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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18. 2022

포르쉐 배달남.

짠테크로 상징되는 경제 상황. 

가게 앞에 포르쉐가 멈추었다. 빨간색 포르쉐를 보며, 저 차는 얼마일까? 업무용으로 포르쉐를 쓸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왜 나이들수록 차에 관심이 생기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포르쉐 차주가 내렸다. 30대 중반의 남자다. 우리 가게로 오는 게 아닌가. 차 저기에 주차하면 안되는데, 말해주어야 겠다. 가게에 들어와서는 '저~ 배달'이라고 한다. 


난 전화주문이 있었나? 떠올려보았는데, 없다. 이 사람 무슨 말을 하는거지? 2초 정도 멍했다. 그리고, 아, 포르쉐를 타고온 쿠팡 라이더구나, 깨달았다. 뉴스에서 '벤츠 햄버거 배달 여'를 보았는데, 내 눈앞에 '포르쉐 떡볶이 배달 남'이 나타났다. 포르쉐로 배달한다면, 업무용으로 차를 바꿀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잠깐 뛰었다. 포르쉐 배달남은 떡볶이와 김밥이 든 32,000원 배달음식을 들고 나갔다. 붉은색 포르쉐가 떡복이 색과 잘 어울렸다. 저 정도면 배달팁 더 주어야 하는거 아닐까?


쿠팡이츠 배달은 한건당 2,500원을 받는다. 프로모션이나 소위 똥콜이라고 하는 험악한 배달은 좀 비싸겠지만, 기본이 2,500원이다. 기름값과 배달시간을 생각하면 저거해서 남을까?  


경제적으로 불안하니까,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현금으로 환산하려는 의도다. 주식, 부동산 코인처럼 직접 일하지 않아도 현금이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고, 시간이 남으면 그 시간 조차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번다. 당근 마켓이 유행한 것도 어떻게든 현금을 만들어 보려는 마음 때문이다. 


우리 편의점에서 일하는 형님이 그렇다. 하루에 11시간 일하는데, 집에 갈때도 같은 방향 대리콜을 잡아서 최후까지 돈을 번다. 가끔 취객이 기분 좋아서 10만원 팁을 받았다고 자랑한 적도 있다. 


두 번째 돈을 모으는 방법은 돈을 쓰지 않기다. 어떻게 돈을 쓰지 않을까? 일을 하면 돈을 쓰지 않는다. 돈 쓸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다. 


우리 식당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이모를 비교해 보자. 한명은 중국 교포이고, 한명은 한국인이다. 월급도 같고, 일한 기간도 같다. 근데 중국 교포 이모는 중국에 아파트와 상가를 사놓았다. 한국에서는 월급 받지만, 중국에서는 자본가다. 근데, 한국 이모는 여전히 돈이 없다. 


중국 이모는 쉬는 날 없이 일을 한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일터에 나온다. 돈 쓸 시간이 없다. 반면, 한국 이모는 경조사가 많다. 일을 자주 쉬는 거다. 건강에 대한 의식도 다르다. 중국이모는 돈을 벌러온 목표가 있기에, 아프면 안된다. 한국 이모는 아프면 쉬엄쉬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아파서 일을 쉬거나 그만두는 쪽은 한국이모다. 


10만원, 20만원 큰 돈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돈은 헐기 시작하면 남는 게 없다. 마치 카드명세서 같은데 오천원 커피, 만원 간식, 3만원 밥값....내가 이렇게 많이 썼나? 싶은데, 더해보면 합계 금액과 맞다.  


경제 뉴스를 보면서도 경제 상황을 알 수 있지만, 사람들 생활을 보면 더 피부로 와닿는다. 경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한마디로 '불안'이다. 식비 아끼려고 청년이 굶고, 1천원 짜리 삼각김밥을 살까말까 심사숙고하며, 승진은 포기하고, 주식과 부동산 공부하고, 포르쉐로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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