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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Aug 25. 2022

건강한 몸이 부가가치.

새벽 1시가 넘었는데, 거의 만석이다. 손님이 오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너무 힘에 부친다. 솔직히 주문이 밀리면 손님을 받지말까 하는 생각이 불끈 생기기도 한다.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일 할 사람이 없다.


우리 사촌 누나는 가평에 예쁜 전원주택에 사신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출가했다. 이 누님도 이것저것 많이 하셨는데, 꽃장사, 순대국, 떡볶이, 막국수, 치킨...잘 안되었다.


마땅한 수입처가 없던 누님은 에어엔비를 통해서 전원주택 홍보를 했다. 주말에는 1박에 45만원이고, 평일에는 25만원이다. 이 정도 받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해 주었는데, 반신반의했다. 이 돈을 내고 하룻밤 자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놀랍게도 올리자마자 예약이 들어왔고, 요금이 뭉텅 들어왔다. 몇년 동안 수입이 없던 차에 현금 45만원이 들어오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거다.


누님은 타고난 관리자이고, 입소문이 나서 몇주 후에나 예약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되었다. 마침 속썩이는 부동산이 있었는데, 매도를 잘해서 현금이 들어왔고 그 돈으로 카라반을 구매해서 2호실을 만들었다. 손님들이 한결같이 바베큐를 원했고, 매형이 불피워주고 5만원 받는다. 쏠쏠하다.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은 한달에 400만원이다. 수입이 없던 전업주부가 400만원이라고 하면 꽤 큰돈같다. 근데, 따져보니까 그렇지만도 않다. 손님들은 의사, 대기업임원 같은 하이클래스가 많다. 이들은 꽤 까다롭다. 이불이나 베개에 머리털 한올 있는 것을 용납 못한다. 손님이 드나들때마다 매번 이불 빨래를 (혼자)해야 한다. 그 넓은 집을 혼자 청소하는 것은 중노동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자기 자본이 들어가지 않았는가. 손님이 투숙할 때는 정작 집주인은 멀리 피신해서 자야 한다. 앞으로 노하우가 쌓이면 더 발전하리라 기대하지만, 400만원은 큰 돈이 아니다.


왜냐면, 지금 김밥 이모가 월급이 300만원이기 때문이다. 급식업체 파출로 나가면 일당 20만원을 호가한다. 외식값이 치솟으니까, 사람들이 구내식당에 쏠렸고, 평소 보다 두 배 가깝게 손님이 늘었다. 근데 일할 사람이 없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못나오고, 대부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플랫폼 노동을 선호한다.


이러다 보니까 급식업체 파출부로 한달 일하면, 로스쿨 변호사 초봉을 상회한다. 자본도 필요없고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일할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까 인건비가 치솟는 중이다. 건강한 몸뚱이 자체가 부가가치다.


일본어에 '바쁘면 고양이 손도 빌린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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