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전립선 수술을 하게 되었다. 로봇 수술을 하는데, 의사선생님은 1시간 가량의 수술로 간단하게 마칠수 있다고 하셨다. 수술이 간단하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수술비용이 1천5백만이고, 입원까지 4일 해야 하니까, 이래저래 3천만원은 들 것 같다.
건강할 때, 더 건강해지려고 쓰는 비용이 있다. 이를테면 PT를 받거나,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단백질, 야채 제대로 챙겨먹으려면 비용이 든다. 약간 죄책감도 생길 수 있다. 건강할때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쓰는 돈은,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쓰는 돈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행복한 노년은 어떤 삶일까? 현역때 시간 없어서 못해본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일까? 여행을 가거나, 하루종일 도서관에 가거나, 산에 가거나, 친구 만나거나 하는 활동들.
이런 활동은 두 세달만 하면 지겹다. 아무리 재력있고, 강한 사람도 나이 들수록 스멀스멀 치통처럼 불안과 걱정거리가 올라온다. 놀기만 하면 그렇다. 걱정과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은 '일'이다.
우리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 보면, 60대가 많다.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어떤 분은 아침잠이 없다며 2시간 일찍 나오는 분도 계시다. 14시간 동안 일한다. 어떻게 저렇게 일만할 수 있을까?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그 나이에 가까워지니까, 좀 이해가 가는데, 일 외에 할만한 일이 없다. 집에만 가만히 있으면 걱정거리만 는다. 친구 만나도 자기 자랑만 하는 사람 보면 짜증난다. 내가 별 볼일 없으면 이 많은 인맥도 의미가 없구나 깨닫는다. 밖에서 몸을 움직이면 활력이 생기고, 관계가 형성되며, 거기에 돈까지 받는다.
요즘 일할 사람이 없어서 식당이모님들 400씩 드리는데, 남들 은퇴할 나이에 저 정도 소득은 큰 것이다. 본인 노후뿐만 아니라 자식과 손주 도와줄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올라간다. (이런거 보면 자존감이 도깨비 방망이 같다는 생각이다. 타고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해도 정말 없어서 도와주지 못한다면 자존감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
쌈지돈으로 쟁여놨던 돈, 몇몇 은행 영업사원의 감언이설로 모두 잃어버리면 얼마나 허탈할까? 일할 수 있다면 재테크 필요없다. 수익율 몇퍼센트 운운하고, 주식하는 재미 쏠쏠하다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이 원천기술이다. 건강은 아무도 빼앗어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