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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Sep 28. 2022

장사가 공부.

40년 운영했던 '동화반점'이 문을 닫았다. 2천5백이나 하는 월세도 월세지만, 70대 사장님이 눈길에 미끄러졌다. 요 며칠 골절로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사장님은 그 나이에도 주방에 들어갔는데, 본인은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판단한거다. 코로나와 끔찍한 월세와 골절로 40년 노포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월세 높은 한국에서 40년 노포라면, 세계적 기준으로 400년은 쳐주어야 한다. 세상이 변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내 눈앞에서 많은 변화를 보기는 처음이다. 


그 결과 동대문 황금 라인 1층에는 얼마전 개업한 우리가게만 남았다. 먹을 곳이 없으니까, 손님이 몰린다. 나는 개업초기라 주방에 가서 시스템이 안착할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이모들은 최악의 드림팀인데,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다들 오래 일했음에도 키오스크에 생소한 메뉴를 보면 당황해 한다. 게다가 더 최악은 너무나 착하다.  전쟁에서 발목지뢰를 밟은 전우같다. 버리고 갈수도 없고, 데리고 가면 전투력이 한참 떨어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는 50넘어서 일하려면 일하는 사람도 시키는 사람도 힘들다.  그러니까 평생 직업이나 인생2막은 40대, 늦어도 50대에 만들어 놓아야 함을 이모들 보면서 느낀다.  


손님도 몰리고, 이모들에게만 맡기기도 불안해서 요 며칠간 사무실에서 숙식했다. 이런 모습을 나의 아내는 안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한다. 가족들 모두 내가  하루종일 일하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좋아한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하는데, 가정이 화목하려면 가장家長이 생활비를 버는 그 활동을 해야 한다. 아버지가 구두 닦고, 노래 부르며 엿팔고, 정화조 치우는 직업을 가져서 창피해도 마음 근저에는 '그래도 아버지가 일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있게 마련이고, 철 들면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한다. 나만 희생하면 모두가 안락하다.  


자유로운 영혼인 나에게, 현장을 하루종일 지키는 일은 상극이라 생각했다. 나이들어서 뭐하나? 생각해 보니, 할 것이 이것 밖에 없다. 퇴직해서 경비나 택배같은 일 하면서 생활비 버는 사람들 보니까(감정, 육체적으로 중노동이기 때문에), 이 일이 정말 감지덕지하게 생각되었다. 동화반점 사장님처럼 앞으로 30년은 일할수 있을 것이다. 


난 돈만 버는 장사치라는 말이 싫어서 인문학공부를 10년전부터 시작했다. 사람들 만나고, 책 읽고 하는 그런 활동이다. 인문학이란 사람을 배우는 것이다. 내가 배운 것은, 같은 현상이나 대상을 가지고도 사람들은 매우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상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상식은 모두 제각각이다. 


딱 하나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도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는 것이 있었는데, 결국 먹고 사는 문제다. 먹고 싸는 인간이라는 실존이 특별한 것이 있겠냐마는, 나에게는 그 당연한 문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 10년 걸렸다.


현장에만 있으면 우매해질 것 같아서 돌아다닌거였는데, 결국 현장만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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