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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01. 2022

하루키의 아카이브.

brutus 라는 일본잡지가 있다. 하루키 특집으로 상하권 나누어서 나왔다. 상권은 '읽다' 하루키가 곱씹어서 읽어왔던 51권의 책을 소개한다. 


그는 최근 많이 바쁘다. 모교인 와세다 대학교에 하루키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집에 책이 넘쳐나서 곤란했는데, 와세다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와서 수락했다고 한다.그리고 몇년전부터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방송을 진행중이다. 가끔 뮤지션과 음악회를 연다. 일가를 이룬 사람은 라이브러리도 오픈하고, 라디오와 음악회도 진행할수 있는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다. 개성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뒤통수 치는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소설을 읽는 이유는 그처럼 살고 싶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평온하게, 글쓰고, 읽고, 일상이 예술이다. 하루 하루 그 예술이 쌓여간다. 


언젠가 재즈에 미쳐있는 일반 직장인을 만났다. 대학시절 밴드를 조금 했고, 지금은 생계로 IT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한다. 재즈 이야기가 나오자 봇물 터지듯 이야기가 나왔다. 엄청난 양의 뮤지션과 곡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고교때 세운상가 레코드점을 헤집고 다녔는데, 요즘은 유튜브 뮤직으로 손쉽게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편하다고 했다. 아마도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과 맞붙으면 3박4일은 가볍게 재즈로 채울수 있으리라. 


수십년 동안 축적된 그 방대한 리스트가 부러웠고, 저 사람은 평생을 심심하지 않게 살겠구나. 친구가 찾아오지 않아도 치매에 걸리지 않고 음악과 벗삼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과 음악, 영화, 여행, 젊을 때 많이 해두어야 한다. 사람은 떠나지만 콘텐츠는 시간이 갈수록 숙성해서, 볼때마다 맛이 다르다. 


하루키는 그렇게 살고 있는거 같다. 책, 클래식, 재즈, 영화, 여행, 티셔츠, 그림, 마라톤, 위스키... 수많은 양질의 리스트와 아카이브를 보유했다. 그 아카이브, 내 손때가 묻은 리스트들. 


넷플릭스 찜한 리스트, 유튜브 재생 목록, 밀리의 서재 목록. 어떤이에게는 자기만의 와인 목록, 맛집 목록, 내 서재에 있는 책들, 이러 저러한 리스트와 아카이브가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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