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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09. 2022

'할 일 없음'의 효용.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미국 어느 시골 마을에서 빵을 굽고, 농사 짓고, 거의 자급자족하는 가족 이야기다. 부부는 기자출신이고, 이 책의 저자인 박혜윤은 무려 서울대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이 40대 중반의 그들은 이미 은퇴했다. 부를 축적하기 위한 일을 하지 않는다. 돈을 벌지 않고 어떻게 살까? 이들도 일하지 않는 삶이 두려웠으나 일상에 필요한 돈이 얼마일까? 고민했다. 금액을 알면 두려워 할 필요가 없고, 시행착오 끝에 4식구가 한달 살아가는 데 백만원이면 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부부는 청빈을 넘어 극빈에 가까운 삶을 산다. 커피, 인터넷, 술을 끊고, 애들은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보내고 싶어도 학원이 없다.) 궁상 맞아 보일수 있고, 저렇게 살아질까? 행복할까? 싶은데, 가족은 그 어느때보다 충만하게 살고 있다. 


가장 먼저 무궁무진한 시간이 생겼다.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가족끼리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늘었다. 할 일이 없으면, 할 일이 없는 상태로 있는다. 자본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받은 선물은 '그 할 일 없는 상태'다. 인삼을 키운 땅에는 지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몇년간 아무 농작물을 심지 않는다. 쉼이 있어야 생산이 있고, 여백이 있어야 개체가 존재한다.  디자이너는 의도적으로 '화이트 스페이스'를 만든다. 빈 공간이 있어야 개체의 존재감이 커진다. 시간을 내서 산책하고, 카페에서 멀뚱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컴퓨터도 수시로 레지스터리와 0바이트 파일을 정리해 주어야 한다. 


난 이 가족의 철학에 감동 받아서 틈만 나면 멍때리는 시간을 갖는다. 한가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도서관에서 잡지 들쳐보고, 목적없이 걷는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돈벌이에만 바빠질려고 애쓰면, 싸구려 노동밖에 할 것이 없다. 때로는 위험하기 까지 하다. 어느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새우튀김 변색 사망 사건이 있었다. 배달로 나간 새우튀김 3개중 하나가 색이 이상하다고 고객과 배달플랫폼이 사장님을 협공했고, 이에 흥분한 사장님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며칠뒤 사망한 사건이다. 


만약 사장님이 카운터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쓰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게일은 직원의 일이다. 사장은 이런 미지의 사고나 컴플레인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노동일까지 하면서 감정노동까지 부담하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일이 그렇다. 인건비를 아끼고자 한 사람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한다. 그냥 노동, 감정 노동, 정신 노동, 그림자 노동, 노동과 노동 사이의 노동, 퇴근후 노동....


주변을 둘러보면 코로나로 일이 별로 없다. 재미있는 것은 한결같이 무언가 해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할 것이 없다. 그럼 가만히 있자. 더 멀리 가기 위한 진액을 축적중이다. 홍삼 먹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사람이 지치면, 가지고 있는 보물을 몰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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