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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Aug 29. 2022

상처가 훈장이 될 때.

창신동은 명동과 종로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이었다. 창신동 돌산에서 채석한 돌로 일제 총독부를 만들었고, 백남준과 박수근 같은 예술가가 이곳에서 생활했으며, 나 어릴 때는 '독도는 우리땅'의 정광태 가수가 이곳에 살았다. 


요즘 창신동은 재개발로 뜨겁다. 재개발 반대파와 찬성파가 매일 으르릉 거린다. 찬성파는 외지인이다. 산동네 꼭대기에 대지 지분을 헐값에 매입해서, 아파트 하나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반대파는 토착민으로서 창신동에 주택과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공시지가로 현금청산 되기 때문이다. 낙산냉면 사장님도 그 중 한명이다. 


여자 혼자 억척스럽게 냉면 장사를 시작해서, 오늘날의 낙산냉면을 만들었다. 코로나 전까지만해도 매일 줄을 세웠다.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건으로 창신동에 와서 간담회가 있었다. 반대파와 찬성파가 대치되는 와중에 낙산냉면 사장님이 단상에 올랐다. 그녀의 이야기는 막힘이 없고, 논리적이며, 정수리가 뻥뚫리는 것 같았다. 오세훈 시장도 그녀의 달변에 감탄했으리라. 어떻게 저렇게 술술 말을 잘할까. 주눅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기세氣勢가  놀라웠다.


난 그녀의 달변을 들으며 법륜스님이 떠올랐다. 누군가 법륜스님에게 물었다. 어떻게 스님은 그렇게 말씀이 막히지 않고, 술술 잘하십니까. 법륜스님은,


'고생을 하면 되'


난감하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상황을 많이 겪다보니 문리가 트였다는 말이다. 이런걸 보면 공짜는 없는 것 같다. 피하려는 사람은, 점점 작은 일에도 피하고, 맞서는 사람은 더 대범해진다. 굳이 난처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상황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직장 다니거나 장사 한다면 이런 일은 다반사다.  상처가 아니라 성장의 재원이라고 생각하면, 할 일도 많아지고, 일상이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격이 방어다. 인생 반 정도 사니까, 공격하는 쪽이 가만히 있는 거 보다 남는 장사다. 마음의 평온은 공격에서 온다. 상대도 나 만큼 두려워한다. 반격이 두려워서 가만히 있는 것은 상대가 원하는 바다. 사람 뿐만 아니라, 처리할 일도 먼저 해 버리면 머리가 맑아진다. 열개, 백개 되는 버킷 리스트, 사업, 뭉게고 있던 일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시작하고, 지금 다 해치워 버리자. 지금 아니면 언제 하는가.  



+팟캐스트 운영중입니다. 읽으면, 힘이 납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4582?ucode=L-UgSmWEX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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