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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Aug 21. 2022

장사에서 제일 힘든 거.

편의점 직원은 나 보다 나이는 많고, 10년 가깝게 함께 일했다. 이번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와이프분이 암癌이다. 암이라고 하면, 1기부터 4기까지 이런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수술하기 좋은 암과 어려운 암이 있다고 한다.


수술하기 좋은 암은 이쁜 암으로서 암만 똑 제거하면 된다. 반면 수술하기 어려운 암은, 거미줄처럼 암세포가 여기저기에 걸쳐 있어서 심하면 해당 부위를 적출해야 한다.


와이프분은 전이 된 암은 아닌데, 수술하기 나쁜 암이다. 애가 셋이라 여러모로 난감하게 되었다.


나도 난감해진 것이, 내가 이 분의 근무를 땜빵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람 구하기 어렵다. 가끔 대신 근무하기도 했지만, 풀타임으로 하는 것은 처음이다.


새벽에 물건을 정리하는데, 물건이 너무 많아서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어떻게 이걸 매일 했을까? 힘들면서도 놀라웠다. 사람이란 자기 눈으로 봐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3일 해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편한대로 잠깐 영업하고 문을 닫았다. 널널하게 하니까, 좀 여유가 생겼다. 비는 시간에는 운동하거나 잔다.


7월은 부가세 신고하고, 최저시급이 발표되어서 노무사와 미팅하고, 거기에 더해서 분식집 이모님들이 월급 올려달라고 쟁의를 일으키셨다. 내가 무슨 재벌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 처지에...


시간 아끼고자, 근처 사무실에서 잔다. 끼니를 간소하게 하고, 통근을 하지 않으면 아마도 보통 사람의 두 배는 가용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남들은 휴가 간다고 하는데, 솔직히 별 마음이 없다.


수술 후 연락이 안오는 거 보니 상황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앞으로 항암치료도 들어가야 한다. 아무래도 옆에서 보호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말은 내가 다른 약속은 못잡고, 붙박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힘들기는 한데, 문득 처음 미아리에서 장사할 때 떠올랐다. 장사에서 제일 힘든게 무엇일까? 손님이 하대하는 것도 아니고, 직원이 사장을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제일 장사에서 힘든 것은,


손님이 없는 것이다.


손님 없어서 사장 혼자 텔레비젼 보는 식당을 보면, 배 안고파도 들어간다. 나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광경이다.


엔데믹으로 소비수요가 폭발했고, 유동성의 맛을 본 사람들은 일 안하려고 한다. 다들 일은 안하고, 투자만 하려고 한다면, 소는 누가 키울까.


장사 15년 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손님 귀한 줄 안다는 거다. 일년 내내 영업이 잘 되는 사업은 없다. 이것도 한 때다. 지금 뿐이다. 소는 기꺼이 내가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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