercian)를 복용하면 기분이 약간 느슨해지고 마음이 편안했다. 병원에 오기 전에는 ‘알프라졸람(Alprazolam)’이라는 신경안정제를 거의 매일 복용했고, 불규칙적으로 항우울제 (Sertraline)를 복용했다. 사실 항우울제는 규칙적으로 계속 먹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핵심인데, 매번 잘 챙겨 먹다가 흐지부지하게 복용하지 않기를 반복했다. 병원에 있으면서는 ‘약’이 나의 마음의 고통을 치유해 주기를 바라며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었다.
우울증을 가지고 사는 기분을 설명하자면, 내 몸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기분이다. 그 세상 속에는 육지가 없는 깊은 바다만이 존재하는데, 그 바다는 끝이 없이 깊고 외롭고 어둡다. 나는 그 바다 한가운데서 계속해서 가라앉고 천천히 죽어간다. 저항하면 할수록 더 빠르게 밑으로 내려가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언젠가부터는 발버둥 칠 기운도 없다. 끝이 없어 보이는 아래로 내려가면서 차라리 빨리 바닥에 닿아서 그 끝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그 깊은 공허한 공간 속에 침전되어 가라앉을 때, 내가 내려가는 길에는 선명한 자국이 남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국은 서서히 사라지고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그 바닷속에 빠진 지 아무도 모른다. 우울증이란 병은 그렇게 한 사람을 서서히 죽어가는 깊은 심해 속으로 끌고 데려간다. 이러한 기분을 끌어안고 계속해서 삶을 살아 내야 하는 그런 아이러니한 병이다. 사실 이 바다의 끝은 죽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가 바닥에 닿기 위해, 그 끝을 알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자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정말 이해가 된다.
우울은 내 안에 ‘도플갱어’ 같은 존재다. 나와 똑같은 얼굴로 계속해서 나를 쫓아다니고 죽이고 싶어 했다. 결국 마음의 고통은 나의 “진짜” 삶을 망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우울감’은 나의 모든 생각의 문을 잠가 버린다. ‘마음의 거대한 돌덩이 같은 무기력을 이겨내야지,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를 즐겁게 보내야지,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도 사랑을 해봐야지’라는 이런저런 긍정적 다짐이 무색해지게 나는 똑같이 침울한 하루를 보냈다. 끝도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인 채, 우울의 바다 아래로 떠밀려가는 힘겨운 날들이 지나간다. ‘우울감’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내 마음 안에 있는 세계의 선을 그어놓고 땅따먹기 놀이하듯이 ‘우울의 바다’와 ‘살고자 하는 육지’의 영역싸움과 비슷하다. 그 영역싸움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살았던 것 같다.
외국에 살면서 종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한국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제 어디에도 가고 싶지가 않다. 안식할 곳이 사라졌다.’라는 생각이 들어 말을 주저하게 된다. 나는 그 생각을 상대방에게 매번 얘기하지는 않지만 ‘그리움’에 대한 질문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음의 감옥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철저한 고립을 경험하면서 나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삶을 '계속해서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늘 뭔가 허전하다. 바람 빠진 공기인형이 웃고 있는 느낌 같다고 해야 하나. 한쪽 구명에서는 계속해서 바람이 들어오는데 다른 쪽 구멍에서 계속해서 바람이 빠져서 한 없이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뭘 해도 심드렁하고 힘이 든다. 장을 보는 것, 몸을 씻는 것, 물건을 옮기는 것 등 일상적인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시도 때도 없이 부정적인 감정들 절망, 허무, 외로움이 교차한다.
나는 우울의 바닷속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잘 이해가 된다. 부디 그 바다에 빠진 사람들이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오길 소망해 본다.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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