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은퇴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대문 김사장 Oct 01. 2022

짜장면 먹으며, 은퇴 생각.

성북동에 있는 '옛날 중국집'에서 짜장과 탕수육을 먹었다. 짜장은 면이 탱글탱글하고 장이 달지 않다. 탕수육은, 일반 중국집 것과 비교가 안된다. 대한민국 어딜가도 이런 탕수육은 없을 것이다. 딸아이가 이 집 탕수육에 홀딱 반해서, 두번째 왔다.


외식업하는 사람으로서 3가지가 부러웠다. 음식이 맛있다는 것이고, 덕분에  손님이 많고, 그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점이다. 


벽에는 A4용지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요리하십니다. 재촉하지 마세요'라고 써있다. 저 나이가 되면, 할 일이 없는데 요리를 하는 것이 좋은 직업이구나 느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느끼고, 소득도 생긴다. 


주변에 공직에서 퇴직하신 분이 몇분 계신데, '백수가 과로사 한다'며 여기저기 바쁘게 지내신다. 연금도 많이 나오고 돈 걱정 없어 보이지만, 무언가 하나가 빠져있다.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책 좋아한다고 하루 종일 책 읽고, 영화 좋아한다고 하루 종일 영화보고, 골프 좋다고 골프만 하고, 산이 좋다고 매일 산에 가는 것도 길어야 6개월. 그 다음부터는 지겹다. 일하느라 바쁜 가운데 놀이는 꿀맛이지만, 일이 없으면 놀이도 재미없다. 그리고 일하지 않으면 사람이 좀 멍청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건물주 같은 불로소득을 이룬 사람을 보면 그 인생은 지겨워 보인다. 


40대까지는 낙타의 삶으로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굴러왔다. 50대 이후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데, 좀 더 길게 볼 필요가 있다. '은퇴'라는 말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60대 이상 장년들도 일을 원하며, 대다수가 죽을 때까지 현역에 있고 싶어한다. 


옛날 중국집, 조만간 한번 더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부과에서 본전 뽑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