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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05. 2022

적당히 해야 내 일이 좋아진다.

미아리에서 닭한마리 팔때, 뒷골목에 호프집이 있었다. 부부가 운영했다. 어느날 미성년자가 와서 술 먹고 경찰에 자진신고했다. 영업 정지 두 달과 벌금을 물었다. 영업정지는 폐업이나 마찬가지다. 아주머니는 나에게 인사를 하며 눈물 흘렸다. 두 번 다시 장사는 안하겠다고 했다. 이 부부가 돈이라도 벌었으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사장님이 일을 좀 덜하고 알바를 쓰시지. 사람 쓰면 남는게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또한 안타까웠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적당히 하기다.  일이라는 것이 나도 모르게 용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널널하게 하면, 외부 충격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려니 넘겨버리고 , 가던 길 계속 갈수 있다.  뒷통수 맞아도 배신감이 크지 않다.  반면 전속력으로 달리면 돌뿌리에 심하게 넘어진다. 오래 주저앉아 있어야 한다. 널널하게 오래 가는 사람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사람 보다 낫다. 아무도 반짝하고 사라진 존재를 기억하지 않는다. 희미하더라도 오래 빛이 가면 존재감이 생긴다.


열심과 널널함, 그 완급을 조절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나만 열심히 하면 엉뚱하게 삽질하고 상처 받는다.


여행사 시절, 장대리님이 기억난다. 그는 연애나 자동차 같은 사회 초년생이 가질만한 욕망이 없었다.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일만 했다. 근무 시간에 그는 부산 떨거나 바빠보이지 않았다. 여유가 있고 널널했다. 누군가 말 붙이면 다정하게 사람의 얼굴을 보며 대꾸했다. 점심 메뉴에 신중했고, 여직원과 자주 농담 따먹기를 했다.


대신 그는 집에 가도 할 일이 없었기에 사무실에 남아서 이것저것 들쳐보고, 살펴보고는 했다. 이런 장대리의 진가는 누군가가 항공 상황을 물어볼때 발휘되었다. 대다수가 물어보면 '확인하고 말씀드릴께요' 라고 하는데, 장대리는 실시간으로 복잡한 항공과 호텔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대답이 바로 나왔다. 이런 능력이 죽어라고 열심히 한다고 될 능력인가? 집중은 적당한 속도가 있어야 가능하다.


적정 속도를 유지한다. 속도는 빨라질수록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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