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은퇴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대문 김사장 Sep 25. 2022

피부과에서 본전 뽑기.

얼굴에 반점이 생겨서 피부과에 갔다. 예상외로 남자들이 많았다. 레이저 시술을 받고, 내친김에 거슬렸던 점도 몇개 뺐다. 2주 뒤에 다시 찾아갔는데, 밝은 조명 아래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니, 너무 지저분해 보인다. 특히 미간 사이 내천川 주름과 이마의 묵직한 주름에 짜증이 났다. 선생님께 어떡하면 좋겠냐고 하자, 필러와 보톡스 시술을 권했다. 남자가 그런걸 하나요 묻자, 선생님 본인도 6개월 한번은 스스로 시술한다고 했고, 대기실에서 보았던 남자 고객들이 떠올랐다. 20분이면 끝난다고 해서 바로 받았다. 


시술을 마친 후 선생님이 거울을 보여주셨다. 이마가 부풀어 오른 무뚜뚝한 아저씨가 보였다.선생님은 내 당황한 표정을 보았는지, 붓기가 빠지는 데 2주 걸리고 잘 펴질 수 있도록 틈틈히 마사지 해주면 좋다고 했다. 근데 공허하게 들렸다. 아무리 피부 주름을 돈 들여서 핀다고 해도 마음 주름을 펴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이겠구나. 


난 장사하는 사람이고 돈을 투자했으면 어떻게든 본전을 생각한다. 


웃자. 


거울을 보면서 난생 처음 웃는 연습을 했다. 열라 어색해. 그래도 수십만원 하는 시술 비용이 자꾸 생각나서 꾸준히 하니까 어색함이 점점 없어졌다. 억지로라도 웃으니까 기분이 가벼워졌다. 이런식으로 하면 되겠다. 피부가 정말 깨끗해질려면 물리적인 시술과 영적인 마음 청소,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되도록 이쁜 마음을 먹고, 시詩를 읽으며, 타인의 성공에 기꺼이 기뻐해 주고, 내 뒷통수 친 사람을 너그러이 용서해야 한다. 이게 모두 피부 미용에 관련이 있다. 


나의 이모부는 건설업계에 일하시는데, 나이가 70이다. 매일 저녁 오이 마사지를 한다. 술 담배는 진작에 끊었고 골프를 열심히 한다. 그 때문인지 피부가 뽀얗다. 당신의 목표는 80까지 일하기다. 일하고 싶으면 외모에 상관없이 일하면 되는 일이지만,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지고, 자격지심도 생긴다. 


개구쟁이 유치원생에게 턱시도를 입혔더니, 점잖아졌다는 실험이 있다.  나의 외모가 내 태도를 결정한다. 피부 미용에 열심인 이모부는 80까지 충분히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들수록 열정이 더 커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