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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Aug 24. 2022

허벅지.

흔들리지 않는 반석. 

조폭문신한 사람이 왔는데,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고 한다. 문신도 패션의 일부인데,  그 사람은 완전히 조폭 문신이였다. 사시미, 사쿠라, 담그기...뭐 이런거 연상되는...


눈을 부라리면서, 어떡할거냐고 묻는데, 당연히 난 쫄았다.  다리가 후덜거리면서 주저앉고 싶었다. 경찰을 불렀다. 남녀 2인 1조로 왔다. 경찰도 문신남을 보자, 쫄았다. 겁낼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도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제대로 처신 못한다. 


음식도 많이 시켰고, 카드로 계산해 놓고 현금으로 달라고 한다. 카드 결제 취소해준다고 하니, 현금으로 즉시 환불을 원했다. 빨리 보내고 싶어서, 돈을 내주었다. 이쯤 되면 작정하고 삥뜯을라고 하는구나 느낌이 왔으나, 해달라는 대로 해줄뿐 항변할수 없었다. 주방 실장님이 이물질을 보더니, 우리 주방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마음을 추스리고, 목욕탕에 가서 대퇴부와 하체를 보았다. 생각보다 하체가 얇다. 앙상한 은행 잔고를 보는 느낌이다. 허벅지가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데, 긴장되고, 살 떨리는 일이 생기면, 다리가 풀리는 이유가 근육이 없기 때문이구나. 20대때는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가만히 있어도 허벅지가 생동했다. 이제는 하체가 부실하니까, 만사가 도전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느낀다.  


박세리의 하체를 보면 웬만한 남자보다 튼실하다. 박세리 아버지가 집중적으로 훈련시킨 것이 역도였다. 지면에 단단히 뿌리박은 하체 덕분에 공이 멀리 나간다. 감정도 안정적이고,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하체가 부실하면, 힘이 헛들어간다. 그 때문인지 요즘 골퍼는 보디빌더만큼 근육 운동을 많이 한다. 


운동에 열심일 때, 스쿼트를 140kg까지 들었다. 요즘 이렇게 했다가는 무릎이 아작난다. 중년의 운동은 강도보다 빈도라고. 


그래서 틈날때, 생각날때 마다 하체 운동하기로. 


혼자는 재미없고, 트레이너랑 같이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가족과 하는 것이 만만하다. 아들과는 매일 스쿼트 하고, 아내와는 아파트 오르기를 계속 하고 있다. 주말에는 가끔 둘레길 걷고. 


이런 운동은 비타민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비타민의 힘은 위기가 닥쳤을 때 빛을 발한다. 일할 때, 좀 더 가야하는데, 힘이 달려서 멈추고, 말 잘하는 사람에게 조종 당하고, 별거 아닌 일에 삐지고, 허벅지가 빈약하면 그렇다. 반대로 감정이 흐트러졌을 때, 스쿼트 5개만 해보면(허벅지에 자극을 주면) 추스려진다. 


남들은 주식, 코인 모으느라 바빴지만, 결국 별 내용 없음이 판명됐다. 허벅지 근육 키워서 스스로 일하는 것이 낫다. 흔들리지 않는 반석은 허벅지 근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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